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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의 사이 Between Forms 展
정그림 진지현 최유성

Jin Jihyun 作_경계를 묶는 새 2025_Ink and Color on Hanji_33.4x53cm
ATELIER AKI
2026. 11. 5(목) ▶ 2026. 12. 19(토)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성수동1가 685-696) | T.02-464-7710
www.atelieraki.com

Jin Jihyun 作_어느 연인 2026_Ink and Color on Hanji_33.5x53cm
아뜰리에 아키는 2026년 11월 5일부터 12월 19일까지 2026년 마지막 기획전 《형태의 사이》를 개최한다. 밀레니얼 세대 작가 정그림, 진지현, 최유성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조각, 한국화, 유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와 각자의 조형 언어를 통해 작가 3인이 형태를 구축하는 방식과 그에 담긴 사유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단일한 형상으로 규정할 수 없는 동시대 조형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와 작업 방식을 바탕으로 형태가 형성되고 변주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정그림은 선의 움직임을 공간의 구조로 확장하며 기능과 조형의 관계를 실험한다. 작가는 의자와 조명 등 사물의 쓰임과 선이 이루는 조각적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고유한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진지현은 한지에 먹과 색을 겹쳐 현실과 내면의 풍경이 공존하는 장면을 가시화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새와 달 등의 형상은 일상의 익숙한 대상이자 기억과 정서를 환기하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최유성은 신체의 움직임과 유화 물감의 물성에 반응하며 형상과 색면의 관계를 조율한다. 구체적인 대상을 연상시키는 형상과 자유롭게 흐르는 선과 색면은 화면 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매체에서 출발한 세 작가의 작업은 형태를 고정된 외형이나 하나의 의미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형태는 재료의 특성과 작가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지며,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관객 각자의 기억, 시선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전시 제목 《형태의 사이》의 ‘사이’는 이처럼 형태가 만들어지고 해석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조형적 접근을 통해 형태가 지닌 가능성을 살펴보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감상과 해석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고자 한다.
정그림은 선의 움직임과 재료의 물성을 바탕으로 조각과 가구, 설치를 넘나든다. 대표작 〈Mono Series〉는 하나의 끊이지 않는 선이 공간 속에서 조형적 구조를 이루는 작업이다. 작가는 손의 직관을 따라 선을 굽히고 이어가며 리듬과 균형을 찾아간다. 산업용 부품으로 쓰이던 재료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 형태를 구성하는 조형적 요소로 전환된다. 선은 구조를 지탱하는 동시에 공간을 가르고 흐르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드러낸다.
〈Knot Chair〉 작품에서는 매듭처럼 얽힌 선들이 의자의 구조와 결합한다. 관객은 의자의 쓰임을 알아보면서도 선의 흐름과 중첩, 그 사이에 생기는 빈 공간을 살피게 된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윤곽은 기능적 사물을 조각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정그림의 작업에서 형태는 관객의 시점과 움직임, 주변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Yuseong Choe 作_Untitled, 2026_Oil on Canvas_116.8x91cm
진지현은 일상에서 마주한 생명과 그에 얽힌 기억을 한지 위에 먹과 색으로 그려낸다. 화면에 등장하는 새와 달, 꽃은 현실의 풍경에서 비롯되지만, 기억과 감정이 겹쳐지며 낯선 분위기를 띤다. 작가노트에 따르면, 밤은 낮 동안 희미했던 기억과 감정, 불안과 희망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작가는 이러한 내면의 기척을 ‘고스트’라 부르며, 눈에 보이는 존재들과 하나의 풍경 안에 담아낸다.
작품 〈달과 새의 무리〉(2025)와 〈은방울 꽃과 밤 새〉(2026)에서는 익숙한 형상 너머로 하나의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복합적인 정서가 드러난다. 먹의 농담과 한지에 스며든 색은 대상의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그 의미를 하나로 한정하지 않는다. 새와 달은 고정된 상징을 전달하기보다 현실과 상상이 맞닿는 장면으로 관객을 이끈다. 진지현의 작업에서 형태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감각할 수 있게 하며, 관객이 자신의 기억을 겹쳐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최유성의 작업은 형태와 배치, 구도에 대한 조형적 구상에서 출발하지만, 작품의 최종적인 모습을 미리 규정하지 않는다. 손목과 어깨의 움직임, 물감의 상태, 화면에 놓인 색과 형태가 다음 판단에 영향을 준다. 작가는 그리는 동안 발생한 변화를 살피고, 필요하다면 이미 만들어진 관계에도 다시 개입한다. 우연히 생긴 결과는 수정과 선택을 거치며 화면을 전개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소개하는 신작에서는 인물과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이 굽이치는 선, 유기적인 색면과 어우러진다. 하나의 형태가 달라지면 주변의 색과 공간도 다르게 보이고, 그 변화는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관객의 시선 역시 개별 형상과 화면 전체의 움직임 사이를 오간다. 최유성은 이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며 균형과 완성의 기준을 작업 안에서 찾아간다. 그녀의 회화가 지닌 유연성은 작업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가능성에 반응하고, 그에 따라 화면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형태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세 작가의 작업은 이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형태가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선의 균형을 찾아가는 손의 감각, 먹빛에 스며드는 기억과 정서, 화면의 변화에 응답하는 판단은 형태가 저마다 다른 조건과 선택 속에서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은 입체의 선과 회화의 선, 한지의 먹빛과 캔버스의 색면을 오가며, 완성된 작품 안에서도 시선과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조형의 의미를 발견한다. 《형태의 사이》는 창작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선택과 감상의 과정에서 열리는 해석 사이에 주목하며, 형태의 완성을 하나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Yuseong Choe 作_Untitled, 2026_Oil on Canvas_130.3x162.2cm

Greem Jeong 作_Mono Series, 2026_Silicone, Steel_77x25x57cm

Greem Jeong 作_Knot Chair-Toffee, 2025_Silicone, Steel_58x52x92cm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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