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수 초대展

 

투명한 순례

 

Between-Blue I_mixed media on canvas_45.5x53cm_2026

 

 

아트스페이스퀄리아

 

2026. 10. 29(목) ▶ 2026. 11. 10(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11길 41 | T.02-379-4648

 

www.artspacequlia.com

 

 

Between-Red II_mixed media on canvas_53x45.5cm_2026

 

 

우주는 거대한 캔버스이며, 만물은 근원의 붓질로 태어났다. 인간에게는 그 근원의 기운이 깃들어 있으니, 그것이 곧 존재의 '원형'이다. 영원한 노스텔지어는 그 원형이 불러일으키는, 근원을 향한 그리움이다. 만물 또한 인간과 더불어 그 그리움을 나눈다.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너(Ich-Du)'의 관계로 인간과 사물이 마주하며 서로 응답하는 자리, 그곳은 양자의 본질이 드러나 근원의 비춤 가운데 균형과 조화, 통일된 아름다움이 발현되는 만남의 장소다.

나는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아름다움과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흐르는 강과 바람에 이는 물결, 높은 하늘과 깊은 샘, 새의 노래와 밤의 적요, 여무는 열매와 움트는 씨앗은 현상과 표면 너머의 본질을 향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투명성은 자연 안에 숨은 형상을 드러내는 장치이자, 인간의 근원적 향수를 달래는 상징이다. 아크릴 잉크를 묽은 미디엄과 섞어 투명한 색을 만들고, 캔버스에 바르고 말리기를 반복한다. 반복적인 붓질과 기다림은 형상을 향한 나의 태도이며, 무질서한 내면을 정리하고 방해하는 생각과 흔들리는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쌓인 수많은 레이어는 투명한 결을 이루고, 단계적인 적층으로 지각되는 심리적 원근감은 형상에 다다르고자 하는 그리움의 작용이다.

나는 커다란 구덩이를 회전하며 천천히 중심으로 낙하하는 구슬처럼, 나의 정신을 그 형상으로 수렴시키고자 한다. 정신은 이완하여 회전하며 점점 몰입하고 한 지점으로 수렴하지만, 형상은 여전히 수평선처럼 멀어지며 노을처럼 흔적만을 남긴다.

나에게 창작은 자연의 고유한 형상을 온 존재로 마주하며 구현하려는 노력이다. 자연을 대상화하려는 나를 자꾸만 다잡고, 노력과 기다림이 함께 작용하는 가운데 스스로 열리는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나는 형상을 쫓는 순례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 놓인 캔버스들은 그 항해의 흔적이자 여전히 진행 중인 순례의 기록이다. 돛을 올려 바람을 맞이하고, 수평선 너머 노을진 땅 어딘가에서 드러날 형상을 쫓아 나는 지금도 항해하고 있다. 자연과의 만남은 근원에 이르는 신비다.

 

 

Beyond-Horizon II_mixed media on canvas_45.5x53cm_2026

 

 

Beyond-Ridge I_mixed media on canvas_60.6x72.7cm_2026

 

 

Encouter IV_mixed media on canvas_72.7x60.6cm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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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1029-박천수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