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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춤: 붓과 몸의 리듬

이응노미술관
2026. 10. 13(화) ▶ 2026. 11. 29(일)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7 | T.042-611-9800
www.leeungnomuseum.or.kr

1977년 서울 문헌화랑에서 열린 이응노의 ‘무화발표전(舞畵發表展)’은 신선한 조형적 충격을 보여준 전시였다. 군무, 새춤, 죽엽무, 가족무, 삼인무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과 동식물의 움직임을 담아낸 50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응노는 춤 동작을 정교하게 재현하기보다는 리듬과 동세를 간결하게 포착해 내는 것에 집중했다. 붓놀림의 속도와 팔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신체적 리듬을 통해 붓의 율동감을 ‘춤’이라는 형식을 빌려 공감각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유족의 증언은 춤을 소재로 삼은 그림이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응노는 실제로 무용 공연 관람을 즐겼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좋아했고 작업실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을 즐겨 들었다. 어두운 객석에 앉아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종이 위에 빠른 속도로 스케치하곤 했다. 또한 의상과 무대미술에도 관심을 보여 무용수의 의상을 그린 스케치를 다수 남기기도 했다.
이응노가 춤이라는 소재에 집중하게 된 배경에는 1950~60년대 서양 추상미술과 일본 전위서가 보여준 행위성을 오랜 시간 체화해 온 결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서구 미술계는 회화를 신체적 동작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서예의 동적 특성에 주목했고 일본에서도 문자의 의미를 넘어 필선의 추상성을 강조하는 전위서예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동서양의 미술 흐름이 교차하던 파리에서 이응노는 전통 서예의 붓놀림과 화가의 ‘액션’을 '춤'이라는 개념으로 결합시켜 추상으로 발전시켰고 이는 이후 이응노의 예술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 개념이 되었다. 의미에서 해방된 필선은 시각적 진동으로 화면을 채운다. 춤추는 대상들은 읽히지 않는 문자가 리듬 속으로 확장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새의 날갯짓, 댓잎의 흔들림, 무용수의 회전, 빠르게 흘려 쓴 글자는 모두 화가의 호흡과 움직임을 동력 삼아 붓의 속도와 절제, 획이 지닌 불가역적 시간성을 기반으로 창작되었다. 그의 붓놀림이 펼쳐내는 세계는 역동적이다. 이응노에게 춤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현대회화를 성립시키는 근원적인 운동 원리로 기능하며 서체와 추상을 통합해 현대적 회화를 창조하기 위한 시도였다. 춤을 통해 서체적 추상을 실험했던 이응노에게 ‘군상’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었다. 1970년대의 필획 실험은 1980년대 화폭 전체를 군무로 채워 넣은 ‘군상’ 연작으로 만개한다. 일반적으로 ‘군상’으로 알려진 작품들은 ‘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이응노에게 춤과 붓놀림은 분리할 수 없는 동일한 행위였으며 문자와 사람, 서체와 추상, 구상과 비구상 역시 붓과 몸의 리듬 속에서 하나로 통합되었다. 이는 그가 1970년대부터 ‘무화(舞畵)’라는 개념 아래 집요하게 탐구해 온 핵심 테마였다. 이번 전시는 이 시기의 춤 그림을 중심에 두고 이응노 회화가 도달한 신체성·동세·서예적 사유를 종합적인 시선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응노 作_군무-삼인무 1977_25x31cm_종이에 먹, 색
2전시장 : 붓과 춤 이응노는 한자를 표의문자로서 자연의 형상을 본뜬 기호로 이해했고 이를 서예의 필획에 기반해 리듬과 율동 있는 동세로 풀어내며 문자 자체를 춤추듯 써냈다. 이러한 몸짓의 행위성은 20세기 중반 서구 추상미술의 양식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서구 미술계는 작가의 신체적 행위의 궤적을 기록하는 서예의 특성에서 현대적 추상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응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서예와 문인화의 경험을 통해 선의 움직임과 공간의 설정, 먹과 여백의 관계 같은 서예 고유의 조형 원리가 현대회화의 조형 기본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으며, 자신의 추상화로의 이행 역시 서예로부터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말한 바 있다. 붓을 움직이는 동작과 동세가 그대로 옮겨간 인물·문자의 율동은 필선의 속도와 강약이 응축된 몸짓의 결과물이다. 이응노는 이를 '춤'이라는 소재로 독특하게 풀어냈으며 그 행위성은 서구 추상의 '제스처' 개념과도 상응한다. 이러한 특성은 서체추상에서 발전해 점차 '군상'이라는 큰 움직임으로 확장된다.
3전시장: 춤추는 그림 1977년에 열린 이응노의 ‘무화(舞畫)’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발표하는 자리를 넘어 서체적 양식이 어떻게 춤이라는 회화적 언어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전시였다. 이 전시실에서 소개하는 그림 대다수는 1977년 무렵에 창작된 작품들로 ‘춤’ 양식에 한참 몰두하던 당시 화가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작품들은 붓과 춤의 두 신체 행위 사이의 미학적 접점에 서 있다. 이응노에게 붓놀림은 단순히 쓰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무용수의 손이자, 회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뼈대와도 같은 것이었다. 무용 공연을 즐기고 발레 음악을 즐겨 들었던 이응노는 발레의 시각적 유산을 번안한 작품들도 다수 창작했다. 몇몇 작품은 발레 <페트루슈카>, <불새>의 의상으로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사실적 묘사라기보다는 무용수의 의상이 주는 인상을 필선의 리듬으로 재구성한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동물의 움직임에서도 동세를 관찰하는 화가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4전시장: 가족무 & 드로잉 가족무는 세 명의 인물이 포옹하거나 춤추듯 등장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가족에 대한 화가의 따뜻한 감정과 조형적 탐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가족무 도상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자 ‘좋을 호(好)’에 닿는다. ‘여자 녀(女)’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이 글자는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응노는 ‘좋을 호’가 지닌 행복의 의미를 시각적인 춤사위로 변주해냈다. 드로잉은 화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날것의 아이디어를 여과 없이 실험해 본 조형의 시험대다. 춤추는 대상의 형태와 동세가 직관적으로 포착되어 있어 움직임에 대한 화가의 예리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완성작으로 나아가기 전 작가의 기초적인 설계와 최초의 의도를 알려주는 기록이다. 또한 동물의 움직임에서도 동세를 관찰하는 화가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응노 作_무희 1977_31x31cm_종이에 먹

이응노 作_군상 People 1989_177x98cm_종이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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