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현 展

 

몰라도 되지만 몰르면 안되는 몰의 키링샵 Mol Mol Mol

 

 

 

GALLERY2

 

2026. 10. 8(목) ▶ 2026. 11. 14(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길 204 | T.02-3448-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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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범한 바닐라_플라스틱, 크리스마스초, 대추나무, 아크릴, 곰인형_120x65x55cm_2026

 

 

김웅현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게임, 밈, 대중매체 등 동세대의 이미지 정보를 엮어 가상현실의 허구적 설정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 주제의식을 자신의 개인사라는 내밀한 서사로 확장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하는 장치로서, 이 글은 전시가 상정하는 가상의 주인공 김우주의 관점을 빌린다. 그의 독백은 관객에게 전시의 구성과 함의를 작업의 연장선에서 전달하는 매개임을 일러둔다.

내 이름은 김우주. 지금은 2054년, 나는 27살이다. 조그맣게 키링샵 ‘몰몰몰’을 운영자이자 드론비행사다. 주로 도시에 유령처럼 날아다니는 야생 드론을 잡아 길들인다. 매잡이라고 들어봤는가? 전문 용어로 응사(鷹師). 우리나라에 두 명밖에 없다나.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이 나의 아빠였다. 이 직업이 얼마나 고되냐면, 매를 절대 떠날 수 없다. 밤잠, 낮잠할 것 없이 모든 일상생활을 매와 동행해야 한다. 무튼 아빠는 매에 미쳐 살았고, 그래서 그런가. 나는 신종 응사처럼 도시의 드론을 쫓으며 살고 있다.
키링샵이 썩 잘 되진 않는다. 내가 키운 드론으로 도시에 편재한 무언가를 사냥해 올 때만 〈고리나무〉(2026)라거나 〈몰트리〉(2026), 〈파리의 온도〉(2026)처럼 만들어 진열할 수 있는데, 요 근래 잘 안 잡힌다. 사람들이 느림의 미학을 알아간다. 천천히 살지 말아야, 여유 있게 과거라던가 주변을 돌아보고 살지 않아야 내가 잡을 게 많아지는데…. 그렇다. 내가 말하는 키링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귀여운 장식이 아니라 일종의 관념적인 개념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기억해야 했던 일, 바쁘다는 핑계로 놓친 관계, 후회되는 과거, 지나쳐 버린 추억 따위의 사연 같은 것.
나는 그것을 이미지의 형태로 줍는다. 그리고 대체 어떤 삶을 산 건지 모르겠는 아빠처럼 베베 꼬인 형태의 대추나무를 꺾어와 벽에 붙이고 매단다. 에펠탑 키체인, 모루인형, 서랍에서 나온 앙금으로 만든 가짜 송편, 어느 관광지에나 파는 독수리 장난감 등 누군가에겐 아름답고 누군가는 잊은 추억의 양면성이 키링의 모습으로 분해 있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까지 드론을 잡질 못하는 걸 보면 나도 슬슬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문득 아빠가 생각난다. 사족이지만 우리 가족은 27년 전, 내가 태어나고 아빠를 떠났다. 연고 없이 외톨이가 된 사람. 그런 걸 2026년에는 사회적 고립이라고 말했다지. 매일 매만 돌보니 우리가 더 이상 아빠 옆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분노가 차올랐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가족이야 어떻든 나몰라라였다. 전에 여행을 가자고 졸라 딱 한 번, 기적처럼 프랑스에 갔었다. 아빠는 내내 한국에 맡기고 온 매를 걱정했고 한껏 투덜대다가 우울증에 걸려 먼저 귀국했다. 단 하루, 한 시간도 가슴 한켠에 우리가 섞일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가게에는 아빠나 사람들이 한때 헛되다 치부한 서사들로 가득 차 있다. 조각 형태의 〈X-틴케이스〉(2026), 〈난 평범한 바닐라〉(2026), 〈녹아버린 것들로 만든 와플〉(2026)은 너무 바빠 기념해 본 적 없는 크리스마스, 바닐라처럼 극히 평범해지고 싶었던 바람, 시간과 손가락 사이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는 반죽 등 지나고 나서야 밀려온 미련의 형상화다. 가게 간판 〈몰라도 되는 노래(내 사랑을 받아줘 날 사랑한다 말해줘 예 베이비)〉(2026)는 왜 망가졌냐고?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추억이란 의미심장하게 아스라하고 뻥- 뚫려버린 감각을 되뇌게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만든 루프 영상이다. 어릴 때 아빠가 차에서 자주 듣던 노래가 DJ DOC?의 ‘런 투 유’였던 걸 기억하며. 내가 나오는 가게 홍보 영상 제목도 그래서 HOT라는 가수의 노래 가사에서 따온 〈널 이해한만큼 슬퍼해야 하겠지〉(2026)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 아빠는 응사가 아니라 미술 작가였던 것 같다. 가게 홍보 영상에도 아빠가 우리와 거닐며 미술 생각을 하던 실제 장소들이 등장한다. 나는 2026년에 태어났다고 ‘가정’되었다. 이 역시 아빠가 가공한 미래의 추억일 뿐이다. 과거도, 추억도, 심지어 미래마저 뒷전에 두고 미술 한다는 핑계에 숨어버린 사람. 작업하는 게 삶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아빠는 우리가 떠나고서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2026) 하고 깨달았을 테다.

전시는 가상의 아들을 무대에 세운 채 김웅현이 자기 자신을 메타적으로 관찰하고 희화화하는 일련의 극으로 구성된 것이다. 드론 잡기에 난항을 겪는 김우주에 투사되듯 이 비틀린 연극은 곧 일상의 균형을 지키지 못하고 매 순간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간의 미련을 대변한다. 질 들뢰즈의 주장처럼 욕망은 우리를 탈영토화하고 스스로를 타자로 발견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놓쳐버린 것들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키링샵 ‘몰몰몰’의 모순과 같이, 김웅현은 사회와 개인의 상처, 오류를 관찰하고 그것을 작업의 재료로 삼아 왔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해부하던 이전의 형식 실험에서 비켜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기 삶을 직시하는 한 인간의 자기이론적 시도로서의 확장으로 뻗어간다.

 

 

고리나무_대추나무에 플라스틱, 경주엑스포키링_7x15x60cm_2026

 

 

너네들이 돼지보다 나은게 뭐야?_대추나무, 봉제인형, <변신> 미니책_27x25x58cm_2026

 

 

저 하트모양을 후려쳐_대추나무, 플라스틱, 골프공, <인간실격> 미니책_36x14x59cm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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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1008-김웅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