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展

 

Weeds beyond Names

 

해질무렵 들풀 8호 Weeds around sunset 2026_35x45cm_oil on linen

 

 

Gallery Dam

 

2026. 9. 22(화) ▶ 2026. 10. 5(목)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T.02-738-2745

 

www.gallerydam.com

 

 

강가의 벤치 40호 Bench by the river 2026_80x90cm_oil on linen

 

 

자연에는 고통이라는 할만한 것들이 포함된다. 자연에서는 자주 썩어서 부패하고, 찢기고, 얼어붙고, 메말라 갈라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고통은 점점 피해야 하는 가치로 분류된다. 그렇게 분류된 것 중에는 중요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고통 없는 매끈한 무언가 아래로 가려지는 것들도 있다. 마음의 곪은 상처도, 찢어진 상처도, 흐르기 전에 얼어붙은 눈물도, 메마르고 쓰라린 갈등도 매끈한 도구로 가려진다.

‘이름’과 ‘언어’는 고통스러운 부분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름과 언어는 누군가 보기 불편해 하는 것들을 매끈하게 덮어준다. “나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나 두렵다. 그들은 모든 것을 너무나 명확하게 잘라 말한다. 건드리면, 사물들은 굳어버리고 벙어리가 된다. 당신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생명을 죽여버린다.”라고, 릴케는 말한다.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정해지는 순간 사라지거나 감춰지는 것들이 있다.

도시에 산다는 것이 자연과 먼 차가운 회색이미지를 가진다는 생각은 지나간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에 물리적으로 가깝다고 반드시 자연에 많이 동화되지도 않는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들이 우리의 경험과 인식을 바꾸는 것이 이유가 된다. 첨단 기술이 도시와 자연의 인식 거리를 좁혀주기도 하지만 실제 복잡하고 거치른 자연의 면모는 은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 공유와 빠른 의사소통 도구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 기반 직거래 서비스는 자연을 가까운 거리로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자연이 효율적 소비 대상으로만 보게 되는 필터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멋진 소라 껍데기도 나름에 전해주는 바가 있지만 몇 해전 가까운 사람과 같이 가서 바닷가에서 주워온 여기저기 닳고 깨진 소라의 의미와는 다르다.

자연을 바라볼 떄 이름 붙이기와 언어가 그러했듯 기술의 발전도 대상의 존재를 가까이 가져다 주기도 하고 다른 면으로 감춰지거나 사라지는 것들도 생겨난다. 언어와 기술 모두 유용한 도구들이지만 자연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면 도구들을 내려놓고 잠시

판단없이 있는 여백의 시간이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이름 붙이지 않고, 분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 곁에 머무는 시간. 그 여백에서 우리는 감추어진 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작가노트 중에서

 

 

계곡 옆 나무 6호 Trees by the Valley 2026_40x30cm_oil on linen

 

 

길가의 꽃나무 6호 Roadside Blossom 2026_30x40cm_oil on linen

 

 

나무 그늘과 절벽 10호 Crags and Canopies 2026_50x40cm_oil on linen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922-김재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