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갤러리 신진작가 초대개인전

조민정 展

 

남은 것들의 자리 : 시간과 기억사이의 틈

 

 

 

151갤러리

 

2026. 9. 22(화) ▶ 2026. 10. 11(일)

경기 안양 동안구 동안로257-3

 

www.instagram.com/151_gallery

 

 

낙동면, 2012_43.0x58.0cm_Acrylic on acrylic panel

 

 

그림을 그리는 일은 오랫동안 내가 나를 바라보고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작업을 지속하며 내가 바라보게 된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것과, 사라진 이후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때의 풍경과 함께했던 사람, 그날의 공기와 온도,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했던 마음까지. 나의 작업은 이러한 시간과 기억의 흔적을 화면 안에 머물게 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에게 풍경은 특정한 장소를 재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풍경은 지나간 시간을 불러내고, 그 안에 남겨진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게 하는 매개이다. 따라서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은 하나의 완결된 순간이라기보다 여러 시간이 겹쳐진 기억의 표면에 가깝다.

나는 하나의 풍경을 여러 겹의 화면으로 분할하고 다시 중첩한다. 각각의 화면에는 서로 다른 장면과 시간이 존재하며, 화면 사이에 만들어지는 ‘틈’은 이들을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한다. 이 틈은 단순한 조형적 장치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머문다. 지나간 시간의 감각과 감정,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의 흔적, 말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들이 화면과 화면 사이에 스며든다. 따라서 화면의 층위는 단순히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형성되고 축적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기억의 정확한 재현이 아니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려지고 변형되며, 현재의 감정과 경험에 의해 다시 구성된다. 그래서 나의 풍경 역시 선명한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겹쳐지고 가려지고 드러나는 화면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만든다. 이때 ‘틈’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장소가 된다. 보이는 화면과 그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함께 작동하면서, 작품은 하나의 풍경을 넘어 시간의 구조로 확장된다.

나는 그 구조 안에서 사라지는 것과 남겨지는 것 사이를 바라본다. 사람은 떠나고 풍경은 변하며 순간은 지나가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억은 오래 남고, 어떤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현재의 나를 이루는 일부로 남는다.

결국 내가 그리는 것은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풍경을 통해 남겨진 시간과 마음의 흔적이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틈’은 사라진 것과 남아 있는 것 사이에서 기억과 감정이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자리이다.

나의 작업은 그 자리를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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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922-조민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