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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진 展
원각산중생일수 (圓覺山中生一樹) 열반에 피어난 한 그루 A Tree in Nirvana
원각산중생일수_227.3x162.0cm_oil on canvas_2026
인사아트센터 1층 (본전시장)
2026. 9. 16(수) ▶ 2026. 9. 28(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36-1020
원각산중생일수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5
자연과 일체가 된 치열한 구도와 사색 그리고 형상화의 결정체
정병삼(숙명여대 명예교수)
예술가의 눈은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눈은 마음을 따라 그의 주변에서 세상으로 자연으로 나아가고 우주를 넘나든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붓을 든 시간 못지않게 책과 사귀고 자연을 느끼며 깊은 생각에 든다. 그런 정기가 서린 작품을 대할 때 우리는 작품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작품과 동화된 순간을 가지며, 깊은 울림과 감동을 함께하는 것이다.
김갑진 작가의 작품에 마음이 쏠린 건 「빛선과 소리선」 작품전이었다. 연금술, 현자의 돌이라 이름 붙인 작품들이 준 느낌은 오랫동안 내가 공부한 화엄사상(華嚴思想) 그대로였다. 연기(緣起)를 핵심으로 하는 화엄사상은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 관계성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금 바라보고 생각하는 나와 온 세상은 하나[一]와 전체[多]로 말할 수 있다. 온 세상 속에 내가 있으니 전체 속에 하나가 있다.[多中一] 그 온 세상은 내가 여럿 모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전체는 수많은 하나의 모임이다. 서로 동등하여 형상은 다를지언정 본질은 다르지 않는 하나하나는 전체의 구성요소와 동일하다. 그래서 하나 속에 전체가 모순 없이 일체화될 수 있다.[一中多] 그것이 우리가 온 세상을 온전히 인식하는 이치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이치를 화면에 풀어내고 있었다. 규칙과 법칙의 작용으로 영원성을 담아내고, 질서와 무질서의 연속적 반복을 통해 결합과 분해 방식으로 상호작용의 파동을 만들어낸 작업의 결과였다. 작가는 존재에 대한 영원과 무한의 답변을 형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 공간에서 느꼈던 신선한 기운을 이제 다른 관점에서 만난다.
원각산중생일수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6
이번 전시의 첫 주제로 작가는 원각산을 택했다. 원각(圓覺)은 원만하고 청정한 깨달음이다. 깨달음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원각은 모든 덕을 완벽하게 갖추고 온갖 어둠을 밝히며 홀로 비춘다. 그런 경지가 우리 모두 갖고 있는 한마음[一心]에서 시작되고 결론 맺는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깨달음은 세상을 바르게 파악하려는 관점이다. 그것은 우주가 헤아릴 수 없이 크고 넓은 모습을 갖추었음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그 자체임을 알려는 것이다. 그 근본 이치는 너와 나, 주관과 객관, 사람과 자연, 있음과 없음, 이 모든 대립적 관점이 고정불변의 이치가 아니라, 지금 내가 인식할 뿐이라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모든 인식은 일정한 때 각자의 조건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일 뿐 그 조건들이 사라지면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연기이다. 이렇게 관계 속에서만 인식되는 것으로 파악하면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있고 없음 등 실체가 없는 것들을 구분지어 생각하는 데서 자유로울 수 있다. 깨달은 눈으로 보면 삼라만상 모두가 다를 바 없다. 각자 그대로 자신의 의미를 갖는 존재들이다. 이 자유로운 사유를 지향하는 것이 화엄 연기사상이다. 그리고 이 사유는 이치가 그렇다고 아는 것 곧 지식에 그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수행의 결과는 그런 바른 인식을 얻어 자유로운 사유를 펼치며 바른 길을 걷는 것이어야 한다. 인식이 아닌 체득(體得)이 중요한 것이다.
원각산중생일수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5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며 치밀한 스케치를 마련한다. 이미 그 과정에서 작가의 사유와 성찰은 빛을 발하며 청신한 기운을 뿜어낸다. 그의 작품을 볼 때 완결성을 느끼는 것은 탄탄하고 면밀한 기초 작업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화면에 수백만 번의 붓질을 가한다. 붓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날카롭게 세우고, 마치 칼날 같은 이 붓끝으로 화면과 만난다. 한 올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라는 선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구도자(求道者)의 수행(修行)과 다름없다. 실제 김갑진 작가는 수행자적인 마음가짐이 아니면 화면에서 붓이 나아가질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놀랍게도 연기의 이치를 체득하려는 수행자의 행동을 이미 몸에 익힌 것이다. 작가는 수십 년의 작품 제작 이력을 지녔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오랜 수련 끝에 얻은 형상화 역량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었다. 김갑진 작가만이 지닌 그런 역량은 그가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사색하고 성찰하며, 온몸으로 자연을 탐구하고 껴안은 결과일 것이다. 그것은 구도자의 수행 과정과 유사할 수밖에 없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치열한 사색과 수행을 거듭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지에 오른 구도자의 자리에 섰다. 그래서 그가 빚어낸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그대로 작가의 분신이자 작가 자신이며,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소우주이다.
원각산중생일수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6
원각산은 셀 수 없는 관계성의 터치로 구성한 오묘한 세계 가운데 나무 한 그루를 세운 연작이다. 원각산은 현묘한 이치의 세계로 이끄는 다양한 색조 바탕인데, 나무 또한 곧바로 서 있기도 하고, 한켠에 비켜 서 있기도 하며, 중심을 꿰뚫는 기세를 보이기도 한다. 우주의 근원과도 같은 원각산의 나무는 다름 아닌 우주수(宇宙樹)이다.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고 인간이 아는 모든 것을 엮어내는 우주수는 원각산의 한 구성원이면서 그 자체이다. 구도자의 사유가 다양한 방면으로 전개된 만큼 그림의 형상과 색조와 구성도 각각 나름의 특징을 갖는다. 연꽃이 피어나는 원각산은 좀더 불교적 사유에 접근한 것으로 느껴진다. 연꽃은 온갖 종류의 세상을 다 품고 있는 이상의 세계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상징이다. 탁한 진흙 속에서 고결한 꽃을 피우듯 맑음과 더러움과 같은 온갖 서로 다름을 청정하게 정화해내는 힘을 가졌다. 작품은 푸르고 붉고 따뜻하고 차가운 기운이 제각각 연꽃을 감싸며 이상의 세계로 이끈다.
진공묘유(眞空妙有)는 오묘한 불법의 이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다. 제법(諸法)은 연(緣)을 따라 생겨나 온갖 세계를 드러낸다. 고정된 불변의 실체가 없으므로 무자성(無自性)이며, 그것이 공(空)인 연기의 세계다. 이 연기의 이치는 진공(眞空)이어서 생사에 연연하지 않고, 묘유(妙有)여서 열반에도 구애되지 않는다. 실체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생각에도, 아무 것도 없어 허무하다는 생각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움직임 그대로 고요함이고 고요함 그대로 움직임인 자유로움이다. 당연히 형상과 색감 또한 자유로운 펼침이 전개되는 작품이 진공묘유이다.
원각산중생일수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6
화엄(華嚴)은 온갖 아름다운 꽃처럼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상관을 이루고 있다는 연기를 풀어 말한다. 그러니 꽃처럼 아름다운 형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작가는 화엄 연작에서 필치의 변화를 보인다. 직선으로 수백만 번 내리 긋는 필치에 동글동글 고리가 맺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화엄에서는 우주처럼 광대한 세상에 펼쳐진 연기 곧 상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에는 상상할 수 없는 큰 그물이 펼쳐져 있고, 그 매듭마다 영롱한 보석이 매달려 있다고 한다.[因陀羅網] 그 영롱한 하나의 보석에는 수 천 수만의 다른 보석이 모두 비쳐 드러난다. 각각의 개체는 다른 모든 개체의 반영이고 각각의 개체는 모든 다른 개체 속에 완전하게 현존한다. 작가의 화엄 연작은 점과 선과 면이 끝없이 반복 전개되며 연기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 붓 자국을 따라 우리의 사유 또한 끝없이 펼쳐진다. 김갑진 작가의 작품에 흐르는 맥락은 존재원리 개념방식과 철학적, 수학적, 물리학적인, 방식을 담아 회화의 형식자체로 번역하고, 그 사유를 회화적 사건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루어 낸다. 또한 작품에서 드러나는 색의 밀도는 감정표현 수단을 넘어 존재와 사유의 상태를 드러내는 철학적 언어로 쓰여 있음이다. 선의 반복과 중첩을 통해 우주적 질서를 감각화하며, 존재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회화적으로 풀어내고 회화적 수행으로 귀결시킨다는 것이다.
원각산중생일수_79.5x46.0cm_oil on canvas_2025
김갑진 작가는 긴 시간 자신이 추구하는 뚜렷한 사유의 지향을 화면에 담아 왔다. 까마귀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날갯짓과 검은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묘한 광채와 신비함에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냈다. 깊은 사색에서 우러난 자연과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으로 현대인들의 자기성찰에 대한 자각을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려는 듯 솟구치는 기운을 뿜어냈다. 선을 그으며 명상에 빠져들고 수신하며 참선의 길에 선, 진정 수도자의 자세 그대로였다. 그는 끝없는 존재와 사색을 펼치며 인간과 자연을 관조하고, 그 간절함으로 수없이 선을 긁어내려 삶에 대한 염원과 아름다움을 구현하려 했다. 그 역동적인 몸짓의 저변에 흐르는 힘은 맑은 영혼을 유지하려는 작가의 순수함이었다. 작가가 본질적 근원에 대한 성찰 끝에 내리 긋는 선들의 쌓임은 무한으로 가는 과정이며 가득 찬 충만과 텅 빈 충만의 무(無)의 세계로 가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인 화면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하나이며, 무한이고 무질서이면서 질서이고, 시간과 공간의 응축이자 확장이었다. 침류(沈流)와 회닉(晦匿)과 선요(鮮曜) 작품은 이런 여정의 산물이었다. 온전한 이성을 찾아 철학, 과학, 환경, 이성, 감성, 현상계, 비현상계, 우주 자연의 무한한 전개 속에 하나의 진리로 통하는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의 작업이었다. 그 존재의 바탕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물지정(物之情)전을 열었고, 인간 존재와 우주 만물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화광동진(和光同塵)전을 열었다. 빛의 소리와 우주의 진동에 영혼과 에너지를 녹아 부으며 만다라전을 열었으며, 응축되고 분해되어 한데 어우러진 도가니를 응시하면서 존재의 근원에 다가서려는 몸부림으로 빛선과 소리선전을 펼쳤다. 작가는 우리 삶의 소중함을 살아있는 모든 감각의 연속적인 현상적 전개 과정 속에서 인식한다. 이는 경지에 이른 구도자의 인식과도 같다. 그 인식은 완성된 귀결점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앞으로도 순간순간들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느끼며, 보듬어 받아들이고 맞이하며 살아갈 것이다. 작가는 끝없이 사색하고 성찰하며, 선을 긋고 펼치면서 새로운 조형을 생성해 나갈 것이다. 오직 그 길만을 꿋꿋하게 걸어가며 놀라운 작품들을 세상에 펼쳐낼 것이다. 우리가 그런 그를 지켜보는 즐거움은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이어질 것이다.
화엄_227.3x162.0cm_oil on canvas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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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진 | Kim GapJin
개인전 | 2026 원각산중생일수(圓覺山中生一樹) (서울,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 | 2024 연금술 (빛선과 소리선) (서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 2021 만다라-블루 (서울, 인사아트센터 G&J갤러리) | 2020 화광동진(和光同塵) (순천, 해지면 열리는 미술관) | 2019 물지정(物之情) (서울, Able fine art gallery) | 2019 The law of nature (뉴욕, Able fine art gallery N,Y) | 2018 푸른 사람들 (고흥, 도화헌미술관) | 2018 나무와 까마귀의 변주 (서울, 미술세계갤러리) | 2015 회닉(晦匿) (서울, 토포하우스) | 2013 침류(沈流) (순천, 주영갤러리) | 2011 존재(存在)와 사색(思索)Ⅱ (서울, 인사아트센터) | 2010 존재(存在)와 사색(思索)Ⅰ (서울, 무역전시컨벤션센터) | 2009 오유지향(烏有之鄕) (서울, A&S갤러리) | 2007 신화(神話)-까마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 2006 현(玄).황(黃)-제부도 (순천, 문화예술회관) | 2004 벽(碧).암(巖)-소나무 (필리핀, 국립현대미술관) | 2004 울음-나무,바위,산 (안산, 단원미술관) | 2012~ 현재 (곡성, 김갑진 명상갤러리 상설전시)
단체전 및 초대전 | 1999 미술세계대상전 (까마귀) 서울시립미술관 | 1999~2026 단채전, 회외전, 초대전 등 200여회
현재 | 전업작가
E-mail | kimgapjin.art@gmail.com Homepage | kimgapj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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