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보희 展
TOWARDS: There Was Light

Towards 2026_캔버스에 채색_200x291cm
Gallery Hyundai
2026. 8. 26(수) ▶ 2026. 10. 1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4 | T.02-2287-3500
www.galleryhyundai.com

Towards 2026_color on canvas_130x97cm
“정지된 화면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곳과 저곳과 그곳이 같은 순간에 마주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고정된 평면 위에 펼쳐질 수 있다는 것. 경이롭게 생각합니다.” —김보희, 2026년 7월
갤러리현대는 8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김보희(1952년생)의 개인전 《TOWARDS: There Was Light》을 개최한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the Days》(2022)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88년 《김보희 작품전》 이후 38년 만에 갤러리현대와 함께하는 개인전이다. 《TOWARDS: There Was Light》은 지난 40여 년간 자연을 바라보고 그 안에 감각과 시간, 생명을 회화에 담아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빛’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조망한다. 전시에는 2026년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공개됐던 대규모 회화 작업 〈The Days〉(2022)를 비롯해, 제주 정원과 바다, 꽃과 열매, 반려견 레오 등 작가의 삶 가까이에 존재하는 풍경과 생명을 담은 연작 〈Towards〉의 신작까지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김보희는 한국화의 전통을 단순히 계승하거나 서구 회화의 형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동양화의 재료와 조형 감각을 현대회화의 색면과 확장된 스케일에 유연하게 접목하며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왔다. 캔버스와 한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물, 아교 등을 섞어 여러 차례 입히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색은 화면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중첩되며 특유의 깊이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는 자연을 오래 응시하는 시간, 그 풍경이 기억 속에서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 잡는 시간, 그리고 이를 다시 화면 위에 구성하는 시간이 함께 포개진다. 따라서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바라보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시간과 감각이 어떻게 하나의 풍경으로 다시 나타나는가에 있다. 서로 다른 순간과 장소에서 경험한 자연이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거쳐 하나의 평면 위에서 만나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 가까운 것과 먼 것, 실제의 풍경과 내면의 심상이 공존하는 구상적 화면으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회화적 과정에서 김보희에게 빛은 자연을 바라보는 감각적 기준이자 그 안에 흐르는 시간과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매개이다. 낮과 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은 같은 정원과 바다를 매 순간 다른 색과 모습으로 드러낸다. 김보희는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기억한 뒤 자신의 감각과 내면을 거쳐 화면 위에 다시 구성해 왔다. 빛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최근 제주 풍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1970년대 초기 작업에서부터 새벽녘 숲 사이로 번지는 빛과 강물 위에 일렁이는 윤슬을 포착했으며, 이후 강렬한 햇빛 아래 드러나는 짙은 초록과 바다의 수평선, 차고 기우는 달,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빛에 의해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Towards 2026_color on canvas_60x73cm
전시 제목 《TOWARDS: There Was Light》은 어둠 속에서 처음 빛이 드러나며 세계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창조의 순간을 환기한다. 이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 온 자연에 대한 감사, 경외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동시에,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변화와 시간을 감지하고 이를 회화로 옮기게 하는 근원적인 조건으로 확장된다. 빛이 있음으로써 세계의 색과 형태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듯, 김보희의 회화 역시 빛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을 오래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그 시선 안에는 서로 다른 계절과 시간, 지나온 장소와 풍경, 그곳에서 마주한 수많은 생명과 순간들이 기억과 감각의 층위로 축적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There Was Light’은 단지 세계를 밝히는 하나의 빛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오며 바라보고 기억해 온 수많은 시간과 경험을 현재의 화면 위로 다시 불러내는 빛이자, 서로 다른 시공간을 하나의 회화적 풍경으로 이어주는 은유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연작명 〈Towards〉가 결합한다. ‘Towards’는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하기보다 그 너머를 향하는 시선과 태도를 의미한다. 제주에서의 삶은 이러한 시선을 작가가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는 세계로 이끌었다. 직접 가꾼 정원의 야자수와 꽃, 열매와 씨앗, 매일 마주하는 바다와 수평선,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반려견 레오는 자연스럽게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잎과 씨앗을 들여다보던 시선은 한 그루의 나무와 정원 전체로 확장되고, 다시 바다와 수평선 너머를 향한다. 부분에서 전체로, 가까운 것에서 먼 것으로 이동하는 이러한 시선 속에서 작은 생명과 광대한 풍경은 서로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서로 다른 차원으로 나타난다. 씨앗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바다로, 눈앞의 작은 생명에서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듯, 김보희의 회화 역시 하나의 완결된 풍경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그 너머를 향한다.
전시 공간은 이러한 시선의 이동과 빛의 변화를 세 층에 걸쳐 펼쳐 보인다. 전시장 1층에서는 제주 정원의 꽃과 식물, 반려견 레오, 바다와 석양을 담은 〈Towards〉 연작의 신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는 정원에서 먼 풍경으로 확장되는 시선을 보여준다. 햇빛 아래 선명하게 드러나는 식물의 색에서 석양이 물든 하늘과 바다에 이르기까지 김보희는 익숙한 장소를 매 순간 다른 색과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2층에서는 시선의 거리와 회화의 스케일이 한층 확장된다. 수평선 너머로 열린 바다와 화면을 가득 채운 야자수 잎과 열매, 그리고 2022년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처음 공개되고 올해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다시 선보인 대규모 회화 〈The Days〉가 자리한다. 이는 하나의 정지된 평면에서 서로 다른 순간과 장소를 함께 은유하는 김보희 회화의 시공간적 감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지하 전시장에서는 낮의 다채로운 색채에서 벗어나 달빛과 새벽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을 만난다. 먹색과 백색, 깊은 청색으로 색채가 압축되고 산과 숲, 물길은 간결한 윤곽과 면으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세 층을 이동하며 같은 세계가 빛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김보희를 ‘제주의 풍경을 그리는 화가’라는 익숙한 범주를 넘어, 한국화의 조형적 유산을 동시대 회화의 언어로 확장하며 한국 현대회화의 독자적인 지평을 구축해 온 주요 작가로 새롭게 조명한다. 오랜 관찰과 기억, 반복을 거쳐 형성된 그의 회화에서 자연은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빛과 시간에 따라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살아 있는 세계로 나타난다. 《TOWARDS: There Was Light》은 그 변화 앞에 오래 머물러 온 김보희의 시선을 따라가며, 하나의 정지된 평면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기억과 감각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회화는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눈앞의 풍경 너머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향해 시선을 열어가는 장소가 된다.

Towards 2025_color on canvas_73x91cm

Towards 2026_color on canvas_162.2x130.3c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