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FRANK 展

 

Berlin

 

Sea, 2020_Mixed media on box_31x24cm

 

 

OMG

 

2026. 8. 7(금) ▶ 2026. 8. 22(토)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12길 8 지하층 101호 | T.02-797-9989

 

www.omg-kr.com/index

 

 

녹사평 나무와 퍼즐구름, 2026_Acrylic on canvas_45.5x53cm

 

 

프랭크는 다음달 베를린으로 떠난다.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어느 즈음에 그녀의 마음이 있을 거다. 작가는 미지의 세계인 베를린을 헤아려 가는 시간을 가졌다.

“저 멀리 있는 태양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다시 봤더니 그건 내가 예측하지 못한 어떤 것이었다. 미궁 같은 모습이다.”

전시장 좌측 벽면을 가득 채운 설치작품 <망원경>의 폭은 5미터이다. 중앙은 미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상태이고, 좌측은 그 망원경으로 미궁을 바라보는 작가를 다시 본 모습이다. 우측은 두 망원경의 렌즈를 나타낸다. 두 개의 렌즈가 하나로 맞추어져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작가는 미지에 관한 어떤 조율을 끊임없이 자신의 객관적인 상태에 놓으며 조율해왔다.

기계자수로 놓인 자동기술법의 드로잉들은 작가가 오랫동안 숙련해온 기법이다.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팝업을 열기도 했는데, 그녀가 만든 옷들을 보면 한글과 영어 그리고 주소나 날짜 등 어떠한 경계도 없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어떠한 상징처럼 새겨놓는다. 광목천에 올라간 수채는 천이 가지고 있는 텍스처와 안료와 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관계를 일으키는 매개로서, 자신의 상태를 지속해서 새겨내는 듯 보인다.

베를린이라는 미지를 생각하며 만든 <나침반>과 <닻>, <돛>은 버려진 옷을 자르고 꿰매며 조합했다. 우주나 심해 같은 미지에 도입할 나를 위해 팔 부분의 절개선에서 동그라미를 찾아 구멍이 숭숭 난 돛을 만들어내고, 버려진 후드티에서 ‘닻’을 떠올려 증식하듯 자연을 비유해냈다. 프랭크의 ‘닻’은 달마다 그녀의 마음을 구현해 낸 연 같아 역설적으로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무제, 2026_Acrylic on canvas_65.1x65.1cm

 

 

프랭크가 미궁 앞에서 자신의 희망과 두려움을 헤아리고, 다시 한번 자신을 바라보고 유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뚜렷하게 만난 것은 그녀 자신이다. 기원전 2세기경 아즈텍인들이 발견하고 ‘신들의 도시’라고 이름 붙인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에 세워져 있을 것만 같은 그녀의 자유로운 드로잉은 마치 시간의 매개자와 같다. 테오티우아칸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발견되었고, 건축 문명 자체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풀리지 않는 미제는 신비롭게 남아있을 수 있다.

다만 그 미지에 놓인 자신의 상태에 집중할 수 있다면, 외부와 연결되고 시간을 건너뛰어 모든 것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의 매개체인 몸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비밀을 알아버리면 더 이상 비밀일 수 없듯, 프랭크의 작업을 살펴보는 일에서 ‘무슨 의미일까’를 찾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미지를 즐기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면, 스스로도 자신과 물질과 정신과 언어와 비언어를 구분 짓기 이전에 내가 모르는 나, 극한의 미지인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프랭크의 말처럼 “중요한 것을 봐야 한다면 둘이 모두 제자리에 앉아있는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시간을 느끼고, “아 맞다, 원래 이건데. 일상의 기쁨이다. 순간 너무 선명히 보였다가 불꽃놀이처럼 사라졌다.” 사라진 것을 헤아려 보는 거다.

그녀의 작은 메모 몇 개를 공유한다.

<또 만나는 방법>
“우리가 또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근데 나는 꿈에서 보고 싶어 / 같이 잠을 자는 것도 좋지만 / 우리 각자의 방 침대에 / 누워 동시에 잠들어 / 다른 방법으로 만나 시간을 보내고 싶어 / 그 ‘방법’이라는 기계를 만들어 볼게”

<몸이 무거워진 이유>
“우린 하나인 동시에 여러 명이어서 / 시간도 각각 나누어 써야만 했다 / 설 자리가 비좁아지고, 시간에 쫓기는 채로 / 예민해진다 / 저 뒤에 예전에 붙인 이름표가 떨어진 / 이유들이 자유롭게 춤추고 있다”

<엎드려서 기도하지 마세요>
“...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 항상 안정적으로 등에 붙어있어서 / 스스로 쉽게 알아챌 수 없다”

<너>
“내가 사랑하는 네가 / 내 눈앞에 보일 때도 좋지만 / 사실 보이지 않을 때 더 좋아 / 내가 혼자인 채로 보이지 않는 너와 만날 때 / 우린 진정으로 함께하는 거야 / 그 마음이 사라진다면 내가 베를린을 찾을 이유가 / 하나도 없어.”

사실 베를린이라는 것은 없다. 오직 미지의 내가 있을 뿐.

 

 

카페, 쌍둥이, 2026_Acrylic on canvas_38x45.5cm

 

 

달, 2026_Acrylic on canvas_30x30c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807-프랭크 FRANK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