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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영 展
경계의 숨

아트스페이스퀄리아
2026. 8. 6(목) ▶ 2026. 8. 18(화)
서울 종로구 평창11길41 | T.02-379-4648
www.artspacequlia.com

Eyesight_wheel throwing, glass casting_400x400x400mm_2024
엉킨 것들 사이로 숨을
기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한자어 ‘기준(基準)’의 어원은 “수평을 재기 위해 땅 위에 세워놓은 도구”를, 영어 ‘standard’는 “전투에서 군대의 집결 지점이 되는 눈에 띄는 깃발이나 표식”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이 관념은 어원에서처럼 무언가를 표시하는 단순한 문제로 접근할 수 없다. 대상을 마주할 때, 우리는 받아 들일 것과 배제할 것 사이에 철저히 경계선을 긋는다. 무언가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부여되어 세워지는 깃발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되고, 외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다시 말해, 기준은 인간이 자신의 내적 요인으로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단단히 얽혀있는 외부와의 관계로부터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이다. 문재영은 이러한 형성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에서 출발하여, 그 관습이 우리의 사유를 쥐고 있는 양식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초기 작업은 일상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일상 속 스며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규범을 가시화한다. <Eyesight>는 떡과 김치 같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시장의 음식들을 파인 다이닝(fine dining)에서 사용될 법한 접시에 놓아 전자와 후자를 나누는 선을 없애버린다. 이로써 음식의 가치는 음식 자체보다는 보여지는 방식과 가격에 따라 판단된다는 것이 드러난다. <Tether>에서는 아이의 땋은 머리 이미지를 가져온다. 작가는 ‘땋은 머리’ 에 ‘머리카락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하나로 묶어낸 머리 스타일’ 이상의 사회가 부여한 코드가 작동되고 있음을 포착한다. 머리를 만져줄 보호자의 충분한 시간과,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는 가정환경 등, 보이는 것 이상의 사회적 조건들이 하나의 이미지에 덧씌워져 있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대상을 실제로 마주할 때, 가장 첫번째로 얻는 것은 눈을 통해서다. 하지만 수용자의 판단은 시각 정보 외의 사회문화적으로 재생산된 규율 에 따르고 있음을 작가는 지적한다. 이후 문재영은 흙과 유리의 재료적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Originals>는 도자의 캐스팅(casting) 기법을 유리로 재조형한다. 이는 투명한 유리로 도자의 석고 몰드가 지닌 자연적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원형’을 복제하기 위한 ‘틀’은 석고의 마모로 인해 뒤틀림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오차 없는 완벽한 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절대적이라는 것은 착각이자 그것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노력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Dancing Planter>에서 작가는 중력으로 인해 무너지는 흙을 손으로 받쳐가며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온전한 형태를 가르고, 다시 중심축을 맞추기 위해 원래의 형태는 사라지고, 화병의 기능조차 잃는다. 하지만 기물은 새로운 중심을 찾아 서게 된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질문한다. 과연 기준이란 그토록 단단한 것인가? 그것에 부합하지 않다 해서 정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작가는 재료 본래의 불완전한 특성과 자신의 수행적 행위를 결합하여 이 질문들에 대해 대답해 보려 한다. 앞서 기준의 어원을 설명하며 그것이 ‘깃발’의 의미로 기능했던 것을 언급했다. 문재영이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관념을 형성하는 외적 요인을 벗기는 것보다는 그 깃발을 세운 관계들을 제대로 직시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사유를 흔드는 수많은 것들은 서로 엉켜 있고, 제각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작가는 경계의 호흡에 자신의 호흡을 포개어 경계 사이의 틈을 더듬고, 그 숨이 어떤 경로를 따라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살핀다.《경계의 숨》은 작가와 경계의 호흡이 만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깃발을 세운 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문재영의 호흡이 남긴 긴 기록이다.

Thther_glass casting_80x400x70mm_2025

originals_glass_1400x80x100mm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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