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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진 展

gallery is
2026. 7. 15(수) ▶ 2026. 7. 21(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비워냄의 순간, 숨결이 피어나다”
나는 달항아리를 그릴 때마다 ‘비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비워진다는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다시 채워질 수 있는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내 감정과 시간을 조용히 쌓아 올린다.
달항아리의 표면을 따라 생겨난 ‘크랙(균열)’은 눈으로 보는 결함이 아니라 시간의 숨결이 지나간 자리다. 그 미세한 틈은 나에게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자 감정이 스며든 내면의 결로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부서질 듯 연약하기에 더욱 ‘살아있는 시간’을 담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 위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물방울은 내 안의 감정이 응결된 순간이며, 멈춰 있는 듯하지만 이내 사라지는 찰나의 생명이다. 하나의 물방울이 떨어지고 다시 맺히는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존재의 순환과 회복을 느낀다.
크랙과 물방울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균열이 과거의 흔적이라면, 물방울은 현재의 숨결이다. 그 둘이 공존할 때, 달항아리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공명하는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나는 그 생명감을 그리고 싶다. 완전함보다 불완전함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는 세계, 비워내는 순간 오히려 채워지는 감정의 여백, 그 속에서 나의 달항아리는 오늘도 조용히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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