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 展

 

두께를 잃어버린 Losing Thickness

 

 

 

10의n승

 

2026. 7. 10(금) ▶ 2026. 7. 31(금)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연길 62

 

www.instagram.com/tentothen

 

 

 

 

 

 

호흡하는 몸들이 하는 기억_김재원 부분발췌

정민기 작가는 평면의 천 위에서 출발한다. 캔버스의 크기에 맞춰 잘린 천은 아직 회화도 조각도 아니다. 그것은 가능성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물질이다. 천은 접히고 구겨지고 봉합되며 솜을 품고 점차 부피를 획득한다. 손끝에서 움직이는 천은 마치 흙을 다루는 소조 작업처럼 형태를 얻고,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인간과 동물, 식물의 이미지들은 서로 관계하며 하나의 형상으로 응집된다. 그리고 색채가 입혀지고 세부가 더해지면 그것은 공간을 점유하는 하나의 조각이 된다. 그 형태의 조각들은 공간을 점유하고 그림자를 만들며 물리적 무게를 획득한 형상들은 분명 살아 있는 몸처럼 보인다. 천으로 이루어졌음에도 그것은 완전한 입체이며 존재의 무게를 가진 하나의 몸이다. 정민기의 조각은 그렇게 탄생한다. 그것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억이 잠시 몸을 얻은 상태이며, 시간과 감각이 물질의 형식을 빌려 나타난 하나의 존재이다.

 

 

 

 

그러나 《두께를 잃어버린 Losing Thickness》에서 중요한 것은 조각의 탄생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조각이 가장 완전한 상태에 도달한 순간 그것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조각의 피부를 이루던 봉합은 풀리고, 부피를 유지하던 구조는 무너진다. 공간을 점유하던 몸은 다시 납작한 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작가 스스로 개입하는 현장으로 퍼포먼스와 영상의 형태로 기록한다. 입체는 사라지고 조각은 죽는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접힘의 흔적, 봉합의 자국, 압력의 기억, 색채의 잔상은 해체 이후에도 표면 위에 남는다. 작가는 그것을 다시 펼치고 다림질한다. 그렇게 남겨진 화면은 하나의 회화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의 평면과는 전혀 다른 상태의 평면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화면이 아니라, 한 번 몸이 되었고 한 번 생을 통과한 존재의 기억을 품고 있는 화면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조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조각이 사라진 뒤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일의 퍼포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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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710-정민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