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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빈 展
겸허히 어두운 밤을

GALLERY BELLE VIE
2026. 6. 27(토) ▶ 2026. 7. 18(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146길 9 행담빌딩 1층 | T.02-543-9180
www.gallerybellevie.com

겸허히 어두운 밤을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2년 전, 공을 많이 들여 지은 집이 불타올랐습니다. 상실의 고통 위에 기둥과 석가래를 세우고, 진부한 슬픔의 이야기들을 널빤지 삼아 십여 년의 세월 동안 덧붙여 지어 올린 나의 집.
그곳에서 지새운 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어둠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어둠보다는 빛을, 슬픔보다는 희열을 갈망하며, 석양이 가장 붉게 타오르던 날 불길이 번진 집을 뒤로한 채 더 나은 양지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일까.
가던 길을 멈추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다시 그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완전히 연소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하얀 재가 되지 못한 채 지난 열기의 기억만 품고 식어버린 숯덩이들. 나와 같은 미련이 남았는지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눌어붙어 있는 그을음들. 나는 그 안쓰러운 친구들을 쓸어 담아 다시 품에 안았습니다.
숯을 빻아 만든 가루로 물감을 만들어 조각에 칠합니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온기를 오래 품을 줄 아는 녀석이라 무척 따뜻해 보입니다. 그을음을 긁어모아 만든 먹물을 나무에 입히고, 생채기를 내듯 칼로 한 줄 한 줄 새겨 사람의 형상을 그려냅니다. 칠흑 같은 어둠의 바탕 위에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밝은 상흔이 남고, 그 상흔들이 얽히고 모여 한 사람을 이루어 갑니다. 그 모습이 꼭 고통을 견디고 쌓아 올리며 성장해 가는 우리의 모습 같아 안쓰럽지만 사랑스럽습니다.
2년 전, 저는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태양이 소멸하는 순간을 노래했습니다. 그러나 신의 섭리는 언제나 그러했듯 우리를 다시 아득한 밤으로 이끕니다.
도래한 어두운 밤. 이제는 그 어둠마저 자연의 조화임을 압니다. 어둠 또한 삶의 일부임을 알기에, 나는 오늘 밤 그 안쓰러움들과 나란히 앉아 나지막이 흥얼거립니다.
겸허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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