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혜 展

 

절실한 만남, 잃어버린 풍경을 찾아서

Earnest Encounters, In Search of the Lost World

 

절실한 만남Ⅹ. 28_2026_Mixed media on canvas_130.3x162.2cm

 

 

 

2026. 6. 25(목) ▶ 2026. 7. 5(일)

관람시간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8 | T.02-720-5114

 

www.kumhomuseum.com

 

 

절실한 만남Ⅹ. 25_2026_Mixed media on canvas_91x116.8cm

 

 

종이띠로 엮어낸 ‘나와 너’의 세상

 

서성록 안동대 명예교수

 

현대 사회가 소외와 파편화, 또는 욕망에 몰두할 때, 위영혜의 작품은 역설적으로 풍성한 ‘생명의 에너지’와 ‘포용의 서사’를 뿜어낸다. 작가가 천착해 온 ‘절실한 만남’이라는 주제 역시 이러한 미학적 지향점과 짝을 이루며 진행된다.

작가는 일일이 손으로 종이를 찢고, 색을 입히고, 이를 다시 캔버스 위에 촘촘히 붙여나가는 콜라주 기법을 고수한다. 정해진 규칙 없이 임의적이고 불규칙하게 찢긴 종이 개체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를 지닌 채 화면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무수한 종이 띠들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흐름은, 흡사 소용돌이치는 물결이나 대지 위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군락을 연상시킨다. 물감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종이 특유의 촉각적 물성과 중첩성은 화면 가득 복잡성과 모호성을 부여하며, 감상자로 하여금 암시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수많은 종이 개체를 찢고 붙여가는 과정은 그의 작업을 형성하는 독자적인 조형 수법이자 사유의 여정이다. 그가 이 고단한 공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종이 개체들의 관계망에서 찾을 수 있다. 작품 속 종이 개체들은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닌 채 다른 존재와의 만남을 도모한다. 작가는 이를 ‘끌어안음, 눈맞춤, 포용’과 같은 다양한 만남의 양상으로 기술했다.

인간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종이의 관계 역시 대단히 상징적이며 복합적인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주어진 목적지를 완주하기도 하고 동행(同行)이라 여겼으나 이내 어긋남을 확인할 때도 있고, 도무지 겹치지 않을 듯한 이질적인 패턴이 뜻밖에 하나의 공통된 지반 위에서 조우할 때 경탄 어린 반응을 자아내기도 한다.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다가도 어느 순간 봄눈 녹듯 서로를 수용하는 역동적인 드라마가 그 얇은 종이의 틈새마다 깃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작업 속에서 우리는 기대와 배신, 낙망과 벅참 등의 복합적인 인간적 감정마저 느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특이점은 이 반복 작업이 작가에게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몰입의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중심에서 시작된 형태와 색채의 파동은 천에 염색이 들듯 순식간에 화면 전체로 번져나가며, 시각적 유희를 넘어선 영혼의 멜로디를 복원한다. 화면 전체를 아우르는 이 진동과 호흡, 그리고 원심력은 거부할 수 없는 근원적 이끌림, 즉 존재들을 결속시키는 신성한 중력의 현현(顯現)이라 할 수 있다.

 

 

절실한 만남Ⅹ. 26_2026_Mixed media on canvas_91x116.8cm

 

 

작가중에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평하는 작가, 그 반대로 도상 자체의 탐구에 몰입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삶과의 연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가도 있다. 위영혜의 경우는 맨 마지막에 속하며, 따라서 그의 작업은 삶에 대한 깊은 숙고와 성찰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서 과연 ‘관계’(근래의 화두는 ‘만남’)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수행적 방편으로 콜라주라는 행위를 제시한다.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국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다. 위영혜의 화면에서 낱낱의 종이 조각들이 부딪치고 포개어지는 행위는, 인간 삶에서 이루어지는 ‘서로 끌어안음, 눈 맞춤, 그리고 조건 없는 포용’에 대한 은유다. 작가가 말하는 ‘만남’이란 관념적인 상태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친밀과 연합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화’라는 표현보다는 ‘받아들임’과 ‘내어줌’과 같은 상보적, 이타적 성격이 더 강하다.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세계의 표현이기보다는 우리가 소망하는, 있음직한 세계의 표현이다.

결국 위영혜의 <절실한 만남> 시리즈는 평화로운 세계의 회복을 꿈꾸는 예술적 변증이다. C.S. 루이스가 일찍이 유한한 실재의 ‘문지방’(threshold)을 넘어 영원의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에 대해 언급했듯이 작가는 바로 그러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간다.

최근 작가의 근작은 순수 추상적 패턴을 넘어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운 풍경적 추상으로 시선을 확장해 가고 있다. 형태의 움직임은 활발해졌고 색상 역시 한결 밝아졌는데, 이는 만남의 모멘텀을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그의 작품은 무겁고 힘겨운 이 땅의 중력을 거슬러, 영원의 품 안에서 누리는 참된 자유와 희망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위영혜가 직조해 낸 촘촘한 색종이의 세계는 ‘나와 너’가 함께 어우러져 피워낸 평화로운 세계를 우리 눈앞에 가져오려는 요구이자 소망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마치 비둘기가 신선한 올리브를 입에 물고 방주를 찾아오는 소망에 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절실한 만남Ⅹ. 27_2026_Mixed media on canvas_130.3x162.2cm

 

 

절실한 만남Ⅹ. 29_2026_Mixed media on canvas_130.3x162.2cm

 

 

 

 

 
 

위영혜 | 魏永恵 | WUI, YOUNG HYE

 

E-mail | artyhw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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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625-위영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