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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현, 황호석 展
As soft Things Harden : 무른 것들이 굳는 동안

GALLERY HESED
2026. 6. 6(토) ▶ 2026. 6. 27(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458-6번지 네오빌딩 1층
www.galleryhesed.com

하정현 作
갤러리헤세드는 오는 6월 6일부터 시작될 전시 《무른 것들이 굳는 동안》에서 두터운 오일의 물성으로 각자의 회화적 세계를 확장해온 하정현, 황호석 두 작가의 작업을 나란히 선보인다. 두 작가의 화면에서 유화 물감은 이미지를 이루는 재료임과 동시에 각자의 시간이 머문 흔적으로 작용한다. 물감은 덩어리진 채 얹히고 밀리기를 반복하다 끝내 덮인 자리 위로 다시 올라온다. 그 반복 속에서 화면은 작가들의 감정과 감각이 훑어낸 자리들을 재료삼아 천천히 쌓아 올린다.
유화 물감은 쉽게 마르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정 시간 동안 무른 상태를 유지하는 이 재료의 성질은 작가에게 다소간의 머뭇거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붓질과 함께 덧입혀진 물감은 이전의 흔적을 품은 채 다음 층위를 만든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화면 위에 쌓이게 되는 것은 잔상과 색, 그리고 작가의 신체가 남긴 압력과 속도다. 밀어낸 자리, 눌린 자리, 다시 덮인 자리마다 작가의 흔적이 다른 두께로 드러난다.
하정현은 추상의 언어 안에서 색과 질감이 쌓아 올린 개인적이고 내밀한 흐름을 다룬다. 그녀의 화면은 물감이 서로 밀고 당기며 만들어내는 리듬을 따라 움직인다. 색은 평면 위에 놓인 면으로서 작용함과 동시에 덩어리로 응축되어 화면 안에 그녀만의 박자로 느린 긴장을 만든다. 이 긴장들은 표면에 가만히 머무는 힘의 형태로 감지된다.

하정현 作

황호석 作
황호석의 화면에는 구상의 단서가 남아 있다. 대상의 윤곽은 두터운 물감 속에서 흐려지고 밀려나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른다. 이미지는 해체된 표면 사이를 오가며 화면 안에 불완전한 잔상을 남긴다. 그의 작업에서 윤곽은 물감의 층위 사이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흔적이 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다. 하정현은 물감의 추상적 흐름을 통해 화면의 리듬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반면, 황호석 작가의 작업은 윤곽이 무너지고 다시 떠오르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와 감정의 흔들리는 상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결국, 두 화면은 굳어가는 물감의 시간 안에서 나란히 놓여진다. 전시를 통해 두 작가의 감정과 기억을 물성삼아 나타난 장면들이 저마다의 결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따금씩 굳어진 표면이 꼭 그저 정지된 결과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지나가버린 움직임들이 있다. 덮인 것은 결코 덮여 사라지지 않고, 흐려진 이미지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생명을 얻어 살아낸다. 이렇게 《무른 것들이 굳는 동안》은 두터운 물감의 표면 위와 아래에 남겨진 두 작가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황호석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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