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e 展

 

이호인, 최모민

 

 

 

nook gallery

 

2026. 6. 5(금) ▶ 2026. 6. 27(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4길 8-3 | T.02-732-7241

 

www.blog.naver.com/nookgallery

 

 

이호인 作_노란 길, 2026_캔버스에 유채_41x31.8cm

 

 

Trace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인간이 머무는 공간과 매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단순한 시각적 장면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숨결과 감각, 반복된 시간과 희미해진 기억들이 보이지 않는 층위로 켜켜이 쌓여 있다. 이호인과 최모민의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되고 스며들며, 때로는 지워지는 삶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화를 구축해 온 두 작가는 각자의 화면 위에 시간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며, 삶이 축적되는 방식과 회화가 그것을 담아내는 태도를 탐색한다.

최모민에게 방과 생활 공간은 인간의 내면과 태도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장소이자, 삶의 리듬이 스며든 풍경이다. 최근 그의 시선은 인물 자체보다 인물이 머무는 ‘방 안의 풍경’으로 깊숙이 향한다. 방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시작된 이러한 탐색은 현대 사회 속 은둔에 대한 문제의식이자,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면서 동시에 실제 작업실 풍경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화면 속 방은 단순한 고립의 공간이 아니다. 습도가 감도는 방 안에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도모하려는 은유적 행위들이 미세하게 진동한다. 여기서 인물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인물은 분위기와 행위성을 환기시키는 매개에 가깝고, 화면의 중심에는 방 안을 채우는 사물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파편적 서사가 자리한다. 최근 최모민의 회화는 대상의 재현보다는 그리고 덮고, 다시 해체하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화면 위에 다층의 시간을 축적해 나간다. 그는 목탄과 파스텔을 이용해 작은 화면과 큰 화면을 오가며 붓질과 구성을 차근차근 연습한 뒤, 유화의 밀도 있는 층위를 완성한다. 인물의 구체성이 흐려질수록 사물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렇게 완성된 그의 회화는 단순한 공간의 재현을 넘어, 작가가 캔버스와 마주하며 몰입했던 시간의 농도이자 삶이 남긴 감각의 흔적으로 자리한다.

 

 

이호인 作_노란 밤, 2026_캔버스에 유채_37.8x45.5cm

 

 

이호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관심에서 출발해 도시를 거쳐,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적 여정 위에 놓여 있다. 그의 작업은 완전한 추상으로 향하기보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창밖으로 야경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처럼 ‘소소하면서 시간에 관한 것들’을 응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의 화면에는 풍경 같으면서도 풍경 같지 않은 모호한 감각의 층위가 형성된다. 그의 회화는 이전 작업이 남아 있는 화면을 새로운 캔버스로 간주하고 다시 덮고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형성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일부 조형적 파편을 남겨둔 채 그 위에 분할된 색면으로 새로운 풍경을 구축해 나간다. 캔버스 아래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풍경의 감각과 결합하며, ‘풍경 같지 않은 풍경’이라는 미묘한 접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지움과 덮음의 반복은 화면에 독특한 밀도와 긴장을 부여한다. 의도되지 않은 흔적 위로 또렷한 조형적 의지가 더해지면서,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깊은 층위가 형성된다. 이호인에게 중요한 것은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자세이다. 밑바닥의 흔적을 과감히 지워내며 획득한 조형성은 각각의 화면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지탱하며, 오랜 시간 단단한 시각 언어를 추구해 온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공간과 방법론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시간과 흔적을 화면 위에 축적함으로써 회화의 견고함을 획득한다’는 본질적인 지점에서 깊이 맞닿아 있다. 최모민이 사적인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물과 인간의 은유적인 행위성을 포착하고, 그리고 덮고 해체하는 반복을 통해 삶의 흔적을 드러낸다면, 이호인은 이전의 이미지를 지우고 덮는 축적의 과정을 통해 구상과 추상의 경계 위에 서 있는 풍경의 밀도를 구축한다. 이들에게 회화는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거나 이미지를 생산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나온 흔적을 품고, 지우고, 다시 쌓아 올리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시간 자체를 물질로 치환하는 태도에 가깝다. 《Trace》는 그렇게 두 작가가 캔버스 위에 남겨 놓은 치열한 흔적들의 장(場)이다. 화면 속 수많은 층위와 붓질, 의도적으로 지워진 형상과 그 아래에 스며든 감각과 시간의 밀도를 마주하며 관람자는 단순한 시각적 풍경 너머에 머무는 두 작가의 깊은 시간과 회화를 향한 일관된 태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출처] 이호인, 최모민 2인전 <TRACE>|작성자 nook gallery

 

 

최모민 作_노란방, 2026_캔버스에 유채_43x55cm

 

 

최모민 作_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방, 2026_캔버스에 유채_56x6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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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605-Trace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