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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년 展
꿈의 대화 Dreams in Dialogue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2026. 5. 15(금) ▶ 2026. 7.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야탑동) | T.031-783-8142~9
www.museum.snart.or.kr

나 8608-일기, 1986_Screenprint on paper_70x42cm
2026 성남작가조명전 II 김홍년: 꿈의 대화 Dreams in Dialogue
박은경 | 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
성남큐브미술관은 올해 두 번째 성남작가조명전으로 서양화가 김홍년(b.1959-)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꿈의 대화: Dreams in Dialogue》를 선보인다. 1980년대 한국미술에 대두된 장르의 해체와 매체 혼합의 경향 속에서, 김홍년은 일상 사물의 ‘물성(materiality)’을 표현 수단으로 이용한 설치와 평면 작업을 병행하며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다. 김홍년은 1984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재학 당시 미술 소그룹 ‘난지도’를 창립하여 ‘탈-장르’적 작업을 선보이며 한국미술의 조형적 다원화를 추구했다. 40여 년에 걸쳐 전개된 김홍년의 탈-장르적 미술 활동은 최근 1980년대 한국현대미술사 연구의 활성화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전시 《꿈의 대화: Dreams in Dialogue》는 현재 ‘나비 작가’로 불리는 김홍년의 최근 작업 세계를 중심으로, 1980-90년대 설치, 회화 등 초기 작업을 함께 아우르며 김홍년이 추구한 예술적 근원을 재조명한다. 김홍년은 1996년 미국 유학 시기부터 현재까지 <화접(花蝶, Lovefly)> 연작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의 날개로는 날 수 없다”라는 ‘공존(Coexistence)’의 메시지가 담긴 김홍년의 <화접> 작업은 그의 예술 철학을 구조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다. 김홍년의 <화접> 연작 회화는 팝아트를 연상케 하는 대담하고 강렬한 대비의 원색과 반복되는 이미지가 특징으로, 화면 속 나비의 좌우대칭의 구조와 패턴화된 꽃의 반복은 판화의 무한한 ‘복제성’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동시대 디지털 세계를 상징한다.
김홍년이 신진작가로 활동한 1980년대 한국 미술계는 ‘단색화’와 ‘민중미술’로 양립된 시기였다. 당시 젊은 작가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서구 미술 양식의 수용이나 트렌드의 모방이 아닌, 80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과 감각 속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미술의 표현 방식을 찾는 것이었다. 김홍년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매체와 장르를 다변화하는 ‘탈-장르’ 양식에 입각하여, 당시 한국미술에서 소거된 ‘일상성’과 ‘현실 감각’, ‘물성’을 탐구하는 작업에 천착했다.
미술은 그것이 생산된 시대와 사회를 말하는 하나의 시각 기호로 기능한다. 김홍년은 특정 미술 사조나 담론으로 자신의 조형 세계를 가두지 않고, 독자적인 조형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표상하는 시각 기호를 그려내고 있다. 1980년대 서울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며 폐기물이 급증하고 전례 없던 새로운 물질문화가 형성되었다. 청년 시절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마주한 김홍년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폐기물의 ‘물성’에 주목하게 된다. 한지, 괘종시계, 못과 폐목재 등 일상 오브제와 폐기물을 미술의 재료로 이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 그의 탈-장르적 조형 세계는 미술 소그룹 ‘난지도’의 창립과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바보 인생의 숭고한 이데아, 1980_Oil on canvas_145.5x112.1cm
김홍년의 탈-장르적 면모를 보여 주는 초기 작업을 대표하는 <일기-diary> 연작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선보이며, 80년대 한국미술의 편린(片鱗)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김홍년의 <바보 인생의 숭고한 이데아>(1980)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되는 작품으로,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1979년 부마민주화항쟁 목격을 계기로 제작된 작품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던 시대-’, 캔버스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던 그의 청년 시절 작업 태도와 함께 초기 회화에 등장하는 초현실주의 화풍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홍년은 당시 홍익대 미술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박서보와 서승원 등 1세대 단색화 화가들에게 제도권 교육을 받은 첫 세대였으나, 그 미학적 권위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제3의 길’을 모색했다. 특히 1985년부터 ‘난지도’와 ‘메타복스’ 등 젊은 작가들의 소그룹 활동이 활발해지며, 이들이 선보인 설치 작업과 매체와 장르가 확장된 실험성이 돋보이는 연합 전시들이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미술의 다원성을 촉발했다.
한국미술에서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은 1960-70년대 활동한 AG, ST 등 전위미술 그룹의 활동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으나, 1980년대 초반까지도 ‘설치’의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김홍년이 창립한 ‘난지도’를 비롯한 미술 소그룹 작가들이 전개한 다양한 작업은 1980년대 후반 이일(李逸, 1932-1997), 장석원(張錫源, 1952-) 등 당대 미술평론가들에 의해 설치미술에 대한 미학적 비평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준 중요한 활동으로 평가된다.
전시 제목 《꿈의 대화: Dreams in Dialogue》는 김홍년의 예술적 태동기인 1980년대의 시대적·문화적 상징을 소환하는 동시에, 신진 시절 작가가 품었던 시대적 고뇌와 현재 작업적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예술적 사유가 미술관을 찾은 관객의 시선과 맞닿아 교감하는 순간을 은유한다.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인 ‘꿈의 대화’와 동일한 명제이기도 하다. 40여 년간 이어온 김홍년의 ‘탈-장르적’ 조형 연대기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현대미술의 문맥 속에서 김홍년이 구축한 예술의 동시대적 의미와 함께, 한국미술사에서 비교적 소홀히 다루어진 1980년대 젊은 작가들의 미술 활동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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