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초대展

 

하나의 꽃

One Flower 2026

 

One flower_46x36cm_Ink on Paper_2026

 

 

Gallery HELEN. A

갤러리 헬렌A

 

2026. 5. 10(일) ▶ 2026. 6. 5(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교장길 35 서울시 교육청 맞은편

 

www.blog.naver.com/helenart2022

 

 

One flower 24-b (113)_46x36cm_Ink on Paper_2024

 

 

이종태- 하나의 꽃

 

이종태의 근작은 커다란 꽃의 형상이 화면 중심부에 가득한 그림이다. 그것은 실재하는 꽃의 재현이나 묘사라기보다는 꽃을 연상시키는 상징이나 기호에 가깝다. 단순하고 편안하게 그려진 선들이 꽃의 도상을 문득 환기시켜 준다. 추상적인 붓질과 색채의 더미 위에 선으로 가시화되는 꽃의 이미지는 익숙하게 보아오던 그간의 관습적인 꽃 그림과 차이를 발생시키면서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습관적인 그간의 꽃 그림과는 조금은 다른 꽃 그림을 시각화해보려는 시도와 함께 꽃에 대한 자신만의 감각과 감정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보는 방식의 사회적 버릇인 코드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것이고 클리셰 내지 상투적인 꽃의 재현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그에 따라 꽃처럼 보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암시적이 선들만이 공간에 흩어져 있거나 원형으로 자리한 색채가 번져있고 그 주변으로 줄기와 잎사귀를 연상시키는 흔적이 부유한다.

 

 

One flower 24-b (1)_36x46cm, Ink on Paper_2024

 

 

활달하고 거침없는 필력과 대담한 색채 구사를 만난다. 묽게 번진 물감의 유동적인 상황성이 다채롭게 연출되어 있다. 원형의 형상과 배경 위로 급박하게 질주하는 듯한 선의 궤적이 또한 춤을 춘다. 전체적으로 홍건하게 스며든 물감들이 색채추상처럼 번진 흔적 위로 드로잉이 얹혀진 이 그림은 바탕에 침윤된 색채와 그 위로 떠도는 선들의 겹침 속에서 활기찬 기세를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이 혼재하고 색채와 선들이 결합하며 이미지와 질료가 공존하는 그림이다. 한 송이 꽃이 강렬하게 피어나는 어느 순간의 직관적인 포착이나 꽃의 존재감 내지 그것 하나로 품어내는 무수한 경지를 암시하는 듯도 하다. 전적으로 화면 중심부에 자리 잡은 모종의 꽃과 유사한 흔적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주변에 펼쳐진 선들의 약동을 감지시킨다.     

 

 

One flower 24-c (44)_52x39cm_Ink on Paper_2024

 

 

이번 꽃 그림은 이른바 ‘세계일화世界一花’ 내지 원융사상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어느 하나 독립되어 존재할 수 없고 모두 일(一)이면서 다(多)요 다면서 일의 관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원융사상의 요지다. 화엄사상인 이 원융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고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이 원융회통사상은 한국 불교를 관통해 온 대표적인 사상이다. 성당의 시인 왕유가 쓴 육조혜능선사비명에는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이란 구절이 있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조사 여섯 분은 꽃잎으로 피어있다는 뜻이다. 세계일화라는 말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글이다. 이를 널리 알린 만공스님에 의하면 세계는 한 송이 꽃이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산천초목도 둘이 아니다. 이 세상 모두는 한 송이 꽃인데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인줄 모르고 있기에 너와 나를 구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해 다투고 빼앗고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 만물이 개별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로 존재의 원인이라는 인과론과 연기 사상 등과 같은 불교적 세계관이 함축 되어 있는 말이 바로 일화一花에 깃들어 있다고 본다.

 

 

One flower 24-b (74)_46x36cm_Ink on Paper_2024

 

 

일화사상과 원융사상에 기대어 작가는 꽃 한송이를 그린다. 그것은 꽃이자 생명체요 우주 자연이자 개별적인 인간의 존재를 망라한다. 모든 것을 한송이 꽃으로 대변한다. 즉발적으로 떠오르는 상을 즉흥적으로 그려낸 그림은 색채로 문질러진 흔적과 격렬한 선의 자취 속에서 불현듯 꽃처럼 보이는 어느 자취를 밀어낸다. 작가는 꽃을 모티프로 삼아 그렸지만 그 대상 자체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어떤 꽃이든 별 상관은 없다. 작가에 의해 출현한 꽃 이미지는 식물, 생명체를 빌어 그 존재에 대한 작가 자신의 마음을 통해서 깨달은 모종의 형태,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일화사상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인 셈이다. 특정 꽃을 그린 게 아니라 식물/자연이란 존재의 근원을 헤아려보고자 한 그림이자 한 송이 꽃에 담긴 사유를 전개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꽃의 사실적인 재현이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앞에 서식하는 한 생명체의 존재성을 그림으로 물어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자연을 보거나 식물이미지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이는 쇠털같이 많다. 그러나 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시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공통의 그림, 이른바 코드에서 빠져나오는 그림의 실현은 무척 어렵다. 그래도 가능하면 꽃을 자기 식으로 보고 느끼고 표현하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One flower D24-A(75)_36x31cm_Ink on Paper_2024

 

 

이종태의 꽃은 격렬하고 감각적인 운동 속에서 ‘생성’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꽃은 원본의 꽃과는 또 다른 꽃, ‘회화적 이미지’가 된다. 꽃의 재현이지만 그것의 기계적 복사, ‘유사’가 아니라 회화적 이미지로 환생한다. 그림이 사진처럼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생명력 있게 떠내거나 그 존재의 출렁임, 그것을 보는 이의 감동 같은 것을 화면 바깥으로 진폭 있게 울리고 있기에 나로서는 ‘기운생동’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더구나 일획에 가까운 선의 운용과 직관적인 드로잉은 동양화의 예리한 필선의 맛, 운필의 운용을 닮았다. 꽃의 묘사가 아니라 꽃의 생명력이나 기운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동양화의 사의성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서양화나 동양화의 구분 내지 구상이나 추상의 경계도 무의미한 것임을, 그저 하나의 그림, 하나의 꽃임을 일러주는 그림이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One Flower 24A21_36x31cm_Ink on Paper_2024

 

 

In the forest 23-e41_79x54cm_Ink on paper_2023

 

 

 

 

 
 

이종태 | LEE, JONG-TAE

 

개인전 | 2000 자유스러움을 위하여, 백송화랑 | 2007 卍 -나는 너의 무엇인가, 단성갤러리 | 2015 푸른문(Blue Window) | 2016 홀로서기-드로잉(Standing Alone-Drawing) | 2017 벽(Wall) | 2018 자전거(Bike) | 2019 홀로서기 2019(Standing Alone 2019) | 2020 Bird-COVID19, 이상, 인사아트센터 | 2021 몸(Body-2021), BT갤러리 | 2021 도시속에서(In the city), 인사아트센터 | 2023 하나의 꽃(One Flower-2023), 인사아트센터 | 2024 숲에서-드로잉(In the Forest-Drawing), 갤러리 루벤 | 2025 숲에서-Ⅱ(In the Forest-Ⅱ), 갤러리 앤터 | 2025 숲 2025(Forest 2025), 인사아트센터 | 2026 Winter Forest 2026/ Gallery HELEN. A

 

저서 | 이종태의 드로잉북-자전거 | 이종태의 드로잉북-하나의 꽃

 

현재 | 창작미술협회 회원 | 경기대 공대 명예교수

 

E-mail | flood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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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510-이종태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