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 로이테네거 展

Zilla Leutenegger

 

슈퍼 트루퍼: 살아남은 자들

 

 

 

사비나미술관

 

2026. 5. 2(토) ▶ 2026. 8. 16(일)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1로 93 | T.02-736-4371

 

www.savinamuseum.com

 

 

Super Trouper (2026, 현장설치)

 

 

□ 스위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질라 로이테네거 아시아 최초 개인전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스위스 현대미술가 질라 로이테네거(Zilla Leutenegger, 1968)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슈퍼 트루퍼: 살아남은 자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모노타이프 판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설치를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한국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6년 9월 스위스 바젤의 대표 미술관인 팅겔리 미술관(Museum Tinguely)에서 예정된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서막을 알리는 성격을 띠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 슈퍼 트루퍼의 상징성: 무엇을 비추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본 전시는 인간의 관심 바깥에 머물러 있던 소외된 존재들의 삶을 다시 소환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시 제목인 슈퍼 트루퍼(Super Trouper)는 대형 콘서트장이나 경기장에서 특정 대상을 강렬하게 비추는 핀 조명(follow spotlight)을 뜻한다. 작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무대의 중심에 선 주인공이 아니라 멸종위기 동물과 도시의 유기견,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타자들에게 투사한다.
작품 속 고릴라와 개, 이름 없이 스쳐 지나가는 존재들은 빛을 통해서만 비로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빛은 우리가 외면했던 존재들을 가시화하는 인식의 장치이자 타자의 삶을 마주하게 하는 윤리적 시선으로 작동한다. 《슈퍼 트루퍼》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은 비춰지고 무엇은 여전히 어둠 속에 남겨지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를 보았으며 또 누구를 보지 못한 채 지나쳐왔는가.

 

 

ZillaGorilla, 2021/2026_video projection Video installation,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_10 min.

 

 

□ 비디오 드로잉으로 직조한 공간: 매체 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 미학
질라 로이테네거의 작업에서 조명과 드로잉, 사운드의 결합은 전시 공간의 성격을 전환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 빛과 어둠, 반사와 투영, 움직임과 사운드가 교차하는 작가 특유의 설치방식은 관람객의 감각을 다층적으로 자극하며 능동적이고 체험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ㅇ 2차원과 3차원의 경계 해체: 작가는 벽면에 그린 평면적 드로잉 위에 비디오 프로젝션의 빛과 실제 사물을 결합하여 서로가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상호작용하도록 구성한다. 이를 통해 평면드로잉은 물리적 공간 속에서 입체적인 존재감을 획득하게 된다. 관람객은 작품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주체에 머물지 않고 드로잉과 영상이 교차하는 작품 속 세계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선 듯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적 경험을 하게 된다.

ㅇ 부재를 통한 존재의 증명: 전시 제목 《슈퍼 트루퍼》가 암시하듯 강렬한 조명 효과는 특정 대상을 비추는 동시에 그림자와 빈 공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둠은 보이지 않음과 소외, 현실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빛과 어둠의 양가적 관계를 통해 지나간 시간, 사라진 흔적과 기억을 환기시키며 부재하는 것들을 지금 여기로 호출하고 감각적으로 현존하게 한다.

ㅇ 시간성과 움직임의 부여: 정지된 드로잉에 프로젝션된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이 결합되면서 작품은 흐르는 시간성을 획득한다. 시간성은 고정된 이미지를 지금 이 순간 살아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관객은 작품이 눈앞에서 생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며 이미지와 실시간으로 조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소외된 존재들의 존엄을 향한 예술적 성찰
《슈퍼 트루퍼: 살아남은 자들》은 화려한 스펙터클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존재들을 향한 질라 로이테네거의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을 담아낸 전시이다. 작가는 비디오 드로잉이라는 독창적 매체 실험을 통해 소외된 타자들을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자리를 끝내 지켜내는 생존의 주체로 격상시킨다. 사비나미술관의 공간적 특성과 결합한 조명과 드로잉이 빚어낸 체험적 장 안에서 관객은 빛과 드로잉이 만들어내는 경계의 미학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타자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공존의 윤리와 존재의 존엄에 대해 성찰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Stray (2026, 현장설치) video projection and walldrawing

 

 

Corall, 2026_Oil on cotton paper, monoprint_70x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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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502-질라 로이테네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