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사진展

 

In the Mood for Stillness_집의 고요

 

 

 

GALLERY DAM

 

2026. 5. 1(금) ▶ 2026. 5. 9(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T.02-738-2745

 

www.gallerydam.com

 

 

In the Mood for Stillness 집의 고요 #2_2025

 

 

In the Mood for Stillness
집의 고요


우리집은
대문이 없다.
밥 먹은 것
길에서도 다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 불러
“어이 밥 좀 묵고 가”
“나 밥 묵었는디”
밥 먹었으면
그냥 가면 되지
들어와 앉아
밥 먹는다.
똘방에 금세 고무신이
까마귀 떼다.

김용택 “밥”

대문이 없는 동네가 있다. 그곳의 옛 집들엔 꽉 닫힌 대문 대신 집 주인의 거처를 알리는 정낭이 있었다. 정낭은 짐승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도구였기에 집 안이 훤히 보이는 열린 대문이었다. 지금도 그곳은 대문이 없거나 있어도 활짝 열려 있는 집들이 많다. 아내의 고향 제주, 그녀의 고향집은 도심에 있어도 대문이 항상 열려 있을 정도이다. 제주는 여전히 아파트가 아닌 주택 중심의 문화이고 집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 마을이 사라져 버릴 거 같았다.

‘고요하다.
인적이 사라진 곳엔 바람 소리,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다.
적막강산이다.’

 

 

In the Mood for Stillness 집의 고요 #13_2024

 

 

‘In the Mood for Stillness’는 제주 빈집의 풍경을 담은 사진 연작이다.

제주도 빈집에 시선이 머물렀던 것은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고향인 제주에서 아기를 키우면서 마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집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던 것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들이 곧 신기루가 될 것이라는 상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잠시나마 주택에 살았던 나에게 집이 없어진다는 것은 커다란 인생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다가왔다. 그저 몇 년 동안의 주택 살이었지만 가을이면 열리던 감나무의 고즈넉함, 마당에서 뛰놀던 강아지의 숨소리, 미로와 같았던 지하실의 공포감은 지금도 생생한 유년 시절의 풍경이다. 결혼 전까지 한 집에서 살며 켜켜이 추억을 쌓아왔던 아내는 고향집에 갈 때마다 그 기억을 쉽게 소환할 수 있다. 집의 정서가 주는 안정감은 제2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주택이 낭만이 된 것은 현재진행이 아닌 과거일지도 모른다.
주택 살이의 낭만은 수고로움과 불편함을 견디는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낭만은 다시 못 올 것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낭만의 반대말은 현실이 아닌 야만임을 우리는 서울 그리고 지역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를 보며 느낄 수 있다.

제주는 한때 이주 열풍이 불 정도로 도시를 떠나 사람들이 몰려왔던 지방의 유일한 지역이었다. 제주 유입 인구 감소와 함께 개발 광풍은 잦아든 것 같지만 여전히 새 숙박 시설과 거주 시설 공사는 한창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빈집도 늘어가고 있다. 과거 제주도에 많은 것이 바람, 여자, 돌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카페, 펜션 그리고 빈집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폐가의 혐오스러운 풍경과 달리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제주의 빈집’을 보면서 나는 곧 사라질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계절이 지났음에도 수확하지 않아 바닥에 떨어진 귤’
‘때로는 빈집의 주인으로 만나는 고양이들 그리고 무성한 잡초들’

을씨년스러운 공포감이 집을 둘러싸기 전의 그 공간에는 제주의 정취가 스며들어 애잔한 정서가 남아 있다. 나는 빈집의 모습을 바라보며 슬프지만 아름답다는 양가의 감정을 느꼈다. 집에도 인연이 있다면 그곳에 불이 켜지고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상상하며, 적막한 공간에 숨결을 불어 넣는 마음으로 마을 곳곳을 다니며 빈집의 서정적 풍경을 기록하였다.

 

 

In the Mood for Stillnes 집의 고요 #18_2024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501-김선기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