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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랑 展
Black Moon

OMG
2026. 4. 25(토) ▶ 2026. 5. 9(토)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12길 8 | T.02-797-9989
www.omg-kr.com

기다리는 전화, 2025_종이에 혼합재료_38.2x56.7cm
금시랑의 세계는 검은 배경에 흰 점들이 찍혀 있어 우주를 연상케 한다. 화면에 펼쳐진 하늘은 작가가 그림에 담은 순간을 대표한다고 여기는 색채로 엮여 있다. 작가는 여러 빛깔로 패턴을 이루는 하늘을 자신의 작품에서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부분으로 손꼽는다. 금시랑의 하늘에는 검은 원형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원형은 작가가 “검은 달”이라고 부르지만 허공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요소이다.
작가는 ‘F25.2’, ‘F39’, ‘F44.0’이라는 코드와 함께 살아간다. 코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질병의 별칭이다. 금시랑은 자신의 삶에 대해 “죽지 못함과 살 수 없음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작가의 질병은 끊임없이 공허함을 느끼게 하고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녀가 언급하는 공허함은 검은 원형을 허공으로 보이게 한다. 우리는 공허의 통로라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서 작가가 솔직하게 남겨둔 삶의 순간들을 탐험할 수 있다.
금시랑의 작품에서 삶의 순간들은 서로 포개져 연결된 영역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작품 〈천국도〉는 양과 사자가 공존하는 평화의 공간이지만 죽음의 상징인 양귀비 꽃밭이 펼쳐져 있다. 이와 반대의 세계인 〈지옥도〉는 지면에서 불꽃이 타오르는데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작가의 세계는 슬픔과 기쁨, 고립과 어울림 등 양극이 서로 맞닿아 하나로 엮인 상황을 연출한다.

너의 자유, 2025_종이에 혼합재료_76.7x56.7cm
삶과 작품에 대한 금시랑의 태도는 작업 방식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작가는 연필로 그린 선들을 아크릴 채색 이후 색연필로 따라 그린다. 이에 대해 작가는 연필로 드로잉 할 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시작과 끝을 회귀하는 금시랑의 작업 과정은 가스와 먼지가 뭉치면서 생긴 중력으로 인해 탄생한 별이 계속 수축하다 결국 폭발하여 사라지는 여정과 같다. 이런 맥락에서 금시랑은 순환적인 “없음”을 그려낸다.
“없음”은 내려둠의 관계로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사랑하는 상대가 자유롭기를 기다리는 두 인물이 그려진 〈너의 자유〉,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 상대를 밀쳐내는 남녀가 있는 〈거짓 재회〉, 사무치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을 그린 〈이별〉에서는 관계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금시랑은 소리 없이 감정들을 삭이고 공허하게 바람이 부는 느낌을 ‘사무치다’라고 말한다. 사무침의 감각은 작품에 열거된 관계들 속에서 작가 자신을 드러내고 위선적인 접근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니타 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뒤의 달’은 달과 자신의 관계에 따라 다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누군가에게는 달의 앞면이고, 누군가에게는 뒷면이며, 누군가에게는 달 그 자체이다. 금시랑은 공허의 통로 곳곳에서 삶의 순간들을 마주하고 관계가 진심과 진중함으로 맺어졌는지 되뇐다. 이 탐구는 하염없이 흐릿해서 끝나지 않으며 마치 없는 듯한 세계에 다다르게 한다. 공허의 통로를 통해 우리가 도착한 장소에는 양극단의 상태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란 없다.
글. 차민호

천국도, 2026_종이에 혼합재료_140.2x94.6cm

이별, 2025_종이에 혼합재료_76.7x56.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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