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모 展

 

아무것도 아닌 것

 

 

 

PIPE GALLERY

 

2026. 4. 14(화) ▶ 2026. 5. 13(수)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 21, 2-3층 | T.02-797-3996

 

www.pipegallery.com

 

 

 

 

파이프갤러리는 4월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양문모의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개최한다. 양문모는 형상의 재현을 넘어 회화의 과정성과 비언어적 사유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그는 ‘그리기’와 ‘지우기’, ‘구축’과 ‘해체’의 반복을 통해 이미지의 완결성을 지연시키고, 의미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특히 그가 2016년 스스로에게 부과한 일련의 부정의 조건들, “대상을 보고 그리지 않는다. 질문에 답하듯 그리지 않는다. 확신을 가지고 그리지 않는다. 당연한 듯 그리지 않는다. 말처럼 쉽게 그리지 않는다. 꿈을 그리지 않는다. 예상한 대로 그리지 않는다.”는 단순한 작업 원칙이 아니라 회화에 붙어 있던 익숙한 기대를 하나씩 지워가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태도는 이후 지속적인 회화 실험의 토대가 되어, 그의 작업을 형상의 재현이나 완성된 이미지보다 구축과 해체가 교차하는 긴장 속에서 전개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전시 제목 ‘아무것도 아닌 것’은 지난 개인전 평론에서 인용된 문구로, 작가의 회화적 태도를 함축하며 그 방향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 차용되었다. 양문모는 회화에서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주목하며, 완성, 재현, 의미 전달과 같은 통념적 목적을 지속적으로 유예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회화에 부여되어 온 고정된 의미와 형상, 그리고 완결성으로부터 벗어난 잠정적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내용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가 하나의 해석이나 이미지로 고정되기 이전의 열린 상태를 뜻한다. 작가는 그리기와 지우기, 구축과 해체를 반복하며 이미지의 확정을 지연시키고, 이때 ‘지움’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이전의 시간과 흔적을 다른 층위로 이동시키는 과정이 된다. 결국 그의 회화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이 중첩된 채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정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양문모는 2021년부터 2026년에 걸쳐 제작된 42점의 드로잉 연작 <거기 있는 것>(2021~2026)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 연작 시리즈는 반복과 시간의 중첩 구조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2021년에 시작된 이 작업은 매년 다시 수정되고 덧그려지며,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시점의 감각이 공존하는 상태로 남는다. 작가는 동일한 화면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교차시키며, 변화된 감각과 판단을 멈추는 순간들을 기록한다. 또한 〈이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2025)에서 과거의 ‘좋음’을 덮어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의 층위로 다시 불러오는 시도이다. 이처럼 화면 아래에 잔존하는 흔적과 그 위에 덧입혀진 현재의 층위는 서로 다른 시간들이 공존하는 회화적 구조를 형성하며, 삭제와 축적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인 시간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단선적인 시간이 아니라, 되돌아가고 겹쳐지며 때로는 중단되고 지워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복합적인 시간을 제안한다. 지워졌지만 남아 있는 것, 사라졌지만 흔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그의 탐구는 회화를 존재의 재현이 아닌 사라짐과 흔적을 가시화하는 장으로 전환시키며, 화면을 하나의 결론이 아닌 특정 시점에서 잠시 멈춘 상태로 제시한다. 이때 화면은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유예된 상태로 남아, 관객으로 하여금 그 안에서 중첩된 시간과 감각의 미묘한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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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414-양문모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