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ECKEIDA 기획전 관성적 어긋남 展
권현진, 허내훈
ECKEIDA
2026. 4. 11(토) ▶ 2026. 4. 25(토) 서울 중구 퇴계로39길 12-7
권현진 作_Untitled_single-channel video, sound, 00:45_2009
인간은 사물을 목적의 눈으로 바라본다. 가위는 '자르는 것', 봉지는 '담는 것', 모니터는 무언가를 '재생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 아래, 사물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기능적 효율성에 종속된다. 이러한 인과적 질서를 우리는 '관성'이라 부른다. 사물은 관성을 따르고, 인간의 시선 또한 그 익숙한 궤적을 벗어나지 못한다.
권현진 作_One mouth, one notebook_video installation, 15-inch notebook, sound, 00:36_2013
권현진은 디지털 매체와 물리적 행위 사이의 모순적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재생'과 '절단'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교차시킨다. 《무제》는 가위로 물을 자르는 행위를 반복하는 영상 작업이다. 가위는 움직이고, 자르는 행위도 계속 수행된다. 그러나 물은 결코 잘리지 않는다. 가위는 여전히 가위의 행위를 하고 있지만, 물이라는 대상을 만나는 순간 '자른다'는 기능의 의미 자체가 흔들린다. 행위는 존재하되 목적에 닿지 못한 채 그 사이 어딘가를 맴도는 것이다. 《Monitor Work 2024-2》는 디지털 화면이 생성하는 빛의 물성에 주목한다. 작가는 모니터를 단순한 시각적 매개체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아가, 내부의 패널과 케이블 등 구성 요소를 해체하고 재조립함으로써 이를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이자 캔버스로 전환한다. 비디오 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리커(flicker)와 같은 매체 특유의 현상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기기적 기능과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정보를 송출하던 화면이 물리적으로 변형되어 하드웨어의 실재가 전면에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가상 이미지와 이를 지탱하는 물질적 기반 사이의 긴장을 마주하게 된다.
허내훈 作_Neither Full nor Empty_DC-motor, aluminum, vinyl_installation_2018
허내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세계의 표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대상의 기능적 궤적을 정교하게 비껴가며, 익숙한 것들을 낯선 풍경으로 변모시킨다. 《차지도 비지도 않은》은 알루미늄 막대에 반투명 비닐을 고정한 설치 작업이다. 모터가 돌며 비닐에 공기가 차오르면 서서히 부풀어 형태를 갖춘다. 가득 찬 듯 보이지만 비닐 안으로 비어있음이 동시에 감지되는 그 상태, 채워졌으되 완전하지 않은 그 어딘가에 작품은 머문다. 우리는 보통 가득 찼는지 비었는지를 먼저 판단하려 하지만, 허내훈은 그 판단이 내려지기 직전의 상태에 시선을 고정한다. 사진 연작 《궤도》는 위성 이미지 속 생태통로를 나선형으로 왜곡한 작업이다. 생태통로는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복원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인간의 논리로 설계된 구조물이기도 하다. 선하고 악한 것으로 단순히 나눌 수 없는 이 이중적인 구조물은, 변형을 거치며 제 출발점을 잃은 채 목적지 없이 감기는 낯선 궤적으로 남는다. 허내훈의 작업 속에서 대상은 본래의 맥락을 벗어나는 순간 독립된 '사건'이 된다.
허내훈 作_Orbit #1_digital pigment print, Diasec_40×40cm_Ed. 2/3_2025
|
||
|
|
||
|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411-관성적 어긋남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