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욱 展

 

 

 

gallery is

 

2026. 4. 8(수) ▶ 2026. 4. 13(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멈춰 있는 시간에 대하여

이 작업은 어느 밤의 산책에서 시작되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집을 나서 종종 걷는다. 그날도 특별한 목적 없이 걷다 보니 신사동 가로수길에 닿았다.

어릴 적 기억 속의 가로수길은 늘 활기찬 거리였다. 사람들로 붐볐고,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나며 언제나 무언가 시작되는 장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날 밤 마주한 풍경은 달랐다. 비어 있는 유리창 너머로 '임대'라는 글자가 붙은 채 불이 꺼진 공간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찾고 필요로 하며 빛나던 장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목적을 잃은 채 조용히 멈춰 있다.

도시의 공간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어떤 필요와 목적에 의해 사용된다. 그 목적이 사라질 때, 공간은 기능을 멈추고 잠시 다른 시간 속에 놓인다. 나는 그 상태를 '휴면'이라 생각했다.

이 작업은 그렇게 멈춰 있는 장소들을 응시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도시의 변화 속에서 남겨진 공간들을 기록하며, 그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과 흔적을 바라보고자 했다.

이 사진들은 단순히 비어 있는 건물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춘 상태에 대한 기록이다.

이 공간들에 다시 불이 켜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 안에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다시 필요해지기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 또한 겹쳐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 장소들이 다시 빛을 얻고 새로운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작업은 그 가능성을 기다리며 남겨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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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408-강상욱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