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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展
How Ghosts Move
신나경, 오의진, 이규리

C-SQUARE
2026. 3. 27(금) ▶ 2026. 4. 21(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326 컬쳐랜드 타워 1F 씨스퀘어 | T.02-560-0814
www.c-straw.com/welcome
거주 사실 확인서 (C-Square 귀하) ※유령이 하기와 같은 내용으로 해당 소재지(강남구 영동대로 326 컬쳐랜드타워 1층)에 거주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 인 )
움직이는 것은 돈이 된다. 나는 이 서문의 독자,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앞선 첫 문장을 (안)아프게 읽을까봐, 그게 걱정이다. 우리는 “딸깍”할 줄 안다. 저마다의 전공 혹은 관심사에 따라 부릴 줄 아는 딸깍의 유형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 경쾌한 마법의 힘으로 누군가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빠르게 예매하고 또 누군가는 선착순으로 입장 마감되는 성수의 한 팝업 스토어에 들어선다. 그렇게 들어선 팝업 스토어에선 또 다른 움직임이 선착순의 승리자인 여러분을 반긴다. 각종 조형물이 돌아가고, 움직이며 여러 크기의 스플레이에선 잔뜩 매력적인 환영이 재생 중이다. 참고로 여기서 딸깍은 비단 책상 위 ‘클릭’이나 ‘엔터’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네컷을 출력하는 버튼에서 코인 노래방에서 자주 누르는 ‘우선예약’ 버튼까지… 이 세상에 무언가를 튀어나오도록 부추기고 진흥(promotion)하는 모든 제스처에 관한 시로서, 이 전시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HOW GHOSTS MOVE》에서 버튼은 씨스퀘어(C-Square) 공간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이 전시는 버튼 작용을 통해 여러분이 최종적으로 납품받는 콘텐츠, 그것의 이후 시간a posteriori을 들춰 보고자 한다. 해당 시각의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정녕 강남 한복판, 한국 문화의 진흥을 말하기에 가장 정통성 있는 곳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전시를 준비하며 『무대』라는 책 한 권을 같이 읽었다. 책은 필립 라쿠 라 바르트Philippe Lacoue-Labarthe와 장- 뤽 낭시Jean-Luc Nancy 두 지성의 대화를 채록한 것으로, 내용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건 1992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서였다(국역본은 2020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조만수 번역). 이 책은 (기술적)움직임에 대해서도, 버튼이나 자본주의 맥락 아래서의 콘텐츠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둘 사이의 대화는 우리를 엮기엔 충분했는데 사람들이 무엇을 무대 위로 올리는지, 혹은 반대로 무엇이 올라와 있으면 그것을 가히 무대로 부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라쿠 라 바르트 曰 “친애하는 장-뤽, 리오타르식의 용어인 비현실화된(déréalisé) 모든 장소가 전부 무대가 될 수 있는 건 아냐. 무대는 (허구적인)행위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 미술관은 무대가 아니네. 퍼포먼스 공연을 미술관에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야. 형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불어 figure가 언제나 ‘인물’을 지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네…” (p.63~64)
장-뤽 낭시 曰 “친애하는 필립, 우리는 더 이상 무신론의 시대에 있지 않아. 신들… 이제 그 자리들les lieux만이 남아 있지, 하지만 그 자리들이 꼭 그들의 잔여물만은 아니네. 어딘가에 있을 그리고 그 어디에도 없는, 바로 그들 자신이 남아 있는 것이지. 자유롭게 형상(figure)들의 선1) (글, 그림, 외형 등등)을 그리는 것이지. 이 지점에서 우리가 복원해야 하는 것은 차라리 ‘자유롭게’ 흔적의 ‘선’을 그리는 일인 것 같군…” (p.77~78)
이번 전시에 참여한 신나경, 오의진, 이규리 세 작가는 이 세계 다양한 종류의 큐브나 각종 컨테이너들이 “허구적인 행위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업으로 한다. 즉 어딘가에, 무언가를 밀어 넣어 거길 무대로 만드는 일을 하는 셈인데, 이번 전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이들이 세계에 소환하는 움직임을 엮어 소위 시퀀스의 형태로 확인한다. 관객은 전시장 가운데 버튼을 눌러 이 시퀀스를 재생할 수 있다. 이때 재생(再生)되는 것은 간단한 연극일 수도, 영화일 수도, 혹은 그러한 단어들에 최근까지도 집을 짓고 살았던 유령들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전시장이 그들에게 충분한 시간, 공간을 담보하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되어주길 바란다. 문화(Culture)진흥이라는 단어로부터 추론컨대 C-Square라는 이름에서의 “C” 역시 문화에서 온 것이겠지만, 이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만큼은 그 단어에서 완전하게 해방된 Cyborg, Cartoon 혹은 sCenography의 유령들이 전유하는 놀이터이길 바란다. 우리는 문화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이 세계에 무분별하게 소환된 “본래의 목적을 다하고, 소멸하지 못한 에너지”가 있음을 공감하며 모였다.
전시명은 2016년도 악뮤(AKMU)의 미니 1집 타이틀곡에서 제목을 빌렸다. 원작자 이찬혁은 해당 곡의 설명에서 “사람들이 당연한 듯 움직이는 손과 발 그리고 당연한 듯 살아가는 인생이 사실은 아주 특별하고 놀라운 선물이란 걸 깨닫게 되길 바란다.”라고 적어두고 있다. 세상 어떤 움직임이 당연한가. 우리는 버튼을 눌러 어떤 움직임을 촉진하고 당연시하며, 실은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가. 이 프로젝트는 전시장을 벗어난 이후 마주하는 모든 버튼 앞에서 관객이 멈칫거리길 바라며 기획된 게 아니다(그렇게 될 리도 없지만). 단출하게는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까지만 알아가도 기쁠 것 같다. 다만 더 욕심낸다면 그렇게 탄생한 움직임이 영원히 제 목소리를 갖게 된다는 사실까지… 나아가 그 목소리는, 움직이던 각종 신체가 사체 되어 매립된 그 이후로도 계속된다는 사실까지….
글 오웅진
1) 불어에서 trace는 흔적, tracement는 선이다. 낭시는 tracement라는 단어를 사용해 선이라는 단어가 흔적으로부터 왔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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