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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展
In Betweenness : 사이에 머문다
The underlying assumption I_Acrylic on canvas_130.3x193.9cm_2025
Gallery iLHO
2026. 3. 18(수) ▶ 2026. 3. 31(화)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7-2 (삼청동) | T.02-6014-6677
In-Betweenness Tones 5_Drawing on paper_90.9x65.1cm_2026
"엄청나게 무언가를 해내야 할 듯하지만 사실은 오늘이 그 자체로 화려한 무대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조건 사이, 마치 살아낸 오늘이 주어진 각본 같지 않고, 언제나 동화되는 아직 쓰이지 않은 현재의 가능성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지 가장 순수한 시선으로 잠시 멈춰 서서 그저 바라본다." - 허정 작가노트 중
here and now V_Mixed media on canvas_130.3x193.9cm_2025
작품에서 모델하우스는 가변적인 건축물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가상, 현재와 미래, 실사용과 간접체험 사이에 놓인 극적으로 연출된 인공적 공간을 상징한다. 나는 이러한 특성을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어내는 '사이에 머무는 상태(In Betweenness)'로 이해하였다. 표현된 건축공간은 단순한 공간 개념으로 한정되는 대상이 아니라 아직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채 열려 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이-공간'으로 읽힌다. 작품 속 건축 이미지는 완성된 건물이라기보다 형성되는 과정과 사라질 시간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장면에 가깝다. 그 안에는 존재와 부재로 치환되는 생성과 철거, 형성과 소멸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읽히며, 언제나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은 채 지속되는 우리의 일상적 시간과도 닮아 있다. 다시 말해 그 장면들은 완결된 상태라기보다 여전히 진행 중인 현재의 불완전한 상태값을 드러내는 풍경에 가깝다. 현대인은 갈망하는 안정과 체감되는 불안 사이에서, 평범함이라는 인식 속에 자리 잡는 소속과 독립 사이에서, 여러 확신과 그로부터 다시 발생하는 질문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살아간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삶은 언제나 단일한 방향으로 고정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 사이를 경유하며 전개된다. 나는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순간에 주목했다. 그 순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미세한 간극이 드러나며, 그 틈에서 형성되는 작은 균형이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말해 그 간극은 결핍이나 공백이라기보다 삶이 지속되도록 만드는 미묘한 긴장과 균형의 상태에 가깝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도 그러한 상태는 끊임없이 생성되며, 그 미세한 균형은 개인의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로 작동한다.
The Grimbright Series 1_Acrylic on canvas_90.9x65.1cm_2025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 주목하여 기획되었다. 고정된 시선이 캔버스로 옮겨지는 과정과, 건축물이라는 대상이 화면 안에서 변주되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중첩된 구조가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는 과정 자체, 공간으로 읽히는 시지각적 의미가 굳어지기 직전의 미세한 흔들림, 판단이 내려지기 이전에 남겨진 여백. 나는 그 잠정적인 상태에 머무르며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을 천천히 바라보고자 한다. 화면 속 장면은 분명 고정된 순간을 보여주지만, 은유적이고 추상적인 표현 방식은 임시적인 공간을 통과하며 변화하는 시선을 드러낸다. 이러한 시선은 관람자에게 전달되어 각자가 지닌 일상의 경험과 마주하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그때 우리는 소속, 안정, 관계, 명예, 욕망과 같은 요소들이 어떠한 조건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의미는 언제나 완결된 형태로 주어지기보다 관찰자의 시선과 경험을 거치며 서서히 변화하고 어느 순간 하나의 형태로 굳어진다. 나는 그 의미가 자리 잡기 직전의 상태, 아직 해석이 고정되지 않은 '사이'에 머문다. 《In Betweenness》는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의미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를 드러내는 자리이다. 확정되지 않은 상태, 예측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현재를 다시 인식하게 된다. 대상의 의미를 규정하기보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지나고 있는 시간의 상태를 조용히 알아차리는 것, 나는 그 감각이 관람자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 허정
The Grimbright Series 4_Acrylic on canvas_90.9x65.1cm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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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60318-허정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