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시간 Objects in Time 展

 

김혜영, 이미정, 이정웅

 

이정웅 作_Crustalien #2, 2023_oil on canvas_60x41cm

 

 

Atelier aki

 

2026. 3. 12(목) ▶ 2026. 4. 25(토)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성수동1가, 갤러리아 포레) 1층) 02.464.7710

 

www.atelieraki.com

 

 

이정웅 作_새발의 물고기와 고니 그리고 사모바르 A Bird-legged Koi, Swan, and Samovar, 2026_

oil on canvas_100x100cm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아뜰리에 아키는 오는 3월 12일부터 4월 25일까지 그룹전 《사물의 시간 Objects in Time》을 개최한다. 밀레니얼 세대 작가 김혜영, 이미정, 이정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21세기 조형예술에서 사물이 어떠한 방식으로 의미를 획득하고 전환되는지를 조명한다. 작가 3인은 회화와 조각 등의 매체를 통해 일상의 사물을 다루며, 그 안에 스며든 기억과 감정, 시선의 흔적을 드러냄으로써 동시대 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감각의 지형을 재구성한다. 그들에게 사물은 정지된 대상이 아니라, 사용과 잔존의 과정을 거치며 의미가 축적된 존재로 자리한다. 작품 속 사물들은 고요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축적된 시간과 미묘한 긴장이 공존하며, 전시 안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기능한다.

동시대의 보편적 감각을 ‘조립식 회화’라는 실험적 형식으로 탐구해온 작가이미정은 이번 전시에서 시간 속에 놓인 사물을 모티브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 , 는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온 창(Window)과 프레임(Frame)을 구조적 장치로 삼아 전개된다. 빛과 별, 하루의 흐름과 같은 시간성을 지닌 요소들은 사물과 함께 화면 안에 조립되며, 프레임은 단순한 경계를 넘어 ‘액자 안의 시간’을 구성하는 틀로 기능한다. 이때 창과 프레임은 장면을 고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대가 공존하는 공간을 조직하는 구조로 확장된다.

술잔이 놓인 높은 테이블과 간식이 놓인 낮은 테이블이 한 화면에 병치된 작품 과 에서 이러한 구조는 더욱 선명해진다. 높은 테이블 위의 술잔은 어른의 시간을, 낮은 테이블은 아이의 시간을 암시하며, 서로 다른 삶의 리듬과 시선이 위계 없이 한 장면 안에서 교차한다. 시선의 높낮이와 사물의 배치는 두 시간대를 분리하기보다 중첩시키며,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억과 경험을 매개하는 요소로 전환된다.

정물화라는 고전적 장르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이정웅의 정물은 고요하지만 정적이지 않다. 그것은 재현된 사물이 아니라, 시간과 환영을 통과해 선별되고 의미화된 표상이며, 화면은 사물이 놓이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와 시간대가 겹쳐지는 구조로 작동한다.

 

 

김혜영 作_가진 것, 가지지 못한 것 What We Have, What We Don’t Have, 2026_

oil on fine canvas_24.2x33.4cm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연작을 통해 작가는 정물화를 ‘Cabinet of Curiosities(분더캄머)’의 개념적 틀 안에서 재구성한다. 사물은 더 이상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작가의 사유와 취향, 수집과 선택의 과정이 응축된 하나의 컬렉션으로 자리한다. 작품 <새발의 물고기와 고니머리 그리고 라넌큘러스>에서 사냥된 새의 굽은 목과 날개는 시들어가는 꽃의 곡선과 맞닿으며 생명과 소멸의 경계를 암시한다. 심연에서 건져 올린 듯한 물고기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적 존재로 자리한다. 중세 동물 도감 형식의 삽화 필사본 베스티아리(Bestiary)가 실제와 상상을 융합해 세계를 이해하려 했듯, 이정웅의 화면 역시 현실과 환영이 교차하는 장으로 작동한다. 그의 작업은 밀도 높은 관찰을 통해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빛의 각도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꽃잎의 색, 깃털과 비늘 위를 스쳐 지나가는 음영은 정지된 형상 속에 머물렀던 시간을 가시화한다. 화면에 놓인 사물은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표면에는 빛과 시선이 통과한 흔적이 겹겹이 쌓이며 대상은 규정되지 않은 채 시간이 스며든 형상으로 변형된다. 이러한 시간의 축적과 변모의 과정 속에서 사물은 단순한 물질적 대상을 넘어선다.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신념이 투영된 ‘가치를 지닌 실체’로 존재론적 전이를 이루며, 익숙한 사물은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낯선 표상으로 재탄생한다.

현실의 풍경을 모티브로 실제의 시간성과는 다른 질서로 재배열하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적 화면을 구축해온 작가 김혜영은 이번 전시에서 대상을 매개로 관계의 구조를 탐색한다. 그녀의 화면은 현실을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구체적 장소와 시간은 유예된 채 이질적인 요소들이 병치되며 또 하나의 공간적 층위를 형성한다. 이때 회화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현실의 질서가 잠시 전복되거나 재구성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30점으로 구성된 연작 <가진 것, 가지지 못한 것>은 하나의 커다란 테이블에서 출발한다. 테이블은 사물을 올려두는 물리적 공간이자, 사람들이 마주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장이다. 이 공간 위에 놓인 사물들은 겉으로는 모두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그 사이에 잠재된 서사를 개입시킴으로써 ‘가짐’과 ‘가지지 못함’을 분명히 가를 수 없는 상태로 제시한다. 화면 안에서 두 범주는 서로를 배제하지 않은 채 하나의 장면 속에 공존하며, 어떤 것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으로 남고, 어떤 것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존재로 제시된다. 이처럼 김혜영의 화면은 사물이 어떻게 머무르고, 스며들고, 사라지며 의미를 형성하는지를 드러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물 또한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를 내포한 존재임을 환기시킨다.

 

 

김혜영 作_가진 것, 가지지 못한 것 What We Have, What We Don’t Have, 2026_

oil on fine canvas_24.2x33.4cm

 

 

이미정 作_OUR GOLDEN HOUR, 2026_acrylic on birch plywood_57x47x4cm (5 piece)

 

 

이미정 作_Weight of a Quince, 2026_acrylic on birch plywood_17.5x24x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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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312-사물의 시간 Objects in Time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