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단어 展

 

정윤주, 정재열

 

 

 

PAGEROOM8

 

2026. 3. 10(화) ▶ 2026. 4. 4(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길 18

 

www.pageroom8.com

 

 

정윤주 作_아모르 AMOR_그리스산 백색 대리석_30x23x7.5cm_2026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정윤주 작가와 정재열 작가의 대화에서 도출된 전시 제목, “조용한 단어 A Quiet Word”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작업은 책에서 발굴한 활자와, 일기장을 두고 떠올린 단상 그리고 기억 등이 단초가 된다. 작업은 예술적 표현을 위해서 어떤 형태의 사물을 직접 만들고 다듬는 과정을 수반한다. 단, 작품은 애초에 입체나 설치를 위한 시작점을 가지기보다는, 입체와 설치로 귀결될 뿐이다. 작업의 형태는 자신만의 시학을 담아낸 사물과 같다. 이 사물들은 예술이 된다. 예술적 방법을 실현하는 바탕은 평면이 아니며 어떤 제약이나 한계 없이 입체적이다. 자신만의 시공간에 무의식적이고 또 직관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닿을 수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깊이를 갖춘 사유로 조성된다. 여기서 감각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지점은 내면의 복합적이고 촘촘한 층위 중, 어느 하나의 곳에서 시작되며 존재한다. 두 사람의 작업은 여린 틈을 열어 찾은 시공간에서 안위와 고요의 시간에 준비한 편지와 그 봉투 안에 든 뜻밖의 선물을 꺼내 보이듯 이타적이고 정제된 형태로 놓이게 된다.

정윤주 작가는 스스로를 “줍는 사람”이라고 명명하며 개념적 세계와 물리적 세상 사이에서 단어와 사물을 채집한다. 누군가의 생각이 깃든 활자와 공명하며 손 글씨로 남긴 메모와 수집한 자료들은 작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시간들은 실제 책이 되기도 하고 조각이 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책의 형태를 갖추거나 책을 보는 행위를 개념화하고 그 내용은 사유의 영역에 걸쳐 있다. 이를테면 정윤주 작가는 ‘침묵’을 ‘침묵’으로 다룬다. 작품 〈침묵〉은 특정 작가의 책에서 찾은 ‘침묵’이라는 단어가 있는 문장을 편집하여 하드커버 제본에 폭이 좁고 긴 판형으로 제작하였다. 침묵이라는 책은 383개 문장이 적힌 페이지를 여닫을 수 있게 하나를 두고 단단한 석고에 함구된 채 박혀있는 두 방식으로 놓인다. 〈AMOR〉는 반달 색인이 있는 사전으로부터 얻은 형태적 심미안과 알파벳이 놓인 반원형 색인 자리이자 기호학의 시각적 체계를 결합한 것이다. 〈묵독〉은 페이지에 그은 선의 뒷면 요철을 관찰한 것을 계기로, 선 굵기의 실을 종이와 번갈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축적된 층위를 수직 반전시킨 조형미와 독서 행위를 개념적으로 연결시켰다. 이렇게 〈침묵〉, 〈AMOR〉, 〈묵독〉 등의 작품은 언어가 이끄는 비선형적 경로에 존재한다.

 

 

정윤주 作_침묵 Quiet_석고 캐스팅, 수제 양장책_31x23x26.3cm_2026

 

 

정재열 작가는 일상으로부터 다가오는 단상에 계속 깊이를 더하고 문학적 상상력을 스미게 한다. 내면에서 연마하여 떠오른 오브제의 모습은 작가의 노스탤지어가 짙게 묻어나기도 하고 사물에 자의식을 불어넣어 공감각을 일깨운다. 단순히 관점의 변화로 사물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차원이 아니기에, 작가의 사물들은 개인의 누적된 시간과 생각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제작한 〈half of the words〉는 “조용한 단어”를 구성하는 두 작가의 시각적 언어를 심플하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Ways to use a lamp〉, 〈Ways to use a chair〉, 〈Ways to use a table〉 시리즈 작품은 작은 캔디 상자, 초콜릿 상자 그리고 전구 상자 등의 전개도에 번호순으로 점을 이어 램프, 의자, 테이블의 형상으로 완성하고 사용법을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에는 항상 사물이 매개되는 관계 지향적인 메시지가 있다. 오르골 사운드 작업과 악보가 세트를 이루는 〈점자가 된 별〉은 별이 우리가 있는 곳을 보고 깜빡이는 소리를 상상하며 제작한 작업이다. 이것은 유년 시절의 기억이 맞물려 도출되는 미술적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체화된 사유의 방식이 시학으로 점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용한 단어”는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문장을 쓸지 망설이고 서성이는 마음마저 담는다. 서로의 작은 단어들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시공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정재열 작가의 〈Temporal wall〉 옆에는 정윤주 작가의 〈Wall〉이 있다. 383개의 침묵이 담긴 〈침묵〉은 〈small talk〉와 연결된다. 두 사람의 단어들은 결합하고 연쇄하며 냉소와 불안을 녹인다.

 

 

정재열 作_점자가 된 별: 별의 노트 A star written in Braille: Notes of the Star_종이_21x13cm

(Frame_35.7x28.2x2.2cm)_2026

 

 

정재열 作_점자가 된 별 A star written in Braille_스피커와 소리_가변크기_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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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310-조용한 단어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