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의 시선 The Gaze of Abstraction 展

 

문지원, 양현모, 이상엽

 

 

 

SOUL ART SPACE

 

2026. 3. 5(목) ▶ 2026. 4. 2(목)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엑소디움 상가

 

www.soulartspace.com

 

 

양현모 作_진동 #37, 2025_Oil on canvas_130.3x130.3cm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6년 3월 5일부터 4월 2일까지 문지원, 이상엽, 양현모 작가의《추상의 시선 - The Gaze of Abstraction》展을 개최한다. 추상은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이전에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작동한다. 이는 대상을 설명하거나 해석하는 대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제할 것인지 선택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형태를 제거하거나 단순화하는 행위는 사물을 지우기 위함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관계와 흐름에 집중하려는 시선의 조정이다. 따라서 추상 회화는 해석을 요구하는 기호가 아니라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하는 장이 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접근을 통해 동시대 추상 회화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각 정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빠르게 소모되는 환경 속에 놓인 오늘날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서 정작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감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재현을 넘어 세계를 인식하는 근원적인 태도에 주목하고자 기획된 《추상의 시선》은 문지원, 양현모, 이상엽 신진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보이는 세계를 설명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각하게 하는 세 개의 시선을 제안한다. 이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관점을 채웠다. 윤회, 진동, 언어라는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해 추상이라는 교차점으로 모여드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문지원의 작업은 ‘애도’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숭고한 의식에서 출발한다. 삶과 죽음의 윤회를 통해 모든 생명체에 깃든 공통의 형상을 추적하며 흑과 백이라는 최소한의 색을 통해 존재와 부재의 감각적 밀도를 탐구한다. 점, 선, 면 조형의 기본 단위로 구성된 흑백의 세계는 개별적 존재가 해체되고 다시 순환하는 과정을 시각적 구조로 표현했다. 색이 제거된 화면은 공백이 아닌 사유의 공간으로 작동하며, 관객의 기억과 감각을 호출하는 추상의 장을 형성한다. 작가는 모든 존재가 생명력이라는 하나의 근원적 점에서 출발한다고 인식한다. 각기 다른 여정을 따라 뻗어 나간 존재들은 결국 동류로서 다시 마주하는 지점을 맞이한다. 마티에르의 깊이감과 축적된 먹의 흔적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리듬을 원의 형상으로 시각화하며, 죽음이 끝이 아닌 연결과 회귀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문지원은 ‘선’이라는 조형 언어를 해체해 ‘점’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단위로 확장하고, 화면 안에서 점과 선이 조응하는 관계를 통해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는 모든 존재를 감각하려는 무의식적 의지이자, 무수한 여정 속에서 마주한 동류애의 순간들을 연결하려는 의식적 시도이다. 한편, 섬유라는 유동적인 매체를 주요 재료로 삼아 ‘개입자’로서의 위치를 자각한다. 작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변수와 모순을 통해 개입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통제를 최소화한 채 재료가 드러내는 흔적을 존중한 다. 이 작업은 개입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기보다, 존재가 세계에 작용하며 남기는 흔적과 그 과정을 감각하고 기록하는 시도이다. 문지원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섬유예술과에서 수학하며 섬유를 기반으로 한 조형 언어를 탐구해왔다. 2022년 개인전 <lines, us>를 시작으로, 공갤러리, 석파정 서울미술관, 온수공간 등에서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독일에 체류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문지원 作_원점, 2023_캔버스에 石미디엄과 먹_91x117cm

 

 

양현모는 변화와 흔들림이 일상이 된 동시대 속에서 인간의 내면이 감각하는 미세한 상태를 회화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이다. 명확히 규정되기 이전의 감정,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과 균형의 순간에 주목하며 미세한 움직임과 찰나의 흔적을 기록한 연작이 <진동>이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대상이나 서사를 재현하기보다 감정과 인식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두며 조형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대칭과 비대칭, 흐림과 선명함, 정지와 움직임 사이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실험한다. 특히 대칭은 그의 작업에서 하나의 기준점이자 감정의 상태를 감지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완전한 대칭은 감정이 제거된 질서의 상태를 암시하는 반면, 비대칭은 불안과 혼란, 긴장이 교차하는 내면의 풍경을 드러낸다. 이러한 조형적 대비는 개인이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제시하며 개인의 감정과 도시가 가진 구조적 질서가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양현모는 추상을 ‘온전한 보기’가 실현되는 고요한 상태로 정의한다. 소란스러운 외부의 정보를 차단하고 오직 캔버스와 마주하는 적막의 시간 속에서 회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상태의 에너지 ‘미세한 떨림’의 잔상을 시각적 평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의 추상은 형식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불안정한 존재로서 인간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균형을 모색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양현모의 회화는 관객에게 명확한 해석을 요구하기보다 감각과 사유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험의 장을 제공하며, 동시대 추상이 지닐 수 있는 사유의 깊이를 조용히 환기시킨다. 양현모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ROY Gallery와 Space Show and Tell에서 3번의 개인전을, 양평군립미술관, 서울예술재단 등에서 15회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엽의 작업은 일상적 경험인 쓰기와 읽기의 행위에서 출발한다. 노트북 화면의 규격을 그대로 옮겨온 <Écriture>시리즈의 캔버스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생각이 도착하고 머물며 이동하는 인식의 인터페이스이다. MONEY, Life, Love, TIME 등 7가지 단어를 사용해 의미가 형성되고 작동하는 구조를 시각화하여 글자를 의미전달의 도구가 아닌 생각이 떠오른 순간의 흔적으로 바라본 화면은 생각이 머무르고 움직이는 인식의 장으로 작동된다. 이때 문자는 획의 두께와 밀도, 무게 중심으로 존재하는 조형적 흔적이 되며, 관객은 문장을 해독하기보다 자신의 인식이 머물고 이동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Texting>시리즈는 현대인의 인간관계와 감정교류가 SN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 주목하며 전달되지 못한 메시지나 소멸된 텍스트 등 디지털 환경에서 부유하는 언어의 파편들을 다룬다. 화면 속 문자는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며 읽히기보다 감지된다. 기능을 상실한 단어들은 모래의 거친 물성과 결합하여 매끄러운 스크린 이전의 물리적 기원을 나타내는데, 이는 디지털 데이터가 가지는 휘발성을 물질적 실존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순수한 감정과 가치가 전환되거나 상실되는 과정을 묘사한 회화적 행위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며 가치와 감정을 선택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하기도 한다.

그가 나타내는 추상은 감정이나 상징의 표현이 아니라 의미와 관계가 생성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구조로 제시된다. <Écriture>와 <Texting>시리즈는 언어가 생성되고 멈추는 조건을 탐구하는 하나의 회화적 시스템이다. 전자가 축적과 침전의 시간 속에서 언어의 구조를 드러낸다면, 후자는 멈춤과 잔여의 시간 속에서 관계에 닿지 못한 언어의 흔적을 감지하게 한다. 두 시리즈는 모두 문자를 읽히는 기호가 아니라 존재하는 형식이자 물질적 흔적으로 다루며, 의미가 즉시 도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연된다는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사유와 맞닿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며 때로 멈추는지, 또한 의미가 굳어지기 이전의 구조를 성찰하게 한다. 이상엽은 고신대 회화과를 거쳐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남아트큐브미술관, 프린트베이커리 등에서 15회 이상 개인전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디지털 환경 속 가치와 감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탐구중인 그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헤리디움미술관, 서울미술관, 성남문화재단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추상의 시선 - The Gaze of Abstraction》 전시에서 문지원, 양현모, 이상엽이 보여주는 추상은 현실의 심층을 탐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문지원이 생사의 순리를 관통하는 근원적 형태를 응시한다면, 양현모는 회화적 행위가 도달하는 고요한 에너지를 포착하고, 이상엽은 디지털 시스템 속에서 부유하는 사유의 흔적을 고정한다. 이들이 구축한 서로 다른 추상은 가시적인 세계 너머의 인식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하며 단일한 양식이 아닌 부재·구조·과정이라는 다양한 시선을 포괄하는 동시대적 사유의 영역임을 제시한다. 작품과 마주하는 관람자의 시선도 작품을 구성하는 일부로 작동하며 화면속 색채와 형태, 흔적을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된 경험은 작품에 대한 의미의 층위를 더한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엽 作_TEXTING, 2025~2026_Fluid acrylic on canvas_97x97x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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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305-추상의 시선 The Gaze of Abstraction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