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展

 

Playerrrrrr

 

벌의 여정 The Bees' Journey, 2025_37.9x37.9cm_Acrylic on Canvas

 

 

OMG

 

2026. 2. 27(금) ▶ 2026. 3. 15(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12길 8

 

www.omg-kr.com/index

 

 

지옥에 항복하다 Surrender to Hell, 2025_90.9x72.7cm_Acrylic on Canvas

 

 

박준우의 작업은 하나의 세계를 돌보는 일에 가깝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와 진 문화에서 출발한 이미지 언어를 바탕으로 디지털 드로잉, 회화, 조형, 애니메이션까지 확장되는 감정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세계는 단순한 상상이나 판타지가 아니라 길 위에서 관찰한 사람들, 일상에서 경험한 감정의 파편들, 피로와 욕망, 불안과 회복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현실의 은유적 풍경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이 언제나 '길거리'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군집 속의 움직임, 우연한 충돌과 흐름은 그의 화면 안에서 인간과 식물, 감정과 생명체가 뒤섞인 독특한 정원으로 변주된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고 증식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무질서한 혼돈이 아닌 눈앞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박준우의 세계에는 돌봄에서 비롯된 피로와 살아 있음의 기쁨이 동시에 공존한다.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수고는 화면 속 에너지로 전환 되며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슬기롭게 공존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가 녹아있다.

<혼돈의 정원 Garden of Chaos>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과잉된 이미지와 비선형적 감각이 충돌하며 감정과 생명이 무질서하게 증식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꽃과 곤충, 인간의 얼굴이 뒤엉킨 화면은 현대인의 정신 상태를 하나의 생태계로 치환해 감정이 자연처럼 번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혼란 속에서도 각각의 존재는 고유한 리듬을 지닌다. 반면 <숨은 생명 Hidden Lives>에서는 겹겹이 반복되는 초록의 구조 속에 작은 생명들이 숨어있다. 곤충의 탈피처럼 변화하는 자연의 질서는 인간의 삶 역시 끊임없이 변형되고 성장하는 과정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박준우는 신체를 해체된 형태로 그려내는 이유에 대해 “너무 많이 그리면 지겨워서 이렇게 된다”고 말한다. 익숙해진 손의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일부러 오른팔을 몸통 앞쪽으로 굴려 왼손처럼 쓰며 자신이 구축해온 그리기 습관을 흔든다. 디지털 드로잉으로 제작한 코믹스 진을 자가 출판하며 형성된 제록스 아트의 미학을 회화로 확장하기 위해 선을 흐트러뜨리고 다양한 펜을 교차해 사용하고 드로잉 위에 직접 채색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질감과 표현을 실험한다.

 

 

숨은 생명 Hidden Lives, 2025_53x40.9cm_Mixed Media on Wooden Panel

 

 

작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복사기에서 발생하는 어긋나고 겹쳐진 망점 효과를 화면 위에 재현하기 위해 타투펜, 주사기, 에어브러시 같은 도구를 활용한다. 그의 드로잉은 ‘그린다, 칠한다, 본다’와 같은 행위의 반복이 축적된 기록이기도 하다. 이는 감정과 자신이 추구하는 미학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과정이다. 그렇게 탄생한 신체들은 현실에서 경험한 불안과 충돌, 피로와 욕망이 응축된 형상으로 화면 위에 자리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이미지 생산이 점점 자동화되는 오늘의 환경 속에서도 박준우는 손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창작의 핵심으로 삼는다. 디지털 펜으로 그린 만화에서 시작된 세계는 다시 종이 위의 드로잉과 캔버스의 회화로 옮겨지고 나아가 조물조물 빚어낸 스컬피 조각으로 물성을 획득한다.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드로잉을 작가가 ‘손그림’이라 부르는 지점에는 가상과 현실의 구현력을 하나의 미학적 원리로 연결하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손으로 빚은 조각의 표면과 형태에서는 작가의 직관적 감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마치 '애착 자연' 같아 보이기도 한다.

박준우의 정원은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지 않는 공간이다. 그의 화면 속 인간과 생명체는 경쟁과 공존을 오가고 감정은 소진과 회복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외면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삶을 직시하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자기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면들로 구성된 박준우의 정원은 피로와 애정이 함께 축적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은유적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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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227-박준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