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nut 展

 

김민지 유은서

 

 

 

레이프로젝트 서울

 

2026. 2. 10(화) ▶ 2026. 2. 28(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30, 405호

 

www.instagram.com/rayprojects_seoul

 

 

유은서

 

 

낯섦과 익숙함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인식의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교차하며 형성된다. 전시 <Walnut>은 이러한 감각의 교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름 자체의 의미에서부터 탐색한다. 이방의 땅을 뜻하는 고대 영어 ‘Wal(Wealh)’과 견과를 의미하는 ‘nut(hnutu)’이 결합된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낯선 나라에서 온 열매’를 가리킨다. 단단한 껍질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 판단이 작동하기 이전의 감각은 작가 김민지와 유은서가 공유하는 출발점이다.

김민지의 작업은 인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일 파스텔과 연필로 그려진 화면에는 인간의 부재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식물과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이는 인류 문명의 파괴 이후의 황폐함이 아니라, 자연의 새로운 질서가 재편된 생태계의 풍경에 가깝다. 거대한 야생 식물과 그 사이를 유영하듯 오가는 생명체들은 인간 중심적 위계가 사라진 자리를 점유하며,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존재들이 세계의 중심으로 이동한 상태를 보여준다. 김민지는 멸종과 소멸을 종말로 여기기보다 변화의 과정으로 인식하며, 그 이후에 이어지는 생명의 방식과 시간의 리듬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린다. 그의 자연은 더 이상 화면의 배경이 아니라, 스스로 질서를 구성하고 세계를 지속시키는 주체로 작동한다.

유은서의 작업은 일상에 머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는 일상적 사물이 지닌 고요한 온기와 그 안에 남아 있는 기억에 주목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남아 있는 것들, 오래 시선이 머무는 대상들은 그의 작업 안에서 분해되고 다시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요소와 드로잉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패턴은 매개가 되고 질감은 접착제가 된다. 이러한 연결의 과정 속에서 익숙하지만 쉽게 규정되지 않는 형상이 드러난다. 유은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간과 기억이 어떻게 머무르고 이어지는지를 탐색하며, 완결된 형태보다 ‘부분과 부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은 일상적 사물이 단순한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흔적을 품은 지속적인 존재임을 환기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스케일과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Walnut’이 가리키는 낯선 감각의 지점에서 나란히 출발한다. 김민지가 인간 이후의 세계를 통해 낯선 생태를 상상한다면, 유은서는 사물 속에서 익숙함이 이탈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전시는 단순히 ‘이방에서 온 것’을 소개하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감각의 껍질을 열어보는 과정에 가깝다. 단단한 표면 안에 숨겨진 수수께끼처럼, 두 작가의 작업은 관객에게 즉각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전시는 낯섦을 일시적인 자극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익숙하다고 여겨온 감각과 대상에 낯설음을 겹겹이 덧대며, 세계를 인식해온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Walnut’이라는 이름이 스스로의 수수께끼를 통해 의미를 배가시키듯, 두 작가의 작업은 주변에 늘 존재해왔던 것들을 다른 밀도로 마주한다. 이처럼 껍질을 연다는 행위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어온 것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김민지와 유은서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관객에게 판단을 유예한 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건네며,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묻는다.

 

진수정

 

 

유은서

 

 

김민지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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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60210-Walnut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