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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展
고요에 머물다
Dwelling in Serenity

스페이스 안녕
2026. 1. 14(수) ▶ 2026. 3. 14(토)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월로44길 23 | T.02-792-0108
www.home.spaceanyoung.com

18세기에 탄생한 달항아리가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유행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흐름 속에서도 달항아리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건,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가 이를 통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 가치 중 하나는 ‘고요함’ 일 것이다. 스페이스 안녕은 이동식 도예가의 전시를 통해 이 고요함의 미학을 ‘공존’이라는 화두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 안녕이 이어온 ‘공존’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다. 앞선 전시들이 ‘나’와 ‘너’라는 개별적 존재를 탐구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우리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달항아리의 고요함 속에서 찾는다. 여기서 고요함은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도교에서는 무위에 다다른 마음 상태를, 불교에서는 번뇌가 사라진 마음 상태를, 유교에서는 도덕적 수양을 위한 내면의 평정 상태를 고요함으로 표현한다. 즉 고요함은 내면의 날카로움을 깎아 무디게 하고, 대립하는 것들을 조화롭게 섞어내는 능동적인 평정 상태를 의미한다.
햇빛이 스며 반짝일 정도의 부드러운 광택, 장작 재가 내려앉아 가공하지 않은 목화솜 같은 따뜻한 색감, 힘을 뺀 부드러운 어깨선과 이 모든 것을 받쳐주는 안정적인 무게감까지. 이동식 도예가의 달항아리는 무엇 하나 튀는 것이 없어 그 특징을 쉬이 단정 짓기 어렵다. 형과 무형의 사이, 담백한 선이 여백으로 빚은 듯한 따뜻한 빛깔과 만나 아련함을 만들고, 그 아련함에 더해진 무게감은 깊은 호흡을 이끌어내며 물리적 시간마저 잠시 잊게 한다.
이러한 이동식 도예가의 달항아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자연스럽다’는 표현일 것이다. 자연에서 이치를 배우고, 그 이치가 예술로 표현되어, 결국 예술이 자연이 되는 동양적 미의식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기교를 부리되 인위적이지 않은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무기교의 기교’와도 맞닿아 있다. 이렇듯 이 달항아리에 깃든 깊은 자연스러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마음을 끌어낸다.
스페이스 안녕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잠시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달항아리가 품은 깊은 ‘고요에 머물다’ 가기를 제안한다. 그 여백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가다듬고, 타인과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고요한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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