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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미학 展
The Aesthetics of Curves
김민석, 이가진, 하태임

PEYTO GALLERY
2026. 1. 14(수) ▶ 2026. 2. 14(토)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20, 4F | T.02-2233-8891
www.peytogallery.com/49

나를 끌어당기는 것은 각진 모서리도, 딱딱하고 유연하지 못한 직선도 아니다.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자유롭고 관능적인 곡선이다 “Painting has nothing to narrate, it has nothing to signify, it only gives us the chance to sense, to feel.” 오스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 1907~2012)의 곡선에 관한 시(Poema da Curva)에서*
로코코 시대 영국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는 S자형 곡선을 ‘미의 선(Line of Beauty)’이라 칭하며 이것이 관람자의 시선을 활기찬 추적으로 이끄는 생명력의 원천이라 봤습니다. 직선이 명료한 목적지와 효율을 상징한다면, 곡선은 시작과 끝의 경계를 유연하게 허물며 그 사이의 과정과 움직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을 화면 위로 소환합니다. 미술사 전반을 관통하며 자연성과 역동성의 핵심 조형 요소로 기증해 온 곡선은 현대 미술에 이르러 단순한 형태적 미감을 넘어 작가의 신체성, 물질의 깊이, 그리고 시대적 사유를 담아내는 다층적인 언어로 재해석 되고 있습니다.
《곡선의 미학 The Aesthetics of Curves》 展에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해 온 김민석, 이가진, 하태임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곡선이 지닌 조형적 가능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미학적 가치를 탐색합니다. 김민석은 디지털 툴의 매끄러운 조형 원리를 아날로그적 붓질로 번역하여 ‘실존의 무게’를 담은 입체적 형상을 구축합니다. 픽셀로 이루어진 가상의 볼륨감을 수만 번의 덧칠을 통한 물리적 양감으로 치환하는 작업 과정은 본질이 부재한 시대를 향한 작가의 응답입니다. 화면 속 사물들이 지닌 올록볼록한 곡선은 시각을 넘어 손끝에 잡힐 듯한 촉각적 실재감을 부여합니다. 이가진은 전통 청자의 시각언어를 전복시켜 공간을 점유하는 푸른 흐름을 창조합니다. 담는 기능을 수행하는 도자의 내부를 비우고 대신 표면에 청자 유약 특유의 투명한 부피감을 채워 넣어 가마 안에서 불과 시간이 빚어내는 유려한 곡면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매끄러운 생명력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도자의 새로운 서정적 경험을 보여줍니다. 하태임의 곡선은 반복되는 행위가 캔버스 위에 남긴 ‘유동하는 호흡’입니다. 신체의 회전 반경을 따라 그어 내려간 색씨들을 겹겹이 쌓으면서 낱낱의 색채가 지닌 고유한 기억을 화면 위로 소환합니다. 수많은 결이 중첩되어 완성된 곡선의 선율은 시각적 리듬을 넘어 언어 너머의 세계와 조우하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정교한 질서 속에 피어난 곡선은 정서적 해방감과 명상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곡선의 미학 The Aesthetics of Curves》 展은 김민석의 압도적인 볼륨, 이가진의 청아한 물질성, 하태임의 경쾌한 리듬이 ‘곡선’이라는 공통의 교차점에서 만나 서로의 예술적 세계관을 확장합니다. 화면을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선들의 흐름을 따라 그 속에 축적된 인내의 시간과 예술이 선사하는 유연한 위로를 마주하시길 바랍니다.
* 오스카 니에메예르는 현대건축의 거장이자 곡선의 미학을 실제 건축물(브라질리아 대성당, 니테로이 현대미술관등)로 구현한 인물. 직선의 완고함 대신 자연과 인체에서 발견되는 ‘자유로운 곡선’에 투영된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그에게 곡선은 단순한 형태적 선택이 아니라 생동하는 우주와 삶의 박동을 시각화 하는 본질적인 언어로 바라봤다. 『곡선의 시간』,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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