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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기록, 시선 展
To paint, to write, to gaze
강유정, 김수영, 박정수, 박용재, 사코 아라이, 시즈, 전소희, 조연주, 최민혜

Kang Youjeong 作_Pictor, Oil on paper_24x24cm (Artist Framed)_2025
PG GALLERY
2026. 1. 10(토) ▶ 2026. 2. 7(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11길 21 2층
www.playgroundprojectseoul.com

Sooyeong Kim 作_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어_판화지에 과슈, 펜_49.5x39 cm (Artist framed)_2025
피지갤러리는 2026년 첫 전시로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과 기록을 살펴보는 <회화, 기록, 시선 : To paint, to write, to gaze>를 선보인다. 총 9명(강유정, 김수영, 박정수, 박용재, 사코 아라이, 시즈, 전소희, 조연주, 최민혜)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평소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은 미술이라는 거대한 씬에서 벗어나 오롯이 작가의 시선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갖는다. 흔히 사람들이 대형 작품을 보고 얘기하는 ‘작품성’이 아닌, 작가의 ‘시선의 발자취’가 어디에 머무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은 다르다. 누군가는 하루의 반복 속에서 스쳐 지나간 순간에 마음을 두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물이나 장소에서 말없는 역사의 결을 읽어낸다. 또 어떤 이는 타인의 눈빛과 태도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되 비추고, 혹은 나조차 모르던 내면의 흔적을 발견한다. 작가들은 서로 다른 시대감, 감정, 공간을 살아가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장면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억하며, 어떻게 나만의 현실을 기록하는가?”
강유정은 그가 그리는 세계를 ‘검은 풍경’이라 부른다. 검은색은 그에게 풍경의 색이자, 스며든 시간의 색이며, 동시에 회화를 위한 색이다. 매일 걸으며 바라본 장소들, 혹은 어떤 사건이 지나간 현장에 스며든 기억과 흔적을 포착하고자 했다. 흐린 날씨와 짙은 어두움으로 풍경이 무채색으로 보인 경험은 검은 풍경의 색감에 영향을 주었다. 작품의 색채가 희미해지고, 시간의 흐름이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풍경을 구성하는 명암과 형상과 같은 조형 요소가 두드러져 보였으며, 풍경에 시간이 축적되는 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수영은 현실세계의 다양한 이미지가 손 안에 쥐어진 작은 유리판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구글어스와 클라우드, 알고리즘과 스마트폰 화면을 기준으로 확장하는 삶의 영역을, 그 과정에서 유실되고 잊혀진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손으로 무심하게 스크롤하는 화면과 같이 좁고 긴 종이 위에 빠르게 소모되어 사라지는 패턴들, 본연의 모습을 포기 당한 채 소유를 위해 잘 다듬어진 이들, 결코 전체를 볼 수 없이 파편이 모여 만들어 내는 어긋난 풍경을 담아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닮아 있지만 확연히 다른 질서에 의해 구축된 두 세계. 그곳을 오가며 남긴 궤적은 뗄수 없게 되어버린,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목도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을 기록한다.
박정수는 복원과 훼손의 흔적이 공존하는 장소에서 받은 생경한 인상을 회화로 표현한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사물에 남은 균열과 상처, 그리고 사람이 수리하거나 복원한 자취를 그림의 소재로 삼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를 그림에 담아낸다. 문화재 복원 현장과 유적지 발굴 현장을 찾아 드로잉하며 과거 사건들의 흔적을 수집한 경험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과거 건축물과 사물에 남은 흔적을 통해 실제 사건을 찾아내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그림이 이미지를 담는 공간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박용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의 틈새’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과 눈을 맞추며 탐구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시선을 마주하는 일은 차츰 낯설어지고 마음은 건조해졌다. 타인의 눈 속에서 스스로를 규정짓는 동안, 자신에게로 향하던 감각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에서 어른의 모습,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채 늘 어딘가를 의식하며 머무는 그들의 시선 안에 작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어린시절에 대한 동경과 현재에 충실하려는 성숙한 주체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한다.

Jeongsu Park 作_빗발치던 총탄을 마주하다 2_캔버스에 아크릴릭, 신문지_72.7x60.6 cm_2025
사코 아라이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타자를 통해 나를 찾고, 더 많은 세상을 마주하 게 하는 방법이다. 작가가 그리는 타인은 ‘너’와는 구별된다. 타자는 나에게 거리를 두고,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주를 띄어 넘는다. 아라이에게 타자는 세계를 마주하는 창이자, 나를 정의하는 거울이다. 그는 인물을 감정의 투영 없이 구축된 공간 안에 배치함으로써, 주관적 감정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외부 세계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가 기록하는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지만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띠며,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처럼 친밀함과 낯섦이 동시에 공존한다.
시즈의 작업은 존재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개인으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할 때 마주하는 불안, 그리고 세상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의 작품에는 종이새가 등장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그림 속 종이로 만든 존재들, 특히 종이새는 곧 꿈이자 나 자체이며, 불안 속에서도 의지를 표명하는 존재이다. 그림에 담아내는 여정은 거대한 세상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려고 하는 개인의 힘이며 내면의 발자취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정은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존재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 세상 속에서 종이새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 종이새는 날고 있을까, 바람에 휩쓸리고 있을까.
전소희는 ‘식물의 초상’을 그린다. “나는 내 일상 속 풍경과 함께, 공중에 뿌리를 드러낸 채 삶을 표류 중인 미완의 식물 초상을 그린다.”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꽃과 식물을 바라보는 시간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만 멈추어 바라보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결국 뿌리를 내린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식물들의 모습도 과거와는 다르게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흙이 없어도, 따뜻한 햇살이 없어도, 심지어 물 없이도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마치 어떤 방식으로든 주어진 삶에 적응해나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조연주는 ‘창’이라는 공간의 특성에 주목한다. 창은 빛을 받아들이고 환기를 위한 통로인 동시에 외부와 내부가 나뉘는 경계이기도 하다. 창은 열리면 통로가 되지만 닫혀 있을 때는 투명한 벽이 된다. 이러한 속성은 ‘내’가 속한 공간과 ‘타인’이 있는 장소를 구분하게 만든다.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을 영국에서 겪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생활했다.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보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 한국과 영국에 대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졌다. 일상적인 공간의 차이와 반복, 장소성, 이동, 물리적 거리감, 정체성, 혼종성에 대해 천착하게 됐다. 그의 시선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투명한 비단천과 캔버스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최민혜의 작업은 보이는 장면과 보이지 않는 구조가 함께 작동하는 서사적 장을 형성한다. 그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수집·편집·배열하며, 이를 회화의 화면 위에 구성해 하나의 시각적 서사를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 ‘이미지 헌터’는 작가가 수행하는 선택과 편집의 과정을 시각화한 메타포이다. 헌터는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이미지를 선택하고 재배치하며 화면의 시선을 조직하는 존재로, 작가가 수행하는 선택과 편집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관객에게 완결된 장면을 제시하기보다, 무대의 앞과 뒤를 함께 상상하게 하며 이미지가 서사가 되는 과정을 따라가도록 요청한다.

Siiz 作_A gentle encounter_Oil on canvas_17.9x17.9cm_2025

Sacco Arai 作_Night on Seoul_Hanji paper, mineral pigment, dyed mud pigment_72.7x60.6cm_2025

Sohui Jun 作_Inquiring for Hope 희망을 묻다_Oil on canvas_72.7x60.6cm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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