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희 동판 부조展

 

시간을 벼리다

The Enduring Trace

 

호작도, 2025_동판에 부조 및 부식_97.8x60.0cm

 

 

마리나 갤러리

 

2025. 12. 4(목) ▶ 2025. 12.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817 레이킨스몰 260호(백화점2층 연결통로 앞)

 

 

동백, 2025_동판에 부조 및 부식_45.0x33.0cm

 

 

세월이 흐를수록 동판은 익어가며, 그 속에 스스로의 시간을 새긴다.
나는 그 변화무쌍한 색감에 매료되어, 어느새 24년을 동판과 함께 살아왔다.

가끔은 지루함에 다른 재료들을 찾아 떠나보기도 했다.
한지와 도자기, 인피니티 거울, 민화, 공필화까지
손이 닿는 모든 재료를 다뤄보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곳은 언제나 ‘동(銅)’이었다.
빛과 온도,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판은 끊임없이 달라진다.
붉은빛, 진노랑, 주황빛이 어우러져
때로는 남색과 보랏빛 사이를 오가는 신비한 색조로 피어난다.
그 우연이 만들어내는 빛의 조화는
어떤 계산된 기법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이다.

이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
세월이 머물러 빚어낸 구릿빛의 깊이는
언제나 나를 다시 작업대 앞으로 불러 세운다.

지금도 팔꿈치와 손가락, 어깨가 작업의 흔적으로 무겁지만
이 손이 멈추지 않는 한,
내 마음 또한 살아있음을 느낀다.

작업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자 감사이다.
오늘도 나는,
빛과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동판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2025_동판에 부조 및 부식_33.0x45.0cm

 

 

연리도II, 2024_동판에 부조 및 부식_60.0x75.0cm

 

 

염원, 2023_동판에 부조 및 부식_60.0x9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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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1204-윤석희 동판 부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