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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展
Promenade 산책

Your joy and Sorrow, 2025_Spray Paints, Acrylics and Oil sticks on Canvas_130.3x193.9cm
PEYTO GALLERY
2025. 12. 4(목) ▶ 2025. 12. 27(토)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20, 4F | T.02-2233-8891
www.peytogallery.com

Promenade, 2025_Spray Paints, Acrylics and Oil sticks on Canvas_112.1x162.2cm
“Painting from nature does not mean copying the object, it means realizing its sensations.” “자연을 보고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그대로 베껴내는 뜻이 아니라, 그 대상이 불러 일으키는 감각을 실현해내는 것이다.” - 폴 세잔 (Paul Cézanne, 1939-1906))
고전 회화와 르네상스 미술에서 자연은 주로 '관찰되어 재현되는 대상'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자연의 형태, 색채, 원근 등이 '보이는 것 그대로' 또는 이상화된 형태로 화면에 그려졌으며 자연주의Naturalism 및 리얼리즘Realism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곰브리치는 이것을 회화가 외부 세계를 모방(mimesis)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근대 이후 과학기술의 진전, 산업화, 사진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자연을 단순히 모방하는 회화의 문제가 환기되고 화가들은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감각, 기억, 주관적 경험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상징주의와 표현주의로 이어졌습니다. 동양 미학에서 자연은 단순히 관찰하거나 재현해야 할 외부 대상이 아닌 존재와 감응의 장으로 이해합니다. 동양 회화는 전통적으로 자연의 형상을 정확히 묘사하기보다 기운생동 氣韻生動 즉 대상의 생명력과 감응의 흐름을 포착하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이는 서양의 원근법이나 사실주의보다 감각적이고 직관적 표현을 중시하는 것으로 작가의 내면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지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회화에서 자연은 '보는 대상'이 아니라 '느끼고 응답해야 할 존재'로 변화하여 자연 그 자체가 감각과 정서, 기억을 매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폴 세잔은 자연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이것은 자연 = 재현 대상이라는 인식을 해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폴 세잔은 형태를 해체하고 면과 색의 관계 속에서 자연을 응시했습니다. 이 흐름은 자연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현대 회화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산책 Promenade》 展은 꽃과 풀, 하늘과 구름 등 자연을 주로 화폭에 담는 작업을 통해 구상과 추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동서양의 조화를 화폭에 담아온 이진희의 신작을 선보입니다. 이진희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자연은 감각과 정서, 기억의 흐름이 교차하는 매개로 손끝의 촉각과 즉흥성을 통해 화폭 위에 펼쳐냅니다. 형상을 고정하기보다 감각의 흐름과 관계의 순간성을 우선시하는 표현은 세잔 이후 전개된 '감각의 실현'이라는 지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기운생동氣韻生動과 무위자연의 미학을 바탕으로 한 동양 회화의 전통과도 깊이 닿아 있습니다. '형상에서 감각으로' '외부에서 내면'으로 이동해 온 회화사의 흐름 위에 개인적 감각과 자연의 교감을 섬세하게 화폭에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가 연상되는 작품 <산책> 연작을 통해 자연에 대한 단순한 외형적 묘사를 넘어 내면의 경이감과 교감하는 대상으로 산책하며 만난 주변의 모습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때로는 긴장감 있게 표현한 작업을 선보입니다. 특히 손가락과 손바닥 사용하는 작가 특유의 화법에 천과 스펀지를 더해 더욱 섬세한 터치감과 다채로운 녹색을 녹여내어 여름날의 푸르름을 작가만의 시각언어로 표현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The Moon, 2025_Acrylics and Oil sticks on Canvas_97x145.4cm

Self Bloom, 2025_Spray Paints, Acrylics and Oil sticks on Canvas_100x80.3cm

Promenade, 2025_Spray Paints, Acrylics and Oil sticks on Canvas_80.3x8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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