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everent Forms 展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

 

이헌정 作_Jar, 2023_clay, glaze_51x54cm

 

 

GLADSTONE SEOUL

 

2025. 11. 20(목) ▶ 2026. 1. 3(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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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 作_휘경_揮景-m10, soil, water_34x36x36.5cm (dimensions variable)_2025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오는 11월 20일부터 2026년 1월 3일까지 국내 도예 작가 이헌정, 김주리, 김대운의 단체전 《Irreverent Form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 도예의 관념에 도전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점토(clay)를 통해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실험 정신을 지향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그간 전 세계 지점에서 꾸준히 도예전을 선보여온 만큼, 이번 전시 역시 도예를 매개로 갤러리와 한국 현대미술계 간의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할 전망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세 작가는 도예 본연의 예측 불가함, 균열, 순환적 성질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파괴와 복원 및 예술과 사회의 ‘회복’에 대한 고찰을 제공한다. 전시된 작업들은 ‘완성’을 향한 통상적인 시도에서 벗어나, 가마에 의한 형태의 변형, 물에 의한 침식, 균열과 흐름 등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며 재료의 취약성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달항아리의 유려한 곡선, 올곧은 비례, 불 속에서 단단히 굳어진 표면과 같은 ‘완전함’의 미학을 이상으로 삼아온 전통 도예의 관념을 전복하는데, 이와 같이 세 작가는 불완전함의 담론을 ‘과정의 시학’으로 전환한다.
먼저 점토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학제적 작업을 제작하는 이헌정은 가구와 건축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티프들을 탐구하며 ‘완벽한’ 대칭에서 벗어나고자 매진해왔다. 지하 1층에 설치된 <무제(Untitled)> (2023)는 흙으로 빚은 달항아리가 물속에서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단채널 영상 작품으로, 연약하면서도 순환적인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김대운 作_Persona #2, 2021_clay and glaze_156x100x60cm

 

 

김주리는 점토 조각 및 설치 작업을 통해 존재의 이중성을 탐구하며, 자연적 과정에서 비롯되는 변화를 은유적·지리적 기표로 드러낸다. 지하 1층에 전시된 <클레이 타블렛(Clay Tablet)> 연작은 물에 의해 침식되고 분해된 점토 조각들을 작가가 손의 완력으로 다시 눌러 압축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데, 이러한 작업은 고대 수메르 점토판의 언어적 기원과 지구의 물리 법칙을 동시에 환기시킨다. 약 1,250도의 고열로 소성된 점토판들은 시간과 에너지의 흔적을 품는 동시에, 미래의 누군가가 새로운 해석을 더할 여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휘경;揮景(Hwigyeong)> 연작은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간 서울의 풍경을 점토의 형태로 기록한다. 견고하지만 소성되지 않은 미니어처 점토 조각들로 구현된 작품들은 1980년대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기 당시 지어진 주택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도예의 연약함을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로 작업하는 김대운에게 점토는 낯선 표면과 형상을 만들어내는 ‘자생적(generative)’ 재료이다. 1층에 전시된 <Persona #2>(2021)는 깨진 달항아리를 ‘파편의 성좌(星座)’로재구성함으로써, 취약함을 통해 존엄성이 재발견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사회가 지지해온 단일한 ‘정상성(normality)’에 담긴 윤리를 반문한다. 조각의 파편들은 단순히 파괴의 잔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몸과 기억이 공존하는 다층적 존재의 은유로 기능한다. 이 파편들은 서로에게 기댄 채 균형을 이루며, 대신 완전함의 이데올로기 불완전한 상태로서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작가의 작업에서 점토는 단순한 조형 재료가 아니라, 정체성과 상처, 회복과 화해의 물질적 언어로 작동한다. 그는 깨짐과 이어붙임, 말라감과 흐름의 과정 속에서 인간과 사물, 신체와 조각, 나와 타자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내며, 포용과 공생의 조각 언어를 제안한다.

 

 

김대운 作_Blue Ceramic Culture Monument and Color Coordination, 2022_clay and glaze_150x70x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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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1120-Irreverent Forms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