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자들의 대화 소리 展

 

김지현, 이지안, 2bpencil, Hugo Capablanca

 

 

 

인력시장

 

2025. 11. 15(토) ▶ 2025. 12. 14(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3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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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라디오 소리, 나를 쳐다보는 강아지, 찢긴 노트, 거리의 포스터들. 중앙에 놓이지 않은 것들이 있다. 주변적인 풍경은 쉬이 아무것도 없는 듯 취급된다. 원하지 않아도 때로 귀에 들려오는 말소리는 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만들어지는 과정 뒤에 있거나, 예술 제도권 바깥에 위치한, 또는 특정한 형태로 완벽히 굳어지지 않은, 그래서 심지어 작업Artwork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들이 놓여있다. 또 이들은 빠르게 지나가 뒤로 밀려가는 것, 매우 임시적이며 그저 삶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 그리하여 “사건 아닌 사건들”이다.

아주 작은 전시장에는 주변적인 이야기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가까이 붙어 서로 긴밀하게 이야기를 웅성이는 듯하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거나 중심을 향해있지 않은 목소리가 오히려 드러내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들은 그저 탈정치화된 하나의 미시적 사건으로 번번이 여겨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사건과 흘러가는 매일, 그리고 이들의 작은 남김들은 무엇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걸까? 선택되지 못해 호명되지 않는, 그저 부차적인 것들이 ‘여기 있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것은 분명 가시화라는 권력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의미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가진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힘일 것이다. 주변이 가진 꾸밈없는, 끊임없는 사소한 열망들을 들여다보자. 중심에 놓인 것만을 주목하고 이들만을 반복해 생산하는 광경, 그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 주변 혹은 부산물로만 가득찬 풍경이 언제나, 매일, 어느 곳에나, 부산스럽고 시끌시끌하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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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1115-여기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자들의 대화 소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