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림 展

 

그곳에 있었던 새 The bird that once was

 

 

 

누크갤러리

 

2025. 11. 13(목) ▶ 2025. 12. 6(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 T.02-732-7241

 

www.blog.naver.com/nookgallery

 

 

참새목1: 나무타기새, 벽발바리, 동고비, 금조 2025, 보편 지식 대사전,

1870년 책 도판 위에 손자수, 금박 액자_48x39.5cm

 

 

그곳에 있었던 새 The bird that once was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

 

인간의 한계를 넘어 날개를 펴고 자유로이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새는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는 인간이 동경하는 대상으로, 가까이 두고 보고싶어 하지만 잡아 둘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수천 수만의 먼 길을 비행하는 새는 번식을 위해 둥지를 짖고 그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둥지를 지키기 위해 속박의 굴레를 쓰는 새는 어쩌면 작가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을 위해 날개를 펴고 무한히 날아오르려 하지만 인간으로서 삶이 더없이 귀하므로, 둥지를 지키기 위해 먹이를 물고 돌아오는 새처럼 마침내 자신의 둥지로 돌아온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에 투영한다. 견고한 금속 구조물로 만들어진 둥지는 사람들이 만들어 설치하는 전형적인 새집의 단순한 형태로 유약한 사슬로 천장에 매달아 높낮이를 달리해 독립된 공간에 여러 점 설치된다. 유약한 보호의 상태를 암시하는 옅은 핑크색으로 제작된 사슬은 강하게 사물을 결속하는 형상이지만 깨지기 쉬운 흙으로 빚어 불에 굽는 도자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둥지를 지켜야 되는 엄마새에게 견고한 금속성의 둥지는 보호를 제공하지만 속박의 장치이며 하나의 덫이 되기도 하는 양가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작가에게는 고요한 밤시간 작업실에서 수를 놓는 것이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전통자수를 배우며 작업을 확장 시켜 나가다 보니 공예의 한 분야로만 생각했던 자수는 작가에게 작업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윤가림은 자수를 통해 1800년대 자연과학적 지식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백과사전이 유행하던 시대에 삽화가들이 학문적 열정을 가지고 표현한 그림을 자신의 감각으로 되살려 잊혀진 열망을 기리는 작업으로 재해석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870년대 출판된 보편지식대사전에서 가져온 새들이 그려진 도판에 펠트를 덧대고 화려한 수실로 드로잉 하듯이 수를 놓는다. 손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자수로 표현된 새들은 입체감이 더해지고 생동감이 불어넣어져 보는 이들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2023년 개인전에서 윤가림은 야생의 동물사진을 확대한 프린트의 망점에 금박을 입히는 "Camouflage" 시리즈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의 흑백시각 환경에 맞춰 프린트한 흑백사진에 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금박을 입힌다. 가장 신성한 부분에 쓰이는 변하지 않는 금박은 금속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빛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사진의 속성에서 드러나는 망점 하나하나에 금박을 입히는 과정은 단위와 단위가 이어지고 쌓여서 전체를 이루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점이 수를 놓는 과정과 흡사하여 윤가림 작업 특유의 밀도감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것을 중요시하는 작가는 자신의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업에 무게를 둔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자신의 작업에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윤가림은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작업방향을 제시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곳에 있었던 새는 작가의 삶을 반영하는 메타포로 늘 그러했듯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고 또 다시 그 곳에 내려앉을 것이다.

 

 

닭목: 검은솔새, 쿠라소새, 붉은다리자고새, 호주숲칠면조, 관메추라기, 흰칼집부리 2025, 보편 지식 대사전

1870년 책 도판 위에 손자수, 금박 액자_48x39.5cm

 

 

둥지속에서, 2025, Hahnemuhle Bamboo,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후 금박

사진 이미지 ‘Life Nature Library’ by Time Life Books_100x91cm

 

 

경계하는 수리부엉이, 2025, Hahnemuhle Bamboo 290g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후 금박,

사진 이미지 'Life Nature Library' by Time LifeBooks_81x64.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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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1113-윤가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