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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를 걷는 자들 展
권현빈, 박광수, 오제성, 한우리

신한갤러리
2025. 11. 13(목) ▶ 2025. 12. 20(토)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신관 B1 신한아트홀 內

권현빈 作_물루_석회석, 잉크_136x99x3cm_2024
신한갤러리는 이번 기획전을 맞아 단단한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성장해 가고 있는 'Shinhan Young Artist Festa' 출신 작가인 박광수, 오제성과 주목할 만한 작가 권현빈, 한우리의 그룹전 《먼지를 걷는 자들(Dust Walkers)》을 개최한다. 《먼지를 걷는 자들》은 축적된 시간 아래 놓인 감각의 층위를 기반으로 존재의 흔적을 되짚어 현재로 다시 소환한다. 이는 단초가 되는 몇 조각의 유물을 토대로 그 시대의 문명을 유추하는 고고학자처럼 작가들 역시 개인의 감각이나 단편적 기억의 파편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떤 맥락에서 소환되었는지 상상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시간 아래 잠든 것들을 더듬어 감각하고, 흐려진 기억에 대한 잔재를 통해 또 다른 시간의 결을 길어 올린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마치 인류가 남긴 흔적을 통해 말없는 과거의 역사를 탐구하여 수면 아래의 것들을 건져 올리는 고고학적 접근이나 방법론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고고학자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잔재이자 ‘시간의 퇴적’을 실질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먼지는 무형인 시간의 흔적을 유형의 물질로 드러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본 전시는 전통적 고고학에 몰두하거나 과거의 편린에서 발견된 정체성을 잘라내어 시간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동하는 현재 속에서 새롭게 자리 잡은 과거를 포착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지향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즉 작가는 과거가 현재 속에 어떻게 자리하는지를 사유하며, 시간의 파편과 존재의 잔재 그리고 작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작품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서사를 완성한다. 전시는 그렇게 묻혀진 과거와 사라진 풍경, 역사적 층위들을 감각적으로 환원, 새로운 시간으로 전개한다. 특히 전시는 직선적 시간의 흐름이 아닌 파열되고 퇴적된 감각적 층위를 바탕으로 과거가 현재 안에 침전되어 새롭게 형성된 시간성에 주목한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각자의 시간성 안에서 자신이 다루는 매체 혹은 재료의 특성에 집중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진 것들을 현재의 일상과 연결하여 새롭게 감각하게 한다. 이는 허구(fiction)를 매개로 한 감각의 시각화이며, 실재를 향한 탐색이기도 하다. 그렇게 관계의 역동적 네트워크 속에서 작업은 다층적 시간을 생성한다.
표면 내외부에 지질학적 막(膜)과 같은 물질성을 형성하고 있는 먼지는 존재 위에 내려앉아 그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쌓인 무게만큼 시간성을 가늠하게끔 하는 척도가 되며 존재와 부재 사이 경계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세하지만 축적될 때는 전체를 구성하는 힘을 갖기도 한다. 작가들 작업 또한 의식하지 않더라도 지나온 궤적이 쌓여 어느 시점 전 시간성을 떠받치는 층위로 변환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지층, 지형을 형성한다. 이처럼 《먼지를 걷는 자들》은 흩어졌다 집적되는 먼지의 물성과 행위성을 떠올리며 전시의 궤적을 따라 비선형적으로 겹겹이 축적된 작업의 층위를 걷는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 시간과 장소는 먼지 위에 퇴적된 감각의 흔적들로 이루어져 있다. 네 작가는 그 흔적들을 발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과 상상의 내러티브로 전시장에 유의미한 현재를 만든다.
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이현경

박광수 作_깊고 검은 물_캔버스에 유채_227.3x181.8cm_2025

오제성 作_조각에 대한 기억 1_스테인리스 스틸, 철, 알루미늄, 발포 우레탄폼, 스티로폼,
탄성 방수제, 모델링 페이스트, 실리콘, 우레탄 클리어, 축광 안료_300x300x100cm_2024

한우리 作_얇고 깊은_디지털 비디오로 전환된 16mm 필름, 흑백, 컬러, 사운드_4분 30초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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