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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展 Ko Yohan
존재의 아이콘 - The Icon of Existence
2025. 10. 15 (수) ▶ 2025. 10. 26 (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길 56-7 | T.02-739-6406
박제된 공명 - 피아노_피아노, 못_120x150x60cm_2025
침묵의 성흔, 존재의 아이콘
김가빈 (큐레이터)
고요한은 ‘존재 시리즈’에서 지문을 형상화한 평면 작업을 통해 인간 개체가 남기는 유전적 흔적, 즉 살아 있음의 표식을 탐구해왔다. 씨앗, 황토, 금속가루 등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선 재료로 이루어진 지문은 개인의 정체성과 더불어, 인간이 자연 속에 남기는 미세한 흔적의 은유였다. 이번 신작에서 그는 그 흔적의 개념을 청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악기에 못을 박는 행위로, 소리를 생산하는 도구를 침묵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조형적 울림을 생성한다.
고요한의 신작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과 같은 서구 음악의 대표적 악기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그는 연주자가 아니라 조각가로서 그것들을 다룬다. 연주 대신 못질을 택함으로써, 소리내기 위한 도구를 침묵하게 만들고 그 침묵 속에서 새로운 조형적 생명을 일으킨다.
못을 박는 행위는 그의 작업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나무」, 「심(心)」, 「죽은 나무를 위한 기념비」 등 전작에서도 그는 못을 주요한 조형 요소로 사용했다. 다만 그때의 못은 나무의 결을 따라 굽혀지고, 다시 박히는 일종의 ‘감싸는 행위’였다. 마치 상처를 봉합하듯, 혹은 천으로 감싸듯이, 작가는 죽은 나무의 굴곡을 존중하고 그 형상을 따라갔다. 그 못들은 파괴보다는 수용과 치유의 제스처였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의 못은 더 이상 구부러지지 않는다. 악기의 표면을 관통한 못들은 곧고 단단하게 박히며, 마치 가시처럼 돋아난 상처의 흔적으로 남는다.
박제된 공명 - 첼로_첼로, 못_120x75x30cm_2025
이 변화는 단순한 조형적 차이가 아니라, 작가의 존재론적 태도의 전환을 드러낸다. 전작의 못이 ‘감싸는 행위’였다면, 이번의 못은 ‘관통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치유에서 증언으로, 봉합에서 폭로로 이동한 제스처다. 고요한은 더 이상 죽은 나무를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위에 박힌 못을 통해 존재가 세계에 남긴 고통의 자국, 실존의 증거를 새긴다.
이때의 ‘못’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신성한 행위의 상징이 된다.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육체처럼, 작가의 못질은 희생과 구원, 고통과 존재의 문제를 호출한다. 피아노나 첼로, 바이올린은 자연(나무)이 인간의 손에 의해 문명의 예술로 변형된 존재들이다. 그 위에 박힌 못은 문명이 자연을 관통한 흔적이자, 동시에 예술가가 다시 그 문명 위에 새긴 속죄의 표식이다.
박제된 공명 - 바이올린_바이올린, 못_55x33x10cm_2025
결국 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못질은 폭력의 제스처가 아니라, 존재의 흔적을 각인하는 제의적 행위이다. 그가 박은 못은 더 이상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성흔(聖痕)이며, 침묵 속의 악기들은 더 이상 연주되지 않지만, 그 상처의 자리에서 새로운 울림이 피어난다. 그것은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침묵의 음악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신작은 전시 제목 〈존재의 아이콘(Icon of Existence)〉과 긴밀히 맞닿는다. ‘아이콘’은 보이지 않는 신성이나 영적 존재를 보이는 형상으로 드러내는 상징이다. 고요한의 못질 또한 그러하다. 그는 악기의 몸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고통과 진동, 존재의 깊이를 시각적 상징(아이콘)으로 환원시킨다. 못이 박힌 악기는 더 이상 음악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이미지, 곧 ‘존재의 아이콘’이 된다.
죽은 나무를 위한 기념비_나무, 못_30x190cm_2024
心_나무, 못_300x200x250cm_2020
존재 J24-004_캔버스에 아크릴_162x130cm_2024
녹색혈관_자연미술, 공주 연미산_50x10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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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2021 북경 중앙미술대학원(中央美术学院) 조소과 졸업, 중국 | 2017 북경 중앙미술대학(中央美术学院) 조소과 졸업, 중국
주요전시 | 2025 | 모나밸리 국제아트페어, 복합문화공간 모나밸리, 아산 | 2024 | 고요한 개인전, 공주 차세대 작가전 '자연을 ‘心’다', 고마아트센터, 공주 | 자연의 영토展,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서천 | 도시숲예술치유 '공유정원:비하우스', 태화강국가정원, 울산 | 한·일미술교류회전, 아트센터 고마 | 고요한 개인전, 금강문화관 기획전시실, 부여 | 고요한·허태진 2인전 'Harmony in Creation', 공간오십오, 대전 | 2023 | 국립생태원 개원 10주년 기념 지역작가 초대전, 국립생태원, 서천 | 고요한 개인전 '존재·存在', 금강자연미술센터, 공주 | 고요한 부스개인전 '광주국제미술전람회 - 아트:광주:23',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 상리공생展 '1월, 1인, 1호, 1점', CN갤러리, 서울 | 2022 |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전, 뚝섬한강공원, 서울 | 글로벌노마딕아트프로젝트–몽골, B Contemporary Art Gallery, 몽골 | 콤마게네비엔날레 'Hayali Bir Uygarlik' 카타성, 튀르키예 | 통영크레이티브트리엔날레 야외전, 통영 세자트라 숲, 통영 | 2021 | 강원국제트리엔날레 '따스한 재생', 탄약정비공장, 홍천 | 2020 |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新섞기시대_또 다른 조우', 연미산자연미술공원, 공주 | 2019 | 글로벌노마딕아트프로젝트-독일·이탈리아, 포레스트아트센터, 독일·이탈리아
레지던스프로그램 | 2020-22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그린스펙트럼Ⅰ·Ⅱ·Ⅲ', 공주 | 2018 Vayu Art And Mind Residency, 카샨, 이란 | 2017-18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천년의 시간을 지나 온(醞)·서(書)', 공주
수상 | 2024 2024년 공주 차세대 작가전 선정작가, 공주문화관광재단, 공주 | 2023-25 예비전속작가지원사업 선정작가,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 | 2017 중앙미술대학 졸업전 우수상 수상, 중국 | 2013 북경 용경협(龍慶峽) 빙등제 눈조각 창의상 수상, 중국
작품 소장처 | 공주미술은행 | 공주시청 |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 | 해남군청 | 비바아트센터
현재 | 중부대학교 연구전임 교수
E-mail | of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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