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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림 展
홍어와 잔칫상
레이프로젝트서울
2025. 9. 13(토) ▶ 2025. 9. 27(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230, 405호
www.instagram.com/rayprojects_seoul
음식은 생존의 필요를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정서를 전달하는 문화적 기호로 기능한다. 특히 홍어는 남도 지역에서 잔칫상에 등장하는 상징적 음식이다. 강렬한 냄새와 독특한 발효 맛에도 불구하고 잔칫상에 오르는 홍어는 음식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사회적 관계와 지역 정체성을 구현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김보림의 작업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김보림의 음식 이미지는 환희와 고통, 풍요와 결핍이 교차하는 삶의 풍경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음식은 먹고 사라지는 일시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특정한 맛과 향을 통해 기억을 환기시키며,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 간의 정서를 결속한다. 이러한 속성이 음식을 미학적 대상으로 전환할 때, 일상의 사소함은 공동체적 서사의 장치로 승화된다. 음식은 곧, 김보림에게 기억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자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를 잇는 심리적, 관계적 상징인 것이다.
작가는 '잔칫상'을 시각적 모티프로 삼아 이러한 인식을 회화적 언어로 구현한다. 화면 속 음식들은 사실적 묘사에서 벗어나 색채와 질감, 형태의 조합으로 재구성되며, 도자로 제작된 케이크는 전통적 제의와 현대적 축제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색의 중첩과 질감의 밀도를 통해 '푸짐함'을 표현하며, 자유로운 붓질과 덩어리감으로 잔칫상의 활력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표현은 관객이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함께 모여 즐기는 자리의 온기와 활력을 느끼게 만든다.
《홍어와 잔칫상》에서 김보림은 일상의 소재인 음식을 통해 예술이 개인과 공동체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홍어라는 구체적이고 지역적인 음식에서 시작된 탐구는 보편적인 '나눔'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강렬한 홍어의 향취가 특정 지역과 시간을 떠올리게 하듯, 이 전시는 관객 각자의 '잔칫상' 기억을 소환하여 개인적 경험을 공동의 감각으로 넓힌다. 김보림의 화면 앞에서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둘러앉아 나누었던 그 모든 순간들을 다시 기억하고 맛보게 된다.
글 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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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50913-김보림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