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석 展
마음의 온도

j 와 j, 2025_oil on canvas_73x73cm
Gallery MEME
2025. 8. 6(수) ▶ 2025. 8. 2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5길 3 | T.02-733-8877
http://www.gallerymeme.com

j 와 j, 2025_oil on canvas_73x73cm
수집된 온기 : 황호석 개인전 <마음의 온도>에 부쳐
“그러나 오래된 과거에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오직 향기와 맛만은 오래도록 남는다. 마치 영혼처럼…”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황호석 작가의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의 작업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단순한 색채나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느낌’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치 마들렌 한 조각으로부터 시작되는 프루스트의 글처럼, 그의 그림 속에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쌀 때 느껴지는 온기가 있다. 그것은 일상의 순간을 지나며 마음속에 남은 온기이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마음에 가깝다.
온기의 수집은 산책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조용한 바람과 풀 사이로 부서지는 빛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풍경과 편안한 관계가 형성될 때, 자연스럽게 피사체가 눈에 들어오고, 피사체의 산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어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찍힌 사진들이 책상 위에 쌓여가기 시작하면, 얼어붙은 기억의 조각을 녹여 멀리 배경 속에 있던 작은 사람들, 사진을 찍을 때 주목하지 못했던 이미지들에 이끌려 붓을 든다.
그는 “화면 앞에 서면 떨림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떨림은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말하는 초자아적 집중이라기보다는, 잃어버렸던 향과 맛을 찾을 때의 기쁨과도 같다. 사진 배경 속에 뛰노는 아이의 발견, 호수 색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 아웃포커싱으로 뭉그러진 강아지풀에 내려앉은 빛에 대한 감격 등, 작은 발견에서 비롯된 떨림은 주제와 배경의 경계가 모호한 붓의 움직임을 유발한다.

걷는 사람들, 2025_oil on canvas_89.4x145.5cm
아무렇지 않은 듯 내려놓는 붓. 무심한 듯 툭툭, 너무 과하면 눌러주고 너무 약하면 더해주는 그의 붓질에 색이 쌓이고 그림 속 이미지들은 하나가 된다. 자연스러운 붓놀림이 완성한 색의 조화는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 붓질을 완성하기까지 마음을 정돈했던 느긋한 산책의 역할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풍경이기보다는 시간과 마음의 결이 겹쳐진 삶의 어느 한 장면에 가깝다. 익숙한 공간 속에 스며 있는 감정의 잔상처럼 중첩되어 감정이 되살아나는 따뜻한 공간이 된다.
“너무 뜨거워서 상대를 태우지 않고, 너무 차가워서 얼리지 않는 온도. 오래 품어도 편안한, 36.5도 같은 사람, 그런 그림이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이번 개인전 《마음의 온도》가 더욱 완숙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가 담아내는 그림의 온도는 인간의 체온처럼 지속 가능하고 쉽게 잊히지 않는 감각이 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말 없는 위로처럼 다가와, 아주 천천히 관람자의 마음에 온기를 남긴다.
프루스트의 마들렌 한 조각처럼 황호석의 그림은 우리를 그의 회화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권성운, 예술공간둥근 아트디렉터

걷는 사람, 2025_oil on canvas_193.9x130.3c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