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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산55 개관전
아리랑 展
아리랑의 기표학적 전복과 실크로드적 사유의 교차점 탐색

칠곡 문화예술위원회
복합문화공간 산55
(예약제)
2025. 7. 1(화) ▶ 2025. 7. 30(수)
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로5길 55
주최.주관 | 경북문화재단, 칠곡문화예술위원회 | 후원 | 경상북도
칠곡, '아리랑'의 기표학적 전복과 실크로드적 사유의 교차: 복합문화공간 산55 개관전
경북 칠곡의 복합문화공간 산55에서 개최되는 '아리랑'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사유 지형을 확장하고 글로벌 예술 커뮤니티에 새로운 비평적 화두를 던지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본 전시는 한국인의 집단적 기억과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아리랑'이라는 문화적 기표(cultural signifier)를 해체하고 동시대적 맥락에서 재구성하려는 포스트구조주의적 접근을 선보인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전복하고 새로운 의미망을 구축하려는 급진적 담론의 장이다.
가산산성 자락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산55는 역사적 서사와 자연적 환경이 중첩된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공간성을 제공하며, 이는 전시에 현상학적 깊이를 더한다. 예약제 운영 방식은 관람객에게 작품과의 심도 있는 교감과 내면적 성찰을 위한 몰입적 환경을 조성하며, 이는 관람객을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해석자로 전환시키려는 큐레토리얼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간, 예술 객체, 그리고 주체로서의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총체적 경험을 지향하는 본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경향인 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s)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전시에는 프랑스의 코스쿤, 몽골의 블루 썬 현대미술 단체를 포함한 국제적인 작가들과 국내 중견 작가들이 참여(권기철, 김결수, 노 열, 조선희 등 25명)하여 '아리랑'의 보편적 감수성을 각자의 고유한 조형 언어와 매체로 탐색한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약 80여 점에 이르는 다채로운 작품들은 인간 실존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수행하며, '아리랑'이라는 원형적 기표가 미래 예술 담론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몽골 작가 그룹의 참여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를 통해 연결되었던 중앙아시아와 한국 간의 문화적 교류를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이는 글로벌화된 동시대 미술 환경 속에서 지역적 특수성이 보편적 담론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과거 실크로드의 문화적 네트워크가 현대 예술을 통해 재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앙상블 인(Ensemble IN)과의 협업을 통한 음악과 시각 예술의 융합은 본 전시의 다원예술적 성격을 강화하며, 리하르트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 개념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음악의 기술적 분석을 넘어선 서사적, 정서적 연결을 모색하는 새로운 예술 언어의 탐색으로, 관객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한 매개적 시도이자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경북문화재단의 예술작품지원사업 일환으로 기획된 본 전시는 2025년 4월 포항 경상북도교육청 문화원 초청 전시를 시작으로, 8월 앙카라 주튀르키예(터키) 한국문화원 전시까지 이어지는 순회전의 성격을 가진다. 터키 역시 역사적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앙카라 전시는 '아리랑'이라는 한국적 기표가 실크로드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새로운 문화적 맥락과 조우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국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이며, 칠곡이 한국 현대미술 담론의 유의미한 거점으로 부상하여 글로벌 예술 네트워크의 새로운 노드(node)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칠곡문화예술위원회 서세승 위원장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며, 본 전시가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我)'=참된 나, '리(理)'=다스리다·통하다, '랑(朗)'=즐겁다·밝다. '아리랑' 세 글자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재탐구하며 펼쳐지는 이번 예술적 시도는 한국 현대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잠재력을 지닌다. 손에 잡히지 않는 '아리랑'이라는 모호한 실체에 대한 용감한 개입과 기존 의미의 급진적 전복을 시도하는 칠곡문화예술위원회 서세승 위원장의 접근 방식은 예술의 본질적인 탐구 정신, 즉 아방가르드적 실험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의 감상적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아리랑' 원형에 잠재된 포착되지 않는 힘을 이방인의 시선, 고유한 조형 언어, 고독한 사유와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와 형태의 조형적 변이(mutation)를 촉발하려는 실험 정신이야말로 예술 창작의 중요한 동력이자, 본 전시가 글로벌 예술 커뮤니티에 던지는 핵심 비평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한국 현대미술이 지역적 특수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담론에 참여하는 방식, 즉 '로컬리티의 글로벌화'에 대한 중요한 사례 연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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