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 결, 층 展

Touch, Grain, Layer

 

김홍주, 함명수, 이강욱

 

 

 

페이토갤러리

 

2025. 6. 12(목) ▶ 2025. 7. 12(토)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20, 4F | T.02-2233-8891

 

https://www.peytogallery.com

 

 

김홍주 作_무제, 2021_면천에 아크릴_160x170cm

 

 

회화는 본질적으로 감각의 매체다. 여기서 감각은 시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표면의 마찰, 시간 속의 반복, 손끝의 떨림, 기억과 촉각의 잔상을 모두 내포한다. 예술은 재현이 아니라 감각을 구성하는 것이며, 회화는 더 이상 눈으로만 보는 대상이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질 들뢰즈는 회화란 "감각(sensation)의 진동을 생성하는 힘"이라 말한다. 감각은 물질과 물질 사이에서 발생하는 힘의 흔들림이며, 이미지를 넘어 몸으로 느끼는 물성의 파동이다. 또한 모리스 메를로 퐁티는 "우리는 세계를 보기 전에 먼저 만진다"라고 말했다. 살(flesh)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 그의 언급은 회화는 시각 이전의 감각 즉 물질이 피부를 통과하는 직접성을 동반하며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함명수 作_생멸감각, 2025_oil on canvas_72.7x53.1cm

 

 

《촉, 결, 층》 展에서는 비가시적 감각의 층위를 드러냄으로써 감각의 울림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는 작가 김홍주, 이강욱, 함명수 세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촉(觸)’은 감각과 접촉이다. 김홍주의 작업은 촉각을 동반한 회화다. 세필의 선을 수천 번 겹쳐 쌓아 올리는 그의 행위는 시각이 아닌 피부로 체험되는 회화의 감각을 지향한다. 붓질의 반복은 화면의 결을 만들고, 그 결은 결국 시각을 넘어선 감각의 레이어로 이어진다.

‘결(結)’은 반복의 미학이다. 함명수의 회화는 그리면서 지우고, 지움으로써 채워지는 생성과 소멸의 교차 지점을 구현한다. 반복을 통한 지우기와 덧쓰기의 제스처는 화면 위에 독특한 리듬과 서정을 남긴다. 그의 회화는 질감 그 자체이며, 기억의 켜를 따라 내려앉는 심상의 결이다.

‘층(層)’은 깊이에 대한 탐구다. 이강욱은 세포 단위를 확대하며 보이지 않는 우주의 구조를 다층의 레이어로 구성해낸다. 화면은 드로잉, 색, 코팅, 입체 요소가 겹겹이 중첩되며 하나의 유기적 구조체로 완성된다. 그의 화면은 시간과 감각, 에너지의 흐름이 공존하는 추상적 우주다.

《촉, 결, 층》 展은 많은 작가와 평론가들이 탐구해 온 '회화의 평면성을 넘기 위한 방법'의 연장선에서 회화라는 물성이 어떻게 감각을 일깨우고 반복을 통해 고유의 결을 만들어 깊이의 층위로 확장될 수 있는지 조망한다. 루치오 폰타나(1988~1968)는 캔버스를 찢음으로써 회화를 공간 속 사건으로 전환했으며 , 로잘린드 크라우스(1941~)는 후기 모더니즘에서 평면성의 해체를 통해 감각의 확장을 꾀하는 움직임을 "확장된 장(field)"이라 정의했다. 김홍주의 촉지적 회화, 함명수의 지우면서 채워지는 기억의 층, 이강욱의 우주적 감각의 망은 그 확장의 또 다른 현대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김홍주, 이강욱, 함명수 세 작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축적해 온 회화적 탐구의 접점은 회화를 단순한 이미지의 틀에서 벗어나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공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강욱 作_invisible Space - image 25014, 2025_mixed media on canvas_130x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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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612-촉, 결, 층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