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 展

 

Beyond the Black : 옻칠의 고요한 서사

 

 

 

갤러리 도스

 

2025. 5. 21(수) ▶ 2025. 5. 27(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https://gallerydos.com

 

 

빛의 눈물 (Tears of Light)_천, 옻, 자개_28x21x30cm_2021

 

 

나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형과 옻칠의 깊이감 그리고 질감이다. 옻칠이 만들어내는 어둡고 깊이 있는 색감은 무한한 공간성을 암시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천과 한지, 숯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흐름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재료들이 결합되며 형성되는 화면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고 싶은 촉각적 요소를 지닌다. 특히, 옻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억과 시간을 품고 있는 존재다. 한때 보호와 기능을 수행했던 물질이 시간이 흐르며 변형되고,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마치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인간의 관계, 시간의 흐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나의 창작 과정은 단순히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구축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옻칠이 겹겹이 쌓이며 형태를 완성해가는 과정, 재료가 스스로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간, 그리고 노동의 반복 속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변화들이 모든 요소들은 나에게 있어 작업의 핵심이다. 나는 이 과정 속에서 예술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수행적 행위이자 삶의 태도임을 실감한다.

현대 미술은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와 즉각적인 시각적 충격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느림의 가치에 주목하고자 한다. 옻이라는 전통적 재료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행위다. 나는 작품을 통해 물성과 감각의 깊이를 탐구하고,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 결국, 나의 작업은 한층 한층 쌓이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층위 속에 담긴 시간과 흔적이 관객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내가 만들어내는 화면이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그리고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 깊은 사색과 감응을 불러일으키기를 희망한다.

 

 

검은 산수 (Black Landscape)_나무 위 옻칠, 점토, 한지, 자개, 은분_지름 70cm, 높이 20cm_2025

 

 

심연 (深淵)_나무 위 옻칠, 금박_지름 50cm_2025

 

 

몽유 (夢遊)_나무 위 옻칠, 알루미늄박, 자개분_70x50cm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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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521-신수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