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준 展

 

Picturescape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5. 5. 14(수) ▶ 2025. 6. 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 T.02-797-7893

 

https://www.willingndealing.org

 

 

가을이라는 늪 2024_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형광안료_130.3x130.3cm

 

 

현대적 회화와 시각의 작동 방식 그리고 리듬

일전에 나는 스스로를 두 단어를 동시에 발음하려 애쓰는 사람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진 두 대상을 하나의 화면 안에 담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회화적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토록 불합리하고 불가능한 시도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을까? 아마도 현대의 시각적 경험이 바로 그 불가능한 시도와 닮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 비평가와 함께 지도를 들고 길을 찾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지도와 현실이 번갈아 나타나는 그 감각은 본질적으로 시각적 작동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과 실제 길을 번갈아 보고, 동시에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는 풍경을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경험을 떠올려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상황은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시각적 경험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으며, 그 변화는 급속히 가속화되고 있다.

나는 2023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Beyondscape>라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업은 '풍경'이 아닌 '풍경화'라는 개념을 소재로 그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풍경화의 요소를 분석하고 분해한 뒤 재조합하는 시도였다. 이번 전시 《Picturescape》는 앞선 작업의 심화이자 전시로서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난 풍경화와 풍경화 사이를 넘나드는 틈에 보이는 풍경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림을 보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는 순간 완벽하게 변환되지 않은 전환 작용은 앞서 포착한 풍경을 약간씩 머금은 채 다음 장면을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각각의 신체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가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 전환의 미세한 지체, 즉 레이턴시(latency)의 시각성이 고유한 리듬을 가질 것이라 가정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 작업과 이번 전시를 찾아오는 이들의 리듬이 공명하기를 기대한다.

 

 

계절의 사이에서 2024_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형광안료_130.3x130.3cm

 

 

이윽고 너머의 세계로 2024_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형광안료_130.3x130.3cm

 

 

휘발성 풍경 2024_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형광안료_130.3x130.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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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514-이세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