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숙 展

gallery is
2025. 4. 23(수) ▶ 2025. 4. 29(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http://www.galleryis.com

예술은 억압된 본능을 표출하는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무용이나 노래 또는 조각이나 회화 모두가 표출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떠한 행위를 통해 표출되는 자유로움은 곧 영혼의 울림이 된다. 영혼의 울림으로 인해 억압되었던 감정에서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자신만의 만족일 수 있지만 분명 타인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
내 작업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점 선 면 또는 색채를 통해 표출해내는 것이다, 소리의 파동은 화면에서 색채와 호환이 가능하다. 작품에서 깊이감이 느껴지도록 충분한 레이어를 쌓아 공간의 흐름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은 카오스적인 즉흥으로 신명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결국 내적 필연성을 위한 자아실현이라 생각한다.
작지만 제법 소리가 좋은 블루투스를 통해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듣는다. 아름답다 못해 가슴 저리도록 절절한 사연이 내귀를 강타한다. 추상작업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과 형체을 해체하는 행위의 소산이라 가정하고 나는 막연하게 붓질을 해본다. 소리의 음을 회화로 이끌어내면 어떤모양일까 또는 어떤 색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작업을 시도한다. 음악을 즐겨 듣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우며 도전 해볼만하다는 강한 의지까지 생겼다. 악기연주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선율이 점 선 면과 색채를 통해 캔버스 위에 놓여질때를 상상해본다. 막연히 가슴속에 자리한 심상만 가지고 캔버스 위를 붓질 또는 뿌리기 흘리기 문지르기 등 많은 기법을 구사해보았지만 자유롭지 못했다. 나는 성격이 소심해 너무 조심스럽게 물감을 대했다. 결과물이 속성으로 나오기만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는 달리 선을 그어도 면을 나누어봐도 흩뿌리기를 하여도 어느것하나 자유롭지 못했다. 내마음과 붓질이 혼연일치가 안됐다. 아니 정말 나를 포장하는 위선자 같았다. 이대로 실망하기에는 그간 쌓아올린 노력이 보상되지 않았다. 캔버스 망쳐버릴까 조심하는 순간 소심하게 붓질을 하는것같았다. 그래서 망쳐도 괜찮다는 굳은 의지로 넓적한 백붓을 사용했다. 내마음이 흡족할때까지 과감하게 터치했다. 음악에서 들려주는 악센트, 길게 끌어주는 음, 반복되는 멜로디, 짧게 끊어가는 스타카토 등 다양한 연주법에 맞춰 손을 몸에 맏겼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음을 내듯 백붓으로 물감을 올려 입체적 선을 긋고보니 원통형을 닮은 형체가 나타났다. 그렇게 몸은 가슴에 맏기고 나니 그림이 누군가에 의해 그려졌다. 월광 소나타 2악장을 들으며 빠르게 속도를 내니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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