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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정형 展
이채현, 최윤서
WWW SPACE 1
2025. 3. 19(수) ▶ 2025. 3. 30(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
상공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고정된 대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형태로 형성된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회는 형식과 제한의 집합체로 존재하며, 인간은 개별자로 분리되면서도 특정한 구조 속에서 조립되고 결합된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분열하고 변형된다. 주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외부 조건과 내부 충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적 존재이다. 이 과정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인간은 특정한 사회적 질서 속에서 주체성을 부여받지만, 그 질서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틀 속에서 자신이 수렴된다고 느낄 때 두려움을 경험한다. 반면, 그 틀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또 다른 형태의 불안이 발생한다. 인간은 안정감을 얻기 위해 구조에 고정되려 하지만, 그러한 고정성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지속적인 재구성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사회는 인간에게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지만, 인간은 이를 수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초과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생성한다.
이채현의 작업은 상반되는 전제가 공존하는 상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현실과 비현실, 질서와 혼돈이 얽혀 있는 공간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장소성을 탐색한다. 작업은 정형화된 세계를 전제하기보다, 불안정성과 변화를 강조하며,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잔재들과 그에 연결된 기억들이 어떻게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는지를 보여준다. 작업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화면은 기억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도와 그 불가능성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감각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순간 그것은 이미 사라지고, 사라진 기억은 현재 속에서 재구성되며 다시 화면 위에 오른다. 감각의 흔적들은 영원히 고정되지 못한 채 서로 간섭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기존의 맥락을 해체시키고 재연결한다. 그렇기에 화면 속 공간은 분절되고 중첩되어 주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강렬하게 실존성을 체화하고, 생성하며, 흔들리는 주체성을 붙잡으려 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 표현이 아니라, 변화하는 존재를 고정하려는 인간의 내면적 움직임을 드러낸다.
최윤서는 사랑과 증오, 고통과 쾌락처럼 대립하는 감정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양가성을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그녀의 작업은 살아 있음과 죽음, 사랑과 같은 비가시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이러한 개념들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무엇인지,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어떻게 감각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녀는 이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기록하고, 감각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확인과 동시에 흐려져 가는 주체성을 간직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현실을 고정시키려는 움직임 속에서, 오히려 현실은 더욱 극대화되고, 기억과 감각은 중첩되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주체는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을 추적하고, 그 욕망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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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50319-분열된 정형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