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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지 展
이지컴이지고

공간 UNOCCUPIED GAPS
2025. 3. 15(토) ▶ 2025. 4. 12(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26-33, B1
https://unoccupiedgaps.com

김이지(b. 1999)의 작업은 여성 욕망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번 프로젝트 '이지컴이지고'는 욕망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작동하는지를 질문하며, 회화와 영상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의미의 층위를 확장한다. 회화는 작가의 신체성을 즉각적으로 투사하는 매체로, 붓질과 색의 흔적을 통해 순간의 선택과 직관을 기록한다. 반면, 영상은 시간을 구조화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욕망의 서사를 구축한다. 두 매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고 넘나드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여성 욕망을 다루는 두 개의 영상 작업과,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다섯 점의 회화 작업으로 구성된다. '영광으로 가는 길'은 여성의 오르가즘을 러너스 하이에 빗대어 묘사하며, 욕망이 외부 시선이나 사회적 규범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감각임을 암시한다. 여성의 표정과 신체적 몰입 상태는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읽히며, 욕망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전시장 가장 긴 벽면에 투사되는 이 영상은 외부로 확장된 사운드를 통해 몰입적 경험을 극대화한다.
'정성 어린 우리 제물'은 삼척 해신당의 남근 숭배 의식을 기록하며, 남근 중심적 사고 속에서 여성 욕망이 어떻게 왜곡되고 대상화되는지를 탐구한다. 반복되는 제의적 행위는 점차 무의미한 기표로 전락하고, 영상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희화화 된 남근목은 남근 상징성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퇴색될 수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 작업은 바닥에 러프하게 놓인 모니터로 상영되며, 관객이 이를 내려다보게 함으로써 기존의 시선 구조를 전복하는 장치를 포함한다.

회화 작업은 화면 밖의 대상을 바라보는 여성들을 묘사하며, 여성들이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주체로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물들의 표정과 반응은 각기 다르며, 그 차이를 통해 욕망이 단일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해석될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회화들은 벽면에 걸리지 않고 전시장 곳곳에 숨겨지듯 배치되어, 관객이 우연히 발견하는 순간 새로운 해석의 층위를 부여받는다.
전시 공간은 작품들이 관객과의 우연한 조우를 통해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는 브라이언 오도허티의 화이트 큐브 개념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의미가 재구성되는 장(場)으로 기능한다. 관객의 이동에 따라 작품을 발견하는 과정이 포함되며, 이는 욕망이 정형화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반영한다. 또한, 존 듀이의 경험의 미학 개념을 반영하며, 관객이 능동적으로 작품과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김이지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구조적 실험을 통해 욕망과 서사가 어떻게 생성되고 해체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영상은 리얼리즘적 기록이 아니라 플롯을 흐트러뜨리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욕망의 서사를 다룬다. 또한, 그의 회화는 욕망을 정적인 이미지로 고착시키지 않고, 관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지컴이지고\'는 여성 욕망과 사회적 시선의 관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회화와 영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시각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실험하는 장이 된다. 이를 통해 김이지는 매체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욕망과 의미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감각적 체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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